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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Feb 11. 2022

눈앞에 죽음을 대하는 자세

출근길 도심 한가운데서 로드킬을 보고

새벽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아침 출근길. 먼발치에서 바라봤을 때는 구겨진 택배 상자 덩어리라 여겼다. 운반차량이 떨궜나? 가까이 다가가면서 종이 재질이 아니라 털 재질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곧 옷 뭉치가 아니라 털이 길고 소복한 개라는 걸 확인했다. 로드킬이다.


어째야 하나.. 안절부절못하면서 버스정류장을 바라보니 날 전철역으로 데려다줄 버스가 신호대기 속에서 무려 두대나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있는 개를 바라보며 버스에 올라탔고 기사님에게 앞에 개가 죽어있다고 말씀드렸다.


그게 다였다. 내가 발견한 죽음 앞에서 내가 그나마 바랐던 건 이 아침 어딘가로 바쁘게 향하는 차들이 그 개 위로 다시 지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부였다


기사님은 개를 친 사람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데 그냥 가버린 모양이라며 일반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은 알 수 없는 누군가를 나무랐고 갈길이 바쁜 차 안에 사람들은 잠깐 창밖을 내다보다 곧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고 나는 그 개를 안아 차가 씽씽 지나지 않는 조금은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는 내 모습을 상상했으나 내가 그런 걸 할 수 있는 인간이 못된다는 걸 확인했고 전철역 앞에서 우리 모두는 잰걸음으로 우르르 내렸다


그리고 동물의 죽음을 ‘처리’ 해주는 곳은 구청일까? 어느 과에 전화를 해야 할지 떠올리며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의식이 떠나간 육신을 어떻게 떠나보내야 하는지에 관해 한없이 미숙한, 죽음조차도 국가와 자본이 처리하는 게 당연하고 익숙한 나를 본다..


그리고 잠시나마 sns 전시의 의미로 사진을 찍고 싶어 했던 내 자동반응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마 나는 이 글을 이곳저곳에 올리겠지..


그렇게 아침부터 죽음을 목격해서 심란한 나는 이런 글이나마 끄적거리며 내 의식 속에 남아있는 죽음의 잔영과 인사 나누며 내 마음을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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