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교육이슈] 지역 교육력 제고, 설계도 없는 청사진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역을 살릴 희망일까요, 아니면 신기루일까요

by 에디

안녕하세요 에디입니다 :)

오늘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 중 가장 야심 차고, 또 가장 논쟁적인 목표인 ‘지역의 교육력 제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정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파격적인 슬로건을 내걸며, 교육을 통해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수도권 집중화로 무너져가는 지역을 살리기 위한 그 방향성 자체에는 깊이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 방법론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 계획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있는지 깊은 의문이 듭니다.


‘서울대 10개’라는 이름의 신기루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구호는 그 자체로 매우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위험한 신기루일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의 명성은 단순히 높은 연구 실적이나 좋은 시설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수십 년간 축적된 사회적 자본과 평판, 막강한 동문 네트워크, 그리고 ‘최고’라는 국민적 인식이 결합된 결과물입니다.


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정된 재원을 ‘서울대급’이라는 허울 좋은 목표 아래 소수의 대학에만 집중 투입할 경우,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다른 지역 대학들은 고사 위기에 처하는, 지역 내 새로운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RISE 사업의 민낯, 대학 구조조정의 서막

그렇다면 정부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요? 그 힌트는 함께 제시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재구조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RISE 사업의 핵심은 대학 지원의 권한을 교육부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로 넘기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한 ‘선택과 집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카드는 바로 ‘대학 통폐합’입니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는 재정난을 겪는 사립대학을 지역거점국립대학이 흡수하는 형태의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결국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화려한 슬로건 뒤에는, RISE 사업을 통해 부실 대학을 정리하고 지역 고등교육을 재편하려는 정부의 냉정한 구조조정 계획이 숨어있는 것입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물론 이런 비판에 대해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KAIST나 POSTECH 같은 세계적인 대학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이것이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훌륭한 초안이 될 수 있지 않은가?”


매우 합리적인 질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특정 분야의 세계 최고 수준 대학’을 만드는 설계도는 가지고 있지만, ‘서울대’와 같은 종합적인 명문 대학을 복제하는 설계도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KAIST의 성공은 과학 기술이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국가적 역량을 집중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서울대’의 경쟁력은 이공계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 법학, 의학, 예술 등 모든 학문 분야에서 최고라는 종합성, 그리고 사회 모든 분야에 포진한 막강한 동문 네트워크라는 사회적 자본에서 나옵니다. 이는 돈으로 살 수 없으며,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도 없는 무형의 가치입니다. 우리가 가진 ‘최고의 엔진(KAIST 모델)’ 설계도만으로는,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명차(서울대 모델)’를 복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근본 원인을 외면한 교육 정책

하지만 이 모든 계획이 간과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인재들이 지역을 떠나는 진짜 이유는 지역 대학의 경쟁력이 낮아서만이 아닙니다.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와 풍부한 문화,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지역 대학을 졸업해도, 결국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서울로 향하는 ‘두뇌 유출’ 현상을 막지 못한다면, 지역 대학에 대한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교육 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더 큰 차원의 문제입니다.


결론적으로, 교육을 통해 지역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방향은 옳지만, 그 방법은 현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실현 불가능한 구호보다는, 지역의 산업과 문화를 함께 발전시켜 인재들이 지역에 머물고 싶게 만드는 종합적인 국가 전략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국정과제 역시, 과거의 수많은 정책들처럼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또 하나의 ‘사상누각’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에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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