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거가 돈을 기부하는 방법
*본 글은 2015년 12월에 제가 네이버블로그에 썼던 글을 브런치로 다시 옮긴 것입니다
** 이 글을 처음 작성했을 때는 '임팩트 투자'라던가 그런 단어들이 대중적으로 유명하진 않았어요. 지금이야 루트임팩트, C-program도 알게 되었고(이런 글을 예전에 쓴 적이 있었기에 만남이 더 감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또 응원하게 되었지만요.
*** 당장 입금 안되고, 측정되기 어려운 가치를 다루는 모든 분들을 존경합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
최근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그의 딸의 탄생을 기념하여, 그가 보유한 페이스북 지분의 99%를 교육의 목적으로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가 있다. 그가 올린 편지글과 통 큰 기부도 놀랍지만, 그 이후에 사람들을 갸우뚱 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의 기부 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보았던 '재단 설립'의 방식이 아닌, '유한회사 설립'의 방식으로 기부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서 의견들이 분분해졌다. 대놓고 '사적인 투자를 하고 정책 토론에 참여하겠다'며 유한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진정한 기부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 의견의 한 축이고, 다른 의견은 '비영리'라는 틀에 갇혀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 못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수단을 취함으로써 더 효율적으로 공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한 축이다. 비영리의 달콤한 '면세 혜택'보다 '적극적인 액션'에 더 큰 비중을 둔 그의 결정에서, 마크 저커버그라는 한 사람의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성향마저 드러나는 듯 하다.
그렇지만, 이는 사실 마크 저커버그의 케이스에 국한 되는 것만은 아닌가 보다. 아래의 기사를 한 번 보자.
해당 기사가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거듭 인용하고 있기는 하나, 위의 기사에 따르면 LLC(유한 책임회사)라는 형태는 마크 저커버그만이 고집하는 형태는 아닌 듯 하다. 꽤 오랫동안 우리가 작위적으로 생각해왔던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가장 거시적인 이유로 들었고, 기금을 형성한 자가 본인 사후의 영역까지 활동이 지속되길 기대한다기 보다도 자신의 생애 내에서 기부금을 모두 쓰기를 원하는 것도 새로운 추세라고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그리하야 LLC 설립이라는 방법은 마크 저커버그 뿐만 아니라 스티브 잡스의 부인을 비롯한 실리콘 밸리 기부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휴머니스트적인 이상주의를 마음에 품은 사업가가 운영하는
그런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애덤 브라운은 'Pencils of Promise'라는 조직의 수장이다. 이 기관은 무려 작년 UN이 선정한 최우수 교육기관으로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등 3R Literacy 교육이 필요한 낙후 지역에 학교를 지어주고 교사를 지원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기부자가 기부한 금액의 100%를 학교 건설이나 교사 지원의 항목에 사용한다.
위 까지는 그렇게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 아니다. 하지만, 신선한 사실은 Pencils of Promise는 'for profit company'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덤은 Wall Street에서 세계 최고의 컨설팅 회사들을 다니면서 성장했던 탄탄한 금융가 출신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여행지에서 만난 가난한 소년이 자신의 소원은 '연필'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과감히 Wall가를 뛰쳐나와 다른 영역에서의 사업을 시작했다.
헤지펀딩, 컨설팅 등의 업무를 16살때부터 해왔던 터라 그는 ROI(Returns on Investment)를 보고 의사결정하는 것이 습관화된 사람이었는데, 사회적 가치의 추구 또는 비영리의 영역도 눈에 보이는 결과와 성과를 key로 보고 풀어나갔다.
그는 영리를 추구하는 대기업(구글, MS, 골드만삭스, 에스티로더 등등)과의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착한 소비를 불러 일으키는 코스 마케팅(Cause Marketing)영역에서의 노력과 소셜 미디어에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노력을 통해 비즈니스를 성장시켰으며, 사회적인 가치의 실현과 이익 추구를 동시에 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래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언급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우리는 돈을 구걸(ask for)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고(earn)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for-profit)들이 비영리 조직(non-profit)보다 더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는 for-profit들이 시장의 관심사를 맞출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공급을 충분히 해 줄 수 없는(시장실패), 피라미드의 아래의 영역들이 있으며, 이 곳은 또한 비영리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사업을 영리와 비영리로 무 자르듯 구분하는 것은 너무 한정적이며 우리는 두 가지 축을 섞을 필요가 있어요. 첫 번재 축은 금전적인 측면에서 이익(profit)을 주는 것과 주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축이며, 두 번째 축은 '사회적인 측면에서 이익(profit)을 주는 것과 주지 않는 것을 구별하는 축입니다."
그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축을 '동일한 비중'으로 무게를 두어야 현대 사회의 비즈니스를 제대로 묘사할 수가 있다고 덧붙인다. 그 다음에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는' '돈을 버는 기업'이라는 것. 그러나 그가 인터뷰에서 남긴 한 마디가 그의 진심을 보여주는 결정타이다.
제 생각에 '목적'의 축은 '이익'의 축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영리영역에서도 비영리와의 융합이 두드러지지만, 비영리의 영역에서도 영리적인 방법을 배제하고 갈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일까? 기여하고자 하는 분야가 단순한 자선의 영역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공헌이라면 나는 때로는 영리에서 먹혔던 마케팅과 그 외의 적극적인 수단들이 필요하다는 데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비영리는 배부른 가진 자가 내 놓은 돈을 느긋하게 나눠주는 사업이 아닌, 주주의 이익이 아닌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뜨거운 가슴으로 하는 비즈니스'여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돌아보면 현실은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재단 등에서 오히려 '눈먼 돈'과 '이상한 지출'이 감지 되는 경우도 흔하고,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면세의 혜택을 보기 위한 수단으로의 '재단 설립'이 빈번하다. 결국, 이런 상태로는 '비영리' 그 자체는 과정을 합리화하는 포장일 뿐 다름 아닌 게 되어 버릴 것 같다.
그 외에도, '비영리'라는 프레임 안에서 충분한 재원을 손에 들고 있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쓸 수 없어서 고민스러운 일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비영리 사업 일수록, 그 결과는 눈에 띄게 명확한 것이어야 할 지 모른다. '이 아이는 지금 학교가 없어서 글씨를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는 감정에 호소하는 메시지 보다, 'OO의 기부금으로 OOO개의 학교가 세워졌고, OOOO명이 3R 교육을 받았습니다'라는 결과의 메시지가 비영리에서도 먹힌다는 점을 나는 실무적으로 경험 했다. 당연하기도 한 것이 캠페인에 동참하거나 기부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성과와 결과가 보이는 곳에 뜻을 함께 하고 싶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참여하고자 하는유일한 이유는 '뜻과 의지의 실현'이기 때문이다(직접 해 버리면 가장 투명한데, 왜 다른 곳에 돈을 주거나 initiative를 주면서 번거로운 일에 동참을 하겠는가?)
또한 CSR, 코스마케팅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서도 비영리 적인 사업을 제대로 풀어나갈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위의 두 가지의 니즈의 해결은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위의 두 가지를 잘 섞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 사회적 가치의 실현과 금전적 이익의 실현이 동시에 이뤄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아가 초기의 미션과 목적에 확신이 있고, 그러한 방향을 오래토록 유지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정책에 개입하고 다른 곳에 투자를 하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자 하는 결과물이 명확하다면, 비영리라고 적극적인 설득을 못할 이유도 없다.
최초작성일: 2015년 12월 5일
e-mail: annalee102@gmail.com
facebook: https://www.facebook.com/annah.lee1
Linkedin: www.linkedin.com/in/hyoeun-lee-edute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