대부분 학교가 배구를 하는 교직원체육시간.
한 번도 배워본 적도 없지만 타고난 운동 감각으로
베테랑 선생님의 내리꽂는 쎈 공을 받아 띄울 때의 쾌감이 꽤 괜찮았다.
그러나 굳이 배구를 더 잘하고 싶지도 않았고, 미친 듯이 재밌지도 않았기에
그 시간만 유일하게 배구를 즐겼다.
"아 정말 배구 싫어. 배구를 왜 해야 돼?"
함께 발령받은 신규 다섯 명 중 A는 유난히 배구를 싫어했다.
처음부터 게임으로 배워야 했기에 못하는 게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띄엄띄엄 참여하다 어느 날부터는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나보다 못하는 동기 B는 배구가 너무 재밌나 보다.
수요일에는 퇴근 후 학교에 남아 레슨을 받았고
그것도 모자랐는지 주말까지 배구 클럽을 다니며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15년이 더 지나고...
나는 여전히 수비에서 반은 받고, 반은 받지 못한다.
신규 때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메인 선수도 아니며 선수로 빼기는 아쉬운 애~매한 실력의 소유자다.
B는 어느 학교를 가든 '김연경 자리'를 차지한다.
A는 아직도 교직원체육시간에 배구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배구'이야기가 나오면 A와 B 표정은 극과 극을 달린다.
농어촌에 위치한 작은 학교.
거칠게 부는 바닷바람만큼 아이들도 세차다.
이곳에선 강한 멘탈과 카리스마를 갖춘 교사만이 살아남는다.
열 명도 되지 않는 교직원이지만 꼭 한 두 명은 병가나 병휴직을 한다.
내가 나오는 해에 신규로 들어왔던 C교사는
보라빛 향기를 부르던 강수지가 떠오른다.
여리여리, 이곳에서 버틸 수 있을까.. 걱정된다.
첫 해, C교사가 얼마나 어려운 시간을 보냈는지,
그리고 다음 해 1학기에 휴직했음을 전해 듣고 마음이 불편했다.
이겨내지 못했구나.
그리고 결국 의원면직했음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첫 학교, 왜 하필 거센 파도 같은 학교에 오게 돼서 오래 준비한 꿈을 접게 되었을꼬.
"영은아, 잘 지내지?"
"네~ 잘 지내시죠?"
"그래~ C... 의원면직했더라.. 아이고.. 안타깝네..."
"아~들으셨어요?"
전화 너머로 영은이가 웃는다.
'왜 웃지?'
"부장님, C.. 한의대 합격했대요. 그래서 그만둔 거예요."
"뭐라고? 진짜?"
"네! 잘됐죠. 부러워요."
집으로 가는 차 안.
생각에 잠긴다. 라디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어떠한 상황'은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또 한 번 알게 되었다.
그때 그 상황은, 또는 지금의 이 상황은
불행한 상황으로 평생 나에게 스트레스이거나 아쉬움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또는
더 나은 기회를 준 상황으로 오히려 고마울지도 모른다.
결국 나에게 달렸구나.
또.
(남탓 좀 하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