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미래, 선생님의 역할은?

국가교육위원회 밖, 학생들의 이야기 선생님 편 [마지막 편]

by 조영철

진행: 나, 친구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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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의 불, 서류의 덫 속 교실

나: 요즘 학교를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요. 교실은 입시에 달아오르고, 선생님은 행정에 파 묶여 있고. 학교가 정말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있는 공간이 맞는 걸까요?


친구 A: 정말 공감돼요. 저도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요즘 교사는 거의 서류 노동자처럼 느껴져요. 그 와중에 학생 하나하나 봐주려면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하고요.


나: 그래서 저는 선생님을 '소방관'에 비유해 보고 싶었어요. 학생의 불안을 꺼주고, 가능성에 불을 붙이는 사람. 방향을 잃었을 때 길을 알려주고, 좌절할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그런 존재요.


친구 A: 멋진 비유네요. 그런데 현실은 그와 너무 달라요. 제가 아는 화학 선생님도 그러시더라고요. "수업보다 공문이 더 무섭다"라고. 서류가 너무 많아서 학생 얼굴 볼 시간이 없대요.


나: 맞아요. 소방호스는 들고 있는데 출동 명령이 안 나는 소방관 같은 느낌이랄까요. 선생님이 정말 불을 끄고 싶어도, 현실은 자꾸 교실 안에만 가두어버리니까요.



족쇄 셋, 교사를 가두는 구조

친구 A: 그럼 그렇게 만드는 구조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나: 저는 크게 세 가지라고 봐요. 첫째는 과도한 행정업무예요. 하루 종일 아이들보다 컴퓨터 화면을 더 오래 들여다보는 아이러니한 현실이죠. 수업은 점점 단축되는데, 계획서, 보고서, 공문, 지표 작성은 해마다 늘어나요. 어떤 선생님은 "내가 엑셀 선생인지, 아이들 선생인지 모르겠다"라고 하셨어요.


친구 A: 저도 그런 말씀 들은 적 있어요. 수업 준비보다 보고서 작성이 더 급하다고요. 정말 본말전도죠.


나: 둘째는 실적 중심 평가예요. 어느 대학에 몇 명 보냈느냐로 선생님이 평가받는 구조니까, 안전하게 지원시키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 되어버리죠. 누군가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어도, 그 실패에 대한 책임을 교사가 오롯이 지게 되면 움직이기 어렵죠.


친구 A: 그럼 진짜 도전은 누가 책임지나요? 선생님 입장에서는 소신보다 생존이 먼저일 수도 있겠어요.


나: 셋째는 민원이에요. 말투 하나, 수업 방식 하나까지 민원 대상이 되죠. 어떤 선생님은 "학생한테 조금만 주의를 줘도 바로 민원 들어온다"며 아예 학생과 눈도 못 마주치겠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되면 거리 둘 수밖에 없고, 결국 교실엔 침묵이 깔려요.


친구 A: 그러면 선생님은 위축되고, 아이들은 방치되고… 악순환이네요.


나: 맞아요. 서로가 서로를 피하게 되면, 결국 아무도 불을 끄지 않는 교실이 되어버려요.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빠지고, 껍데기만 남는 셈이죠.



교사의 시간을 다시 학생에게

친구 A: 어떻게든 선생님의 시간을 학생에게 다시 돌려줘야 할 것 같아요.


나: 그게 핵심이에요. 세 가지 제안을 해보고 싶어요. 첫째, ‘담임 상담 데이’ 같은 걸 매주 시간표에 공식적으로 넣는 거예요. 그러면 학생도 눈치 안 보고 찾아갈 수 있어요.


친구 A: 그거 정말 좋은데요. 선생님도 마음 놓고 들을 수 있겠네요.


나: 둘째, ‘행정 전담 인력’을 학교마다 배치하자는 거예요. 학사 매니저처럼 공문, 계획서, 입력 같은 건 그분이 전담하시는 거죠.


친구 A: 행정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선생님은 아이만 보면 되는 구조군요.


나: 마지막으로, 연봉 현실화. 대신 담임, 상담, 생활지도 같은 건 더 정밀하게 평가하자는 거예요. 보상이 있어야 지속 가능하니까요.


친구 A: 동의해요. 열정도 중요하지만, 버틸 기반이 있어야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학생의 전략: 포착과 거리 두기

나: 제도가 바뀌기 전까지 학생이 할 수 있는 전략도 있어요.


친구 A: 예를 들면요?


