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월급보다 물가가 더 빠르게 자란다
매년 월급은 조금씩 오르는 것 같은데, 왜 삶은 더 팍팍하게 느껴질까요? 범인은 바로 '인플레이션'이라는 소리 없는 도둑입니다.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어제 1,000원이었던 과자가 오늘 1,100원이 되는 것이죠. 당신이 은행에 100만 원을 넣어두고 1년 뒤 2% 이자를 받아 102만 원(세전 금액)이 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그 사이 물가가 3% 올랐다면, 당신의 돈은 숫자상으로는 늘어났지만 실제 구매력, 즉 돈의 가치는 오히려 1% 줄어든 셈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월급과 예금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가만히 두는 돈은 현상 유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도둑에게 매일 자산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돈을 지키고 불리기 위한 첫걸음은, 내 돈의 가치를 갉아먹는 인플레이션의 존재를 직시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양'이 계속해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은행 시스템을 통해 돈이 어떻게 늘어나는지 간단한 예로 살펴보겠습니다.
1. 당신이 월급으로 받은 100만 원을 A은행에 예금합니다. 이제 당신의 통장에는 100만 원이 찍혀있습니다.
2. 은행은 법적으로 정해진 최소한의 돈(지급준비금, 예를 들어 10만 원)만 남겨두고, 나머지 90만 원을 사업가 B 씨에게 대출해 줍니다.
3. 이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당신의 통장에는 여전히 100만 원이 있고, 사업가 B 씨의 통장에는 대출받은 90만 원이 새로 생겼습니다. 원래 세상에 있던 100만 원이, 순식간에 190만 원(당신 예금 100 + B 씨 대출금 90)으로 불어난 것입니다. 이 과정을 '신용 창조'라고 부릅니다.
4. 이 90만 원은 또 다른 은행에 예금되고, 그 은행은 또다시 일부를 남기고 대출을 해주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이처럼 현대 경제 시스템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해서 돈의 총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상품과 서비스의 양은 그대로인데 돈의 양만 늘어나니,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건값이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물론 이는 복잡한 경제 현상을 매우 단순화한 설명이지만, 핵심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는 동안에도 돈의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각 나라 돈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중앙은행이며, 대표적으로 금리를 변동하여 돈의 양을 조절합니다.
금리가 오르는 것은 돈의 양을 줄이는 효과를 나타내는데, 대표적으로 금리가 올랐을 때, 내야 하는 이자의 양이 많아지니 사람들은 대출하기를 꺼려합니다. 반대로 금리를 내렸을 경우 내야 하는 이자의 양이 적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출을 더 많이 합니다.
이것이 실패한 예가 바로 튀르키예(터키)입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를 민생의 적이라고 생각하여, 금리를 인하하는 정책을 발휘했는데, 2020년 코로나의 여파로 미국 금리가 제로금리에 가깝게 내려갔다가, 2023년부터 점차 금리를 올려갔습니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미국과 달리 저금리 정책으로 나라에 풀린 돈이 많아 돈의 가치는 점점 하락했고, 국가 간 무역 적자가 발생하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솟았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금리를 47%까지 올렸지만 아직도 초인플레이션의 현상은 튀르키예의 물가를 전부 흔들어 놓았습니다.
이렇듯 경제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정책으로 한 나라의 경제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입니다. 과거에는 국가 간의 무역이 많지 않아 자신의 나라의 경제 정책만 올바르게 한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현재는 전 세계의 무역이 발달해 있고, 변동 환율제를 채택하면서 나라 간의 연관관계가 깊어졌습니다. 특히 미국의 페트로달러(원유는 달러로만 구매)로 인해 달러는 기축통화가 되었고, 미국이 기침 한번 하면 다른 나라는 몸살을 앓는다는 말이 있듯이 달러의 변동성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튀르키예의 예처럼 한 나라가 경제 공황이 올 수 있는 것이 현재 전 세계의 경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