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展 을 다녀오며
가치관이라는 말이 조금 낯설 수 있죠, 저는 가치관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은데요. <살아가면서 결정적인 선택을 해야 할 순간에 선택하는 것> 이라고요.
그렇다면, 여러분의 인생의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가치]라는 단어의 뜻이 궁금해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세 가지 뜻이 나오는데요.
[가치(value, worth)]란,
1.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2. <철학>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성
3. <철학> 인간의 욕구나 관심의 대상 또는 목표가 되는 진, 선, 미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성, 인간의 욕구나 관심의 대상 또는 목표가 되는 진, 선, 미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그것을 [가치]라고 정의합니다.
저 또한 제 삶의 가치관이 있기 마련인데요. 한 때는 내 삶의 몹시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거나 특별한 계기를 통해 기억에서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런 가치관의 변화를 여러 번 반복하며 이러한 고민을 한 적도 있습니다.
'내가 죽는 마지막 순간에, 나는 과연 무엇을 가치 있게, 무엇을 가치 있다고 여길까.'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의 사진작가로 활동한 앤드루 조지는 인생의 가치관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이렇게 적어 내려 가는데요,
'가치관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가족이나 친구에게 배우는 것인가? 아니면 학교나 단체 생활에서 배우게 되는 걸까? 사람은 언젠가는 죽게 되어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과정에서 더 깊고 현명한 가치관이 생기는 것인가?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리가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어떻게 지켜보고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가치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 자체를 그럴듯하게 부정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제한된 시간에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이 결국은 사라지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그 와 함께 이번 사진전을 준비한 마르와 킬라니 의학박사는 앤드루 조지가 곧 임종을 맞이할 사람들을 상대하고 그들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를 보며 이렇게 표현합니다.
"앤드루와 함께 일하면서 나를 포함한 우리 팀은 큰 보람을 느꼈다. 그의 작업을 지켜보면서 내가 하는 일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판에 박은 듯한 치료방법을 적용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투병 중인 개인의 삶에 대해서는 간과하기 쉽다. 앤드루가 환자들을 상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질병만을 치료하는 데에서 벗어나 환자의 인생을 보살피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곧 임종을 맞이할 사람들의 사진을 촬영하고 인터뷰를 하던 사진작가 앤드루 조지는 그들을 볼 때 어떤 질병이 있는 환자라고 접근하기보다는, 이야기로 가득 찬 특별한 인생을 살고 있는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환자가 아니라 개개인의 특별함을 알아보고 남에게 드러내기 쉽지 않은 그들의 사랑, 후회나 미련, 아픔과 질병 등에 관해 털어놓을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한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죠.
그 덕분에 이번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을 감상을 하며 나의 삶을 돌아보고, 나중에 후회와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한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게됬습니다.
어떤 전시회를 가던 전시회 입구에는 작가와 전시회 등이 소개되기 마련이죠. 그 동안은 입구에 소개된 내용보다는 전시작품에 대해 관심이 쏠려있었던 저의 행동과는 달리 이번엔 조금 달랐습니다.
초입에 소개된 사진전의 소개와 작가의 이야기를 보며 거의 10분을 멈춰 서서 읽고 또 읽고 기억하고 싶더라고요. 아마 그간 30년 가까이 살아오며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간과했던 저의 모습을 돌아보며 '죽음'을 대하는 이들을 직접 대면하며 전시회를 준비한 작가의 의도를 한 번 더 되새기고자 하는 마음가짐 이었다고 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임종을 앞두며 마지막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스무 명의 주인공들을 만나기에 앞서 저 또한 다시 한번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죠.
한 명 한 명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바라보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들의 눈빛이었습니다. 슬퍼 보이지도 행복해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평온'해 보인다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의아했던 부분은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 한 달이 될지 일 년이 될지 모르는 죽음을 앞두며 두려워 떨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던 점입니다. 그들은 살아온 인생의 나날들을 되돌아보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 어려웠던 순간, 내 주변의 감사했던 것들을 떠올리는 '평온'함을 느꼈던 게 분명했고 그 마음이 제게 전달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생각해보기 위해 찾아가게 된 전시회에서 <행복>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임종을 앞두고 있는 그들의 인터뷰에 공통적으로 이런 질문이 담겨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가 언제였나요?"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할머니랑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었을 때에요. 전 그 시간을 제일 좋아했어요. 문득 그립네요. 그리고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도요. 마침내 아이 얼굴을 보게 되고, 아 이 아이가 내 아이구나 하고 깨달았을 때죠. 행복이란 정말 간단해요. 아침에 눈을 떠서 창가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는 것, 그리고 햇볕을 피부고 느끼는 게 정말 좋아요. 이런 게 제겐 인생의 의미예요."
"인생의 행복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요. 우리가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바로 행복 그 자체죠.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순간순간을 어떻게 대했는지가 가장 중요해요. 삶의 의미는 그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에 있어요. " [르네]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일들은, 전혀 기대도 안 했던 사람들에게서 깨친 것들이에요. 또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일은, 제 자신이 전혀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죠. 어머니는, 남의 불행을 발판 삼아 행복해지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고 또 스스로를 돕는 데 인생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벨]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이곳저곳 여행했던 일이 너무 좋았어요. 아버지 장례식 때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아버지는 정말 훌륭한 사람이었고 늘 다른 사람들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고 말했어요.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였길 바랍니다. 인생에서 성공의 열쇠는, 열쇠가 하나 이상 있다는 걸 깨닫는 데 있어요. 저는 평생 두 번 눈부신 사랑을 했는데, 그건 정말 멋진 일이죠. 더 뭘 바라겠어요? 정말 멋지고도 멋진 여정이었어요."[랠프]
마지막 시간들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온전히 고백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자존심 따위는 내려놓게 되죠. 누구의 삶에나 뒤죽박죽 얽혀있는 회피했던 순간들, 배신의 경험들, 증오 어린 감정, 상처받은 일들, 비겁하게 굴었던 기억 등 잘못된 일들을 무엇이든 다 인정할 수 있게 되기 마련입니다.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며 아끼는 것은, 경쟁 사회에서 쟁취한 사회적 지위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사랑의 감정, 고마운 감정, 행복하고 뜨거웠던 감정을 마지막 순간까지도 떠올리며 기억하곤 합니다. 그리고 스무명의 인터뷰에서 누구도 빠지지 않는 것이 있었는데요. 그것은 '가족' 이었습니다. 남녀노소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그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돈 명예 지위이 아닌 가족이었습니다.
아직은 저에게 있어서 <죽음>은 낯설기만 합니다. 견디기 힘들 수도 있고, 피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요. 부모님의 죽음이 상상이 안될만큼 낯설고, 형제의 죽음, 친구의 죽음, 그리고 나의 죽음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죽음> 이 익숙해지고 마주쳐야 할 순간들이 더욱 많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음의 순간을 평온하게 맞이하는 것도 좋지만 죽음에 순간이 오기 전까지 내 인생을 어떻게 행복하게 보내고, 소중한 사람들과 가치 있게 보낼 것인지가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기서 얻은 교훈은 시간이 흐르면 금세 또 잊어버릴 수 있겠죠? 삶의 균형을 잃게 되고 햇살의 고마움을 깨닫지 못하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견디기 힘들지만 꼭 필요한 진실, 이 진실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는 <있는 것이 아름답다> 전시회를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