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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고등교육] 무전공, 대학의 역할을 다시 묻다

오늘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모집단위, 무전공에 대해서 다뤄봅니다.

by 에디
유혹의 문을 연 대학, 무전공의 확산

최근 대학가에서는 ‘무전공’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대학들은 무전공 및 계열별 모집 정원을 확대할 경우 정부로부터 추가적인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늘어난 정원을 충족시키기 위해 학과 선택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무전공 입학 정책을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전공 선택의 유연성을 강조하며 신입생을 특정 전공에 속하지 않은 상태로 입학시키고, 학생들이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본인의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이상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무전공 트렌드가 장기적으로 모든 학생,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게도 유익한 제도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아야 하는 시점입니다.


얕은 강물 속 학문, 깊이를 잃다

무전공 입학과 자유로운 전과는 ‘전공 몰입도’를 저하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적으로 학문은 기초부터 심화 과정을 거쳐 체계적으로 학습해야 합니다만 대학 입학 후 전공 변경이 빈번해지면, 학생들은 기초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심화 과정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이로 인해 학문적 성취도가 낮아지고, 전공 지식이 부족한 졸업생을 양산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산업계에서는 기초 전공지식이 부족한 인재들이 증가함에 따라 직무 적응력이 저하되고, 기업들은 추가적인 교육과 훈련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입니다. 또한, 특정 분야에서 인력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나침반 없는 항해, 방황하는 학생들

지나친 유연성은 학생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학과 선택의 자유가 많아진다는 것은 반대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의사결정의 부담을 안겨준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명확한 진로 계획이 없는 학생들은 수시로 전공을 바꾸며 방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단순한 학업적 문제를 넘어 전문성을 쌓기 어려워지면서, 특정 직군이나 연구 분야로의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질 위험이 있습니다. 전공 변경이 잦아질수록 해당 분야에서 요구하는 필수적인 이론적 배경과 실무 경험을 쌓기가 어려워지며, 이는 직무 수행 능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장기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노동시장에서도 미숙한 인재로 평가될 위험이 있습니다. 최근처럼 직무 역량 중심의 채용이 늘어난다면, 인사 담당자나 경력직이 아닌 신입의 입장으로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느끼는 혼란은 이루 말할바가 아니겠지요.


학문의 무게추, 기울어진 전공 선택

또 하나의 문제는 ‘전공 경시 풍조’의 확산입니다. 특정 전공이 ‘인기’ 또는 ‘비인기’로 나뉘면서, 학생들이 철저한 고민 없이 사회적 흐름에 따라 이동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는 전공 간 균형을 깨뜨릴 수 있으며, 특히 인문·사회과학 및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핵심 연구자가 부족해지면서 학문적 발전이 정체될 위험이 큽니다.

실제로, 대한민국에서는 인문사회 및 기초과학 연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연구개발(R&D) 분야에서의 투자와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국내 학문 연구의 국제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곧 산업계 및 국가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독이 든 사과를 경계하라, 대학의 본질 회복

결국 대학은 학문을 탐구하고 지식을 축적하는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세상이 변해서 지식의 상아탑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대학의 존재의의는 학생을 한 분야의 전문가로 만드는 것에 있으니까요. 반면 무전공 트렌드는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지만, 대학이 본질적으로 지향해야 할 학문적 깊이와 연구의 전문성을 훼손하게 될 수 있습니다.


무분별한 자유는 때때로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달콤하지만 결국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는 '독이 든 사과'와 같은 존재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학생들의 즉각적인 만족과 대학의 단기적 실적만을 고려한 정책이 아닌, 학문과 국가 경쟁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학문과 교육의 본질을 지켜 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이며,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에디였습니다.


다음번에도 교육 이슈와 함께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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