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교육이슈] 엔진 없는 학교 자치

권한 없는 자율, 그 공허함

by 에디


안녕하세요 에디입니다 :)


지난번에 이어서 새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학교 자치와 교육 거버넌스 혁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학교가 주인이 되어 교육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학교 자치’는 교육 민주주의의 오랜 이상이자, 모두가 꿈꾸는 목표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계획안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들이 진정한 의미의 혁신을 이룰 의지가 있는지 깊은 의문이 듭니다.


껍데기뿐인 거버넌스, 이미 존재했던 현실

정부의 계획을 보면 이런 질문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학교 자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가?” 법적으로만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학교 현장에는 이미 교사, 학부모, 지역 인사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라는 훌륭한 거버넌스 기구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구성과 운영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왜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지 그 구조적 한계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학부모 위원의 경우, 학교 예산이나 교육과정 같은 전문적인 영역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학교 측의 결정에 동의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치기 쉽습니다. 교원 위원 역시 인사권을 쥔 학교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소신 있는 반대 의견을 내기보다는, 학교의 전반적인 운영 방침을 따르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현재의 학교운영위원회는 그 구성 자체부터가 수평적인 논의보다는, 학교장의 결정을 정당화해주는 방향으로 기울어지기 쉬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생적 한계로 인해, 학교운영위원회는 진정한 자치 기구가 아닌, 학교장의 결정을 민주적으로 포장해주는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하고 마는 것입니다.


‘혁신’이라 부르기 민망한 과제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혁신’ 과제들을 살펴보면 실망감은 더욱 커집니다. ‘민주시민교육 강화’,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와 같은 하위 과제들은 결코 새로운 혁신이 아닙니다. 이는 그동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을 이제라도 바로잡겠다는 ‘정상화’에 가깝거나, 교권 붕괴라는 위기 상황에 대한 ‘방어적 조치’일 뿐입니다.


진정한 혁신은 학교 현장에 실질적인 권한을 얼마나 이양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계획안 어디에도 인사권, 예산권, 교육과정 편성권이라는 핵심 권한을 학교에 넘겨주겠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는 마치 자동차의 핸들과 페달은 그대로 둔 채, 내부 시트 디자인만 바꾸면서 ‘자율 주행 혁신’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해외 사례에서 본 진정한 ‘학교 자치’

그렇다면 진정한 학교 자치란 무엇일까요? 해외의 사례를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차터 스쿨(Charter Schools)은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지만, 교장과 교사를 직접 채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인사권과 학교 예산을 자율적으로 편성하는 예산권을 가집니다. 그들은 강력한 자율성을 부여받는 대신, 정부와 계약한 학업 성취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폐교될 수 있는 강력한 책임도 함께 집니다.


교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높은 핀란드의 경우, 중앙정부는 큰 틀의 교육과정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수업 방식과 평가 방법은 전적으로 교사의 전문적 판단에 맡깁니다.

이 사례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진정한 학교 자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 예산, 교육과정이라는 핵심 권한을 학교 현장에 실질적으로 위임하는 것입니다.


선언이 아닌, 권한을 위임하라

결론적으로, 정부가 제시한 ‘학교 자치와 교육 거버넌스 혁신’ 계획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고 있습니다. 진정한 학교 자치는 학교가 하나의 독립된 교육 기관으로서 스스로 교육 철학을 세우고,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질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정부가 ‘혁신’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면, 공허한 구호를 나열하기보다 학교 현장에 실질적인 권한을 위임하는 용기 있는 결단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엔진 없는 자동차에 아무리 멋진 장식을 더한들,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에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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