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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것

과정 중심 평가로 발견하는 아이의 진짜 성장

by 에디

안녕하세요, 멤버 여러분.


우리는 지난 9장까지 긴 여정을 통해 가정이라는 '작은 성역'을 가꾸는 법을 배웠습니다. 낡은 성공 방정식을 버리고, 아이의 잠재력을 믿는 '성장의 언어'를 연습했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안전 기지'를 설계했습니다. 거실을 '북카페'로 만들어 책과 친구가 되는 환경도 만들었죠.


하지만 이렇게 '성장'이라는 새로운 지도를 정성껏 그리던 우리에게 가장 큰 현실의 벽이 다가옵니다. 바로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오는 '성적표'입니다.


가정에서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해"라고 말하지만, 학교에서 온 가정통신문에는 '중간고사 성적'과 '등수'가 선명하게 찍혀있습니다. 이 숫자로 가득 찬 낡은 지도는 너무나 강력해서, "혹시 우리 집에서만 하는 이 '성장' 중심 교육이 아이를 현실에서 뒤처지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5장에서 다룬 그 근본적인 불안을 다시금 자극합니다.


학부모와 교사는 이 두 개의 지도 사이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워야 할까요?


이번 장의 목표는 이 혼란을 해결할 '다리'를 놓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과정 중심 평가'입니다. 많은 분들이 '수행평가가 늘어나는 것' 정도로 오해하는 이 용어야말로, 우리가 1부와 2부에서 치열하게 논의한 '성장 마인드셋'과 '자기결정성 이론'을 교실에서 구현하는 핵심 도구입니다. 이것은 성적표라는 낡은 지도의 숫자 뒤에 숨어있는, 아이의 진짜 성장을 발견하게 해주는 '고해상도 렌즈'입니다.


'과정 중심 평가'는 무엇이 다른가


먼저 오해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과정 중심 평가는 단순히 '시험을 자주 보는 것'이나 '조별 과제가 늘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핵심은 '평가의 목적'이 완전히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영국의 교육학자 폴 블랙과 딜런 윌리엄은 평가를 두 가지로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학습의 결과로서의 평가 (총괄평가): 전통적인 중간/기말고사입니다. 학습이 '끝난 후'에 점수와 등급을 매겨 아이를 '판단'하고 '줄 세우는' 평가입니다. 이는 1장에서 비판한 '가짜 성공 방정식'을 위한 평가입니다.


학습을 위한 평가 (형성평가): 이것이 바로 '과정 중심 평가'의 본질입니다. 학습이 '일어나는 중'에 아이의 상태를 진단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어, 아이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평가입니다.


이 차이는 우리가 2장에서 배운 핵심 이론들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캐럴 드웩의 '성장 마인드셋'

전통적인 결과 평가는 아이에게 "너는 80점짜리야"라는 메시지를 줍니다. 이는 아이의 능력이 고정되어 있다는 고정 마인드셋을 심어줍니다.


반면, 과정 평가는 "여기까지는 아주 잘 이해했네. 이제 이 부분만 보완하면 100점이 될 수 있겠어"라는 메시지를 줍니다. 이는 "너의 능력은 노력과 전략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성장 마인드셋'을 길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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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교육제도에 불만을 잔뜩 품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이야기겠지만, 용기 내어 적어봅니다. 당연함에 반박하는 일, 그것이 제가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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