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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카톡이 울린다

by 유바바

“선생님~저 1학년 때 동찬이인데요? 혹시 기억하세요?”

“어? 당연히 기억하지. 책 많이 읽던 동찬이 아니냐!”

3년 전 근무지를 옮기며 처음 만난 아이들은 새롭게 적응해야 될 대상이었다. 도무지 야단을 치면 듣는지 안 듣는지 3분 아니 3초 뒤엔 도루묵이었다. 내가 아니면 이 아이들을 바로 잡을 이가 없다며 두 팔 걷어 부치고 정의의 司徒? 아닌 師道가 되었다. 아마 나도 3분 단위로 야단을 쳤나 보다.

키 151센티. 아이들을 잡을만한(?) 사이즈도 아니지만 난 교직생활 동안 유독 학년부장을 도맡아 했다. 작은 체구에서 카리스마(?)가 나온다나 어쩐다나. 논외의 이야기지만 학교에서 학년부장은 누구나 맡기 싫어하는 3D 종목이다. 누군가는 올웨이즈 나쁜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늘 백번 이백 번 사양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내 몫이었다. 3월이면 모든 아이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일짱 연설을 시작한다. “여러분~! 여러분은 전통과 역사가 살아있는 명문 우리 大○○학교의 뒤를 이어가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잘할 거라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복은 항상 잘 챙겨 입고, 두발은 어쩌고 저쩌고,,,”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빠르게 군기?를 잡아야 한다며 험상궂지도 않는 얼굴에 일부러 미간에 주름을 줘가며(여기에서 꼭 내 두발은 꼭 뽀글뽀글 아줌마 파마여야 한다. 한 줄기의 바람도 들어가지 않는!) 아이들을 몰아간다. 그리고 우리에 가둬놓고 흡족해했다. 아이들은 입학 첫날부터 설익은 학교에 떨고, 쪼끄만 꼬맹이 선생님의 어설픈 얼차려에 난망한 모습이다. 어쨌거나 이 장면은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다. 이쯤 되면 나도 적폐다. 분명 학생들을 사랑하는 건 스스로에게 매번 질문해도 바뀌지 않는다. 양심에 손을 얹고.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오래 아이들의 곁에서 살아있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아이들은 보답을 해주었다.(귀여운 것들!)

하나 이 글은 졸업 시즌을 맞은 지금, 고백하는 나의 반성문이다.

“선생님한테는 부담스러운 부탁일 수도 있는데, 저희 02년생들이 이제 졸업을 맞이하는데요, 아마 저희 반에 안 좋은 기억도 있으실 건데요, 그래도 저희 반 말고도 다른 반 애들한테도 괜찮은 기억이 있으실 수 있잖아요..? 제가 학생대표로 영상을 제작하게 되었는데, 혹시 마지막 영상편지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난 왜 그때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만큼 야단의 크기를 키웠을까. 아이들은 야단을 자신들을 미워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영영 자기들을 싫어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닌데...

“나 우리 반 반장 선거하던 영상도 있고, 수업하던 영상도 갖고 있어. 내가 얼마나 애정이 많았는데~! ^^”

“얘들아! 나를 기억하고 찾아준 것에 감사하고 기쁘다. 내가 그때 사랑의 크기만큼 칭찬의 크기도 키우지 못해 미안하다. 졸업을 너무너무 축하하고 대학 가면 나처럼 고약한 선생을 만날 일은 없을 테니 걱정 말고, 니들이랑 함께 한 1년은 나에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이란다. 새롭게 사회로 첫발을 떼는 너희들을 늘 응원할게, 사랑한다!”

동찬이가 오면 꼭 이렇게 영상을 찍을 것이다. 그리고 짜장면 한 그릇에 그때의 그 일들?을 오롯이 담아내 볼 것이다. 아, 참! 탕수육도 추가해 줄게. 히히.

늦은 밤 카톡에 행복하게 답장을 보내며, 뜨거워진 내 마음만큼이나 따뜻한 이불속이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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