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이야기
“의원님.”
잠결에 눈을 뜨자 비서가 옆에 서 있다. 손에는 태블릿, 눈빛은 조심스러움.
“왜. 아직 아침이잖아.”
“곧 총선입니다. 공약을 정하셔야 해서요.”
“… 기본소득, 지금 얼마지?”
“월 50만 원입니다.”
“상대는?”
“기본소득 폐지 주장하고 있고, 부자 감세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좋아. 그럼 우린 100만 원으로 가자.”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태블릿에 뭔가를 적는다.
간단하다.
이렇게 하나의 정책이 완성된다.
돈을 올려주면, 표는 따라온다.
내 통장에서 나가는 것도 아닌데, 왜 아까워해야 하지?
세금은 부자들과 기업한테서 걷고, 혜택은 서민한테 뿌리면 된다.
고마운 건 나고, 원망받는 건 그들이다.
완벽한 구조지.
정치는 숫자의 게임이다.
돈을 가진 자보다, 표를 가진 자가 많다.
부자는 시끄럽지만 적고, 서민은 조용하지만 많다.
나는 그 다수에게 웃어주고, 약속해 주고, 돈을 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준 것처럼' 보인다.
시민들은 내가 무슨 법안을 어떻게 통과시키는지 관심 없다.
월급날 통장에 몇십만 원이 더 들어오면, 그게 '정치'다.
누가 왜 줬는진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렇게 해줬다고 믿으면 그걸로 끝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곧 표로 돌아온다.
이게 민주주의다.
표 많은 사람이 이긴다.
나는 그 단순한 진실을 누구보다 빨리 깨달았고, 이제 곧 3선이다.
나야 손 안 대고 코 푸는 거지.
시스템이 이렇게 짜여 있다면, 이용 안 하는 사람이 바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