나: 첫째, 기회 포착.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면 주저 말고 질문하고, 프로젝트 참여하고, 상담도 요청해 봐야 해요. 하나의 경험이 인생을 바꾸기도 하니까요.


친구 A: 정말 그래요. 수업 중 우연한 말 한마디가 오래 남는 경우도 있잖아요.


나: 둘째, 거리 두기. 암선생을 만났다면 정답만 맞추고 감정 소모는 최소화하는 거예요. 교과는 참고서로도 배울 수 있어요. 하지만 마음까지 잃으면 안 돼요. 암선생의 말 한마디에 자존감을 잃고, 교실 전체에 염증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오기 전에, 선을 긋는 게 중요해요. 그건 패배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이에요. 사실 교실 안에 있는 모두가 '좋은 어른'인 건 아니니까요.


친구 A: 체념이 아니라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여야겠네요. 마음을 접는 게 아니라, 마음을 보존하는 거군요.

나: 학교는 우리가 선택할 수는 없지만, 활용 방식은 우리가 정할 수 있어요.



공교육과 사교육, 다른 엔진

친구 A: 그럼 공교육과 사교육은 뭐가 달라야 할까요?


나: 역할 자체가 달라야 해요. 사교육은 ‘속도’, 공교육은 ‘방향과 균형’. 둘 다 고장 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죠.


친구 A: 그러니까 둘은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 같은 존재군요.


나: 맞아요.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공교육은 기어박스, 사교육은 터보엔진.”


친구 A: 와, 그거 정말 직관적이에요. 속도와 방향이 같이 맞물려야 완주할 수 있는 거네요.



교사 양성부터 다시 생각하자

나: 이 모든 변화는 교사를 어떻게 길러내느냐에서 출발해야 해요.


친구 A: 사범대 이야기군요. 거기서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거죠?


나: 맞아요. ‘강의 기술’보다 ‘관계 기술’을 더 배워야 해요. 상담, 코칭, 갈등 중재 같은 것들요. 그리고 교육실습도 4주로는 부족해요. 최소 한 학기 이상은 해야 해요.


친구 A: 현장에서 진짜로 학생, 학부모, 행정까지 다 겪어봐야 진짜 준비된 교사가 되겠네요.


나: 맞아요. 훈련소에서 불을 직접 만나보는 소방관처럼, 교사도 그 ‘셋의 불’을 미리 경험해야 해요.


친구 A: 그리고 좋은 교사에게 배우는 멘토링 시스템도 필요하겠어요.


나: 그게 문화가 되고 전통이 되어야 진짜 바뀔 수 있어요.



작은 시도, 큰 변화

나: 그런데 꼭 제도만 바뀌어야 하느냐? 그렇진 않아요. 작은 수업 하나도 교실을 바꿀 수 있어요.


친구 A: 예를 들면요?


나: 제가 들은 이야기인데, 어떤 학교 음악 선생님이 ‘인생 플레이리스트’ 과제를 내셨대요. 의미 있는 노래 다섯 곡을 골라서 삶의 메시지를 발표하는 활동이었대요.


친구 A: 와… 그거 멋지다. 학생들이 진짜 진지하게 참여했겠는데요?


나: 네. "이 곡은 시험 망친 날 들었어요", "이 노래 덕분에 가족과 화해했어요." 이런 이야기들이 교실을 바꿨어요. 경쟁 대신 공감의 공간이 되더라고요. 발표 듣다가 울컥한 친구들도 있었고, 발표 후에 친구한테 처음으로 고맙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대요.


친구 A: 역시, 한 사람의 선생님이 만든 기적이네요. 이런 작은 실험들이 쌓이면, 결국 큰 변화가 되겠죠.



결론: 소방관과 능동적 학습자가 만날 때

나: 공교육이 완벽하진 않아요. 하지만 교사는 여전히 ‘소방관’이어야 해요. 학생의 불안을 꺼주고, 가능성에 불을 붙이는 사람.


친구 A: 그리고 그걸 위해선 제도도 함께 바뀌어야 하고요.


나: 맞아요. 동시에 학생도 ‘능동적 학습자’가 되어야 해요. 학교가 완벽하지 않아도,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어야 해요.


학교가 나를 구원해주진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학교를 활용해 나를 키울 수 있다.
교사가 모든 걸 해결해 주진 못한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의 불을 끄는 어른이 되려 노력할 수 있다.


친구 A: 이 두 문장이 진짜 공교육의 미래인 것 같아요.


나: 그날이 오면, 교사는 더 이상 서류봉투를 든 직장인이 아니라, 학생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자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학생도, 또 누군가의 불을 꺼주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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