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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교육이슈] AI 안전망, 현실인가 환상인가?

AI 도입이 학교 안전을 강화할까요, 아니면 보여주기식 행정일까요?

by 에디

오늘은 교육부가 발표한 ‘제4차 학교안전사고 예방 기본계획’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AI 기반의 안전관리 체계 도입입니다. 교육부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학교급, 규모 등에 따른 사고 유형을 예측하고, 이를 통해 맞춤형 안전관리 및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언뜻 보면 혁신적인 방안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인 문제와 한계는 고려되지 않은 채 AI 기술이 마치 ‘만능 해결책’처럼 제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과연 이 계획이 실질적인 학교 안전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과거의 그림자로 미래를 읽을 수 있을까?

단순히 "이런 유형의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는 통계적 분석이 실질적인 사고 예방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교육부가 구축하겠다는 ‘학교안전지원시스템’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고 유형을 예측하고 대응책을 제시하는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과거 데이터 분석이 미래 사고 예방으로 직결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학교 사고는 다양한 환경적 요인과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지역별, 학교별, 학급별로 환경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한 학교에서 효과적이었던 방안이 다른 학교에서도 똑같이 유효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요. 만약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거나, 분석된 패턴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 AI의 예측 기능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대한 우려를 담은 글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교사들은 버티고 있는데, 더 짐을 지우려는가?

교육부는 AI 기반의 안전관리 체계를 도입하면서도 정작 인력과 예산 확보에 대한 언급은 부족합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기존 인력들에게 더 많은 업무를 부여하겠다는 입장에 가깝죠.


학교 안전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인적 자원입니다. AI 시스템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측한다고 해도, 결국 이를 바탕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학교 교직원과 행정 담당자입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교육 현장은 교사 1인당 업무 부담이 과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에 맡고 있는 업무만으로도 교단을 떠나고 있는 교사들에게 AI 시스템을 활용한 추가적인 안전관리 업무까지 맡기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그리고 이런 우려가 어느 정도는 사실인것으로 추정이 되네요.

게다가, AI 시스템을 활용하려면 이를 담당할 전담 인력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정부는 학생 수가 줄기 때문에 교사의 수도 줄여야 한다는 단편적인 입장을 보인적이 많죠. 교육부가 AI 시스템 도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기 전에,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추가 인력 배치와 예산 지원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겉만 번지르르한 성벽, 안은 비었는데?

학교 안전 문제는 단순히 데이터 분석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AI 도입과 함께 강조된 통학로 안전 개선, 내진 보강, 화재 예방 시설 확충 등의 조치가 오히려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굳이 AI와 연동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한 것들이죠. 그러나 사실 이런 것들에 대한 개선 요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음에도 개선 속도가 느립니다. 특히 석면 제거는 오래전부터 요구되어 왔지만 아직도 진행중에 있습니다.

이번 계획에서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보다는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선언적 내용만 담겨 있습니다. 결국 학교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 확충 없이 AI 시스템만 도입한다면, 기술만 도입하고 실질적인 변화는 없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생이 평가하는 안전, 믿을 수 있을까?

‘학생안전 자가진단’을 통해 학생 개인별 안전역량을 평가하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현실성이 부족해 보입니다. 학생안전 자가진단을 학생의 자기보고에 의존한다고 하는데, 안전의 전문가도 아닌 학생에게서 받는 학생안전 자가진단이 얼마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거기에다가 안전 문제는 아주 복합적인 문제인데, 단순한 문항에 대한 응답으로 학생의 안전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할 것입니다. 특히 저학년 학생들은 사고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응답을, 고학년 학생들은 형식적인 응답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과적으로 자가진단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교육이 실제 학생들의 안전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부정적인 결말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뿌리를 다지지 않고 줄기를 키울 수 있을까요?

이번 ‘제4차 학교안전사고 예방 기본계획’은 AI 도입이라는 최신 기술을 강조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 기술 구현에 가장 중요한 학교 현장의 인력 지원과 기본 인프라 확충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기술 도입에 앞서, 학교 현장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해야 합니다. AI 기반 시스템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학교 안전을 위한 인력 확충과 환경 개선이 더 시급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의 초점이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행정’이 아니라, ‘실제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실질적 대책’에 맞춰지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디였습니다.

다음에도 교육 이슈로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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