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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꼬 없는 붕어빵의 맛을 아시나요?

by 유바바

하루에도 신물이 여러 번 올라왔다. 속이 메슥거려 참을 수 없었다. 손발은 퉁퉁 부어서 이렇게 가다가 애는 제대로 낳을 수는 있는지 걱정스러웠다. 한참 부은 몸과 얼굴로 지쳐 있던 딸을 보기 위해 친정 엄마가 오셨다. 딸내미가 임신했다고 저리 힘겹게 앉아있는 모습을 보더니 엄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얘기했다. “아가 뭣이 더 먹고 싶으냐잉, 뭣 좀 사다 줄까, 생각나는 거 있으면 말혀봐라잉”

훈훈하게 불던 가을바람이 이내 겨울을 맞이할 채비를 하는 양 좀 쌀쌀하게 불던 날이었다. 붕어빵이 떠올랐다. 달짝지근한 팥이 들어있는 붕어빵. 그런데 그 달짝지근한 팥이 싫었다. 그냥 밀가루풀만 들어있는 붕어빵이 먹고 싶었다. 어이없는 딸의 요구에 “어떻게 붕어빵에 팥을 안 넣을까나. 맛이 있을까나.” 난감해하는 엄마는 조금만 기다려보라며 딸이 살고 있는 언덕배기 신혼집 그 주변 골목골목을 돌아다니셨다. 붕어빵을 찾아서. 아니 앙꼬 없는 붕어빵을 찾아서. 나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메뉴를 주문하고는 힘겹게 앉아있었다. 이윽고 엄마의 손에, 그 종이봉투 안에 붕어빵을 한 아름 사 오셨다. 엄마가 풀어놓은 붕어빵 봉투에는 정말 앙코 없는 붕어빵이 있었다! “아가 이거 먹어라, 붕어빵 사장님에게 팥을 넣지 말고 몇 개 구워달라고 했지. 그랬더니 사장님이 이상하게 쳐다보던데잉, 우리 딸이 임신을 해서 먹고 싶다고 항께 꾸워주소잉 그랬지.” 팥이 들지 않은 하얀 풀물만 들어있는 붕어빵. 쿠쿰하게 숙성된 밀가루 반죽 내음이 입안에서 코를 향해 올라왔다. 흐릿한 팥물은 1도 없었다. 목구멍으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코 끝이 찡해졌다. 딸이 맛있게 먹어주기를 바라는 엄마의 간절한 표정을 앞에 두고 나는 “에고 몇 개 묵으니까 맛이 없긴 하네잉”하면서 서너 개로 갈증을 채웠다. “그만 묵을 라용”

맛이 어땠냐고? 팥대신 엄마의 사랑으로 속을 가득 채운 붕어빵이라도 붕어빵에는 팥이 필요하다는 진리를 배웠다.

쌀쌀해지는 가을날 여기저기 붕어빵을 파는 수레들이 보인다. 그날 힘들었던 임신과 팥 없는 붕어빵을 찾아, 딸을 먹일 붕어빵을 구워줄 사장님을 찾아 오래도록 헤맸을 엄마의 사랑도 보인다. 나는 냉큼 붕어빵 수레로 다가간다. 그리고 힘 있게 주문한다. 팥 붕어빵 한 봉지 주세요. 엄마의 사랑도 붕어빵 수레만큼이나 지치지 않고 오늘도 계속이다. “아가 뭐가 좀 먹고싶으냐잉?” 물어보는 엄마, 거친 세상 속 늘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엄마의 목소리,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엄마의 붕어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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