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동 악기 판매원

교육자는 남포동 악기 판매원처럼

by 김의목

오랜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교육 커리큘럼 속에서 살아오면서 나는 그것이 초등학교이건, 중학교이건 항상 학생들에게 있어 선호되는 선생님과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선생님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였다. 내가 평소 하는 생각의 흐름에 따르면,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나, 예로부터 지금까지 형성되어왔던 집단의 형태들 중에서 대부분이 해당 집단을 이끄는 자리 혹은 존재가 있었으며,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문명이 발전하지 않은 날것의 지구에 태어나게 된 생명체들은 생존경쟁에 있어서 한정된 자원, 자연재해, 그리고 신체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무리를 이루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구성된 집단에 있어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의사를 규합하고 불특정 위협들로부터 구성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즉 집단에 큰 도움이 될 이를 우두머리로 추대하는 현상은 집단에 있어 매우 구미가 당기는 것이었음은 틀림이 없다고 본다.


이는 앞서 서술한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사회를 거쳐 문명이라는 초석 위에서 쌓아 올려진 현대의 문명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현대 문명의 산물이라고 여겨지는 수많은 고층 빌딩 속 기업 내에서도 크게는 회장이라는 직급부터, 작게는 각 부서의 장(長)들까지 수많은 조직들 속에서 지도자, 혹은 우두머리는 존재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각 문명마다, 각 무리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조직이 추구하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되지 않았을 야만적인 시기에는 그 누구보다도 무리로부터 물리적인 위협과 약탈을 보호해줄 강인한 존재가 필요하였으나, 무력(武力)보다도 지력(智力)을 통하여 구성원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현대 사회에 들어와서는 현명한 존재가 지도자의 자질로써 요구받았다.


겉보기에 지도자와 같은 존재는 특정한 조직 내에서 계급적 우위를 점하고 누구보다도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개인의 마음대로 조직을 다루고 이끌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이 존재라는 것이 조직의 이익과 목적을 위하여 만들어진 것인 만큼 지도자의 결장과 조직이 추구하는 이익과 목적에 있어 합일(合一)을 이루어야 할 필요성을 가지기에 조직 내 누구보다도 구성원의 의견과 평가에 귀 기울여 지도자-구성원 관계에서 화목을 고려해야만 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교육자 역시도 이러한 사실에 있어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오히려 교육에 있어서 이러한 현상들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조직의 이익 추구에 응하지만 나름대로의 주관을 섞을 수 있는 이익 집단의 지도자와는 다르게, ‘교육 집단’에 있어서는 교육이라는 행위가 가르치는 교사보다도 교육을 받는 학생에게 초점이 더욱 맞추어져 있는 만큼 요구와 결정에 있어 교사의 의견이 상대적으로 이익 집단의 지도자에 비하여 옅게 적용되고, 그 빈자리를 학생의 의견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는 교육의 주체는 학생이라는 관점에 입각하였을 때, 교육의 본질에 매우 충실한 이상적인 형태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육에 있어 교사의 의견이 옅게 적용된다’는 의미가 ‘교사의 존재가 교육에 있어 옅게 적용된다’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교사-학생의 관계에 있어 형이상학적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도, 경험도 부족한 만큼 한참 더 배움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현재의 상태에서 참으로 복잡한 이 관계를 정리해보자면, 나는 학생 인권을 명목으로 학생에게 너무 많은 주도권이 돌아가 수업의 주도권이 교사로부터 상실되어서도 안되고, 교사의 인권을 명목으로 교사에게 너무 많은 주도권이 돌아가 교육에 있어 학생의 의견과 생각이 옅어지는 현상도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이 민감한 관계 속에서 양측 동시에 이상적인 형태를 제시하기보다는, 현재 내가 교육학과의 재학생으로 있는 만큼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교육이라는 의미를 쌓아 올린 것을 토대로 교사에 초점을 맞춰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지난여름, 나는 바이올린을 배우겠다 결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올린을 구입하기 위하여 남포역 근처 한 악기 판매점에 들르게 된 적이 있었다. 그곳에 들어서자 수많은 악기들이 내 시야를 가득 채웠고, 그러한 악기들의 수와 생김새에 내심 감탄을 하고 있었을 즈음 한 사람이 여기저기를 소개해주며 나로 하여금 바이올린을 고르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악기를 정하기 위해 판매원이 바이올린을 조율하 것을 본 그때, 나는 그 모습이 참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사의 모습을 제시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바이올린의 현을 고정시키고 있는 바이올린의 Bridge 뒤의 Tailpiece와 악기의 머리 부분에 위치하여 Tailpiece와 줄다리기를 하듯 위쪽으로 팽팽하게 감는 Peg, 즉 줄감개의 모습이 마치 학생과 교사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느꼈으며, 그러한 관계 속에서 줄감개를 통해서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과 순서대로, 하지만 팽팽한 현이 끊어지지 않도록 Tailepiece와의 관계를 유지하여 원하는 특정 음을 내는 그 판매원의 모습을 보며 그것을 토대로 적절하게 수업의 방향을 학생들에게 제시하되 학생들의 의견을 ‘의미 있게’ 수용하여 이러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조율하여’ 화목한 교실을 만드는 것이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교사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학자들이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고민해온 문제들을 몇 개월 동안의 비교적 짧은 경험을 통해서 완벽하게 해결하는 직접적인 해답을 찾는 것은 욕심에 가까울 것이다. 내가 오늘 제시한 이러한 모델은 비록 누군가로부터 “‘적절한 위치에서 조율하여 화합하는 것’과 같은 간단한 모델은 누구나 제시할 수 있다”라고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앞서 말을 한 것처럼 이러한 류의 문제에 있어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이상적인 모델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완벽하게 설명은 불가능할지라도, 개개인의 느낌과 경험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기에, 내가 느낀 바를 전달하기 위해 자신만의 언어를 통하여 경험을 비유 삼아 나름대로의 교육을 설명해보았다. 진리를 탐구하는 구도자가 우연히 자연과 일상에서 심득(深得)하듯 다른 교육의 길을 걷는 이가 아직은 어설픈 내 글을 읽고 얻어가는 것이 있기를 바라며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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