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공정이라는 착각 - '수시'는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해마다 입시 철이면, 우리는 여섯 장의 수시 원서를 손에 쥐고 몇 달간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는 수험생들의 그림자를 마주합니다. 본래 ‘수시’는 한 줄의 시험 점수 뒤에 가려진 학생의 성장 과정과 잠재력을 들여다보겠다는, 더없이 인간적인 이상을 품고 탄생한 제도였습니다. 하지만 20여 년이 흐른 지금, 그 이상은 과연 교실에 뿌리내렸을까요? 오히려 ‘공정’이라는 이름 아래, 학생과 학부모를 더욱 교묘하고 복잡한 불평등의 굴레로 밀어 넣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로 설계도: 복잡성은 어떻게 장벽이 되는가
수시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그 복잡성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진입 장벽이라는 점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특기자전형 등 수십 가지 갈래로 뻗어 나가는 입시 요강은 전문가조차 매년 새로 공부해야 할 만큼 난해합니다. 대학마다, 학과마다 평가 요소와 반영 비율이 제각각이고, 해마다 그 기준이 조금씩 바뀝니다. 이 거대한 ‘입시 미로’ 앞에서, 정보가 부족한 대다수의 학생과 학부모는 시작부터 길을 잃고 불안에 휩싸입니다.
이러한 복잡성은 필연적으로 ‘정보의 격차’를 낳고, 그 격차는 곧 사교육 시장의 기회가 됩니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입시 컨설팅은 이제 더 이상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만 뒤처질 수 없다’는 불안감은 평범한 가정마저 무리해서라도 컨설팅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만듭니다. 결국 ‘수시’라는 제도는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기 이전에, 그 부모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획득하고, 얼마나 값비싼 전략을 구매할 수 있는지를 먼저 시험하는 불공정한 관문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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