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조용히 공감하세요
초2 친구 딸 세인이.
수학교사인 엄마와 많지도 않은 수학문제를
울면서 풀고 있다.
"이정도는 하기 싫어도 해야 돼."
그런 세인이는 그림을 쓱쓱 잘 그린다.
"그림 쪽으로 재능이 있나 보다. 키워주면 되지!"
남의 속도 모르고 쉽게 말한다.
엄마가 아니니 한 다리 건너라 할 수 있는 말이다.
그것도 아주 편하게.
"좋아하면 다 성공하나"
"미술로 성공하려면 좀 잘해야 하나. 그림 잘 그리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림만 잘 그리면 되나. 미대도 수능 점수 중요하다고"
"그 험난한 예체능의 길을 어찌 걸어갈 건데"
"돈이 얼마나 드는데. 그렇다고 결과가 좋다는 보장도 없고"
그래, 친구야.
네 말이 다 맞다.
동학년 부장님 아들 무용으로 대입 치르며 1억 넘게 들었다고 내가 너한테 말했었지.
나도 예체능 시킬 자신 없다.
그런데 저런 말을 하고 있다.
초4 친구 딸 나희.
"오늘 학교에서 난리였는데 집은 더 난리네"
"왜 무슨 일인데?"
퇴근하고 왔는데 초4 딸이 대성통곡을 하고 있단다.
과학영재원 불합격 소식을 듣고...
"저렇게 자기 목표가 있고, 아쉬움에 통곡하는 거 보면 뭘 해도 하겠다."
남의 속도 모르고 쉽게 말한다.
엄마가 아니니 한 다리 건너라 할 수 있는 말이다.
그것도 아주 편하게.
"난 모르겠다. 애아빠한테 맡기고 문상 가야겠어. 머리야"
그래, 친구야.
아이가 통곡하는 모습에 부모 마음은 더 무너지지.
나도 아이 수학학원 소수점차로 '불합격' 문자에 차에서 대성통곡했었지.
그런데 저런 말을 하고 있다.
솔직히...
내 아이가 그 무엇보다 공부 잘하는 게 좋다.
그냥 단순하다.
공부를 하니/안 하니로 실랑이, 에너지 쓸 일이 거의 없다.
막상 해보면 공부가 저렴하고, 그나마 쉽다.
장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의 폭이 축소된다.
고맙고 대견한 마음으로 아이를 보게 된다.
다 알면서
다 공감할 거면서
엄마가 아니니, 한 다리 건너라 속 편한 소리를 한다.
"착하게 크면 되지"
"지 좋아하는 거 시켜주면 되지"
"나중에 다 지 앞가림한다."
"지가 하고 싶은 거 생기면 그때 시키면 된다."
TV에 나와 연예인들이 영웅담처럼 말하는
'한 때의 나란, 이랬답니다.'
내 제자 속에서, 내 주변에선 저런 성공을 거의 보지 못했다.
부모가 아이의 공부 때문에 고민하고, 속상해하면
그냥 이야기 들어주면 된다.
굳이 그 부모를 위로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설득하지 말고.
"속상하지..."
"그 녀석은 왜 열심히 안 해서 엄마를 속상하게 할까"
"누가 잘하래. 그래도 공부는 해야지. 포기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