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

5살부터 PTSD, ADHD조울증 브런치북 프롤로그

by 조영철
당신은 다섯 살 때 무엇을 기억하나요?


1. 다섯 살의 기억

저는 문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의 비명소리와, 형의 떨리는 손만 기억합니다. 형의 손은 작았지만 단단했고, 그 손이 저를 방 안으로 밀어 넣는 순간, 세상이 바깥과 안으로 나뉘는 걸 느꼈습니다. 그날 이후 제 인생은 17년 동안 '주의 산만'이라는 이름을 가진 공포와 함께였습니다. 집중이 흐트러지는 게 아니라, 모든 감각이 끊임없이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만 했던 그런 공포 말입니다.



2. 병으로 정의된 삶

안녕하세요. 저는 다섯 살 때부터 17년 동안 PTSD와 ADHD를 겪어온 환자입니다. 아직 20대이지만, 제 인생의 대부분은 이미 병 속에서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저를 설명할 때 'PTSD', 'ADHD', '조증', '우울증'이라는 단어들은 빠질 수 없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그것들은 단지 진단명이 아니라, 제 삶의 구조를 설명해 주는 언어였습니다.



3. 감상문이 된 생존기록

이 책은 단순히 병을 설명하는 책이 아닙니다. 제 삶의 17년을 함께해 온 이 병들에 대한, 오랜 시간의 감상문이자 기록입니다. 감상문이라고 하면 짧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건 17년 동안 몸과 마음에 새겨진 이야기이기에 그 자체로 하나의 책이 되었습니다. 제 이야기는 특정한 이론이나 통계를 바탕으로 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 사람의 고통과 생존, 그리고 다시 살아가고자 하는 몸부림에 대한 기록일 뿐입니다.



4. 고통의 지형을 따라

저는 제 고통을 무작정 견디기보다는, 그것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왜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게 두려웠는지, 왜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온몸이 얼어붙었는지, 왜 나는 늘 주변을 살피며 살아야 했는지를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제 고통을 공부했고, 그 고통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이 이야기는 단지 병의 고백이 아닌, 하나의 탐험이 되었습니다. 아마추어 탐험가로서 저는 제 내면의 지형도를 그려가기 시작했고, 그 여정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5. 아주 작은 불빛이 되기를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이 혹시 저처럼 병 안에서 길을 잃고 있다면, 이 이야기가 아주 작은 불빛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작은 불빛일지라도, 어둠 속에서는 방향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내가 아팠던 시간들이 단지 고통으로만 남지 않기를, 그것이 누군가의 지도를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6. 당신을 위한 이야기

이 책은 각각의 병을 가진 모든 환자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조울증은 우울증과는 다른 병이지만, 많은 환자들이 '조증이 추가된 우울증'처럼 느끼곤 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ADHD를 함께 가진 조울증 환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환자 중 하나로서, 혼란과 감정 기복, 주의력 결핍 사이에서 매일같이 균형을 찾으려 애쓰며 살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그분들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대변하고 싶습니다.



7. 끝나지 않은 여정

이건 살아남기 위한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다시 살아가기 위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아직 회복되지 않은 수많은 감정들, 아직 말로 옮기지 못한 기억들, 그리고 여전히 흔들리는 하루하루 속에서 쓰인 이야기입니다. 완전한 치유가 아니라, 치유를 향해 나아가려는 작은 발걸음입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저는, 살아가는 중입니다.




이 글은 『5살부터 PTSD, ADHD, 조울증』 시리즈의 프롤로그입니다.

이 브런치북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PTSD 트라우마 편

2부 ADHD 편

3부 조울증편

4부 엄마 사랑해 편

5부 정신과 이야기 - 데이터로 본 나의 회복

아직 회복 중인 마음으로, 17년간의 흔적을 조심스레 꺼내고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