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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Mar 13. 2022

서울촌놈의 국내여행 뿌수기 [태안 편]

생태계의 생명력을 여행하다.


모든 곳이 기름지고 풍요로워지는 생명력 넘치는 가을철이 되면 그렇게 식욕이 땡기지 않을 수 없다. 계절적 분위기가 주는 영향도 있겠지만 실제 가을철에는 많은 것들이 포동포동 살이 쪄가는 시즌이라 맛있는 음식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어느 한 가지 안 먹고 넘어간다면 제대로 가을을 보내지 못한 아쉬움이 늘 따라다닌다. 가을철이 점점 다가올 때 나를 가장 기대하게 만들고, 못 먹고 지나갔을 때 가장 많이 생각나는 가을제철은 나에겐 전어와 대하구이다. 나의 메뉴선택을 보고 많은 분들이 공감의 탄식을 하리라 확신한다. 요즘은 어디에서든 전어와 대하구이를 사다 먹을 순 었지만 그래도 파도 일렁이는 소리를 듣고 바다의 짠내음을 맡으며 먹는 경험에 비할 바 못 된다. 음식이란 자고로 오감을 이용해서 먹어야 하는 거니까. 대하구이를 먹으러 친구들에게 빠르게 연락한다. '대하구이'란 단어에 단톡방에서 친구들이 빠르게 반응한다. 어디 맛집을 아느냐, 어떤 식당으로 가느냐는 질문에 난 우문현답의 한 마디만 툭 던진다. "태안"


천리포수목원에서 운여해변으로

내 계획에는 없었으나 일행 중 한 명이 천리포수목원을 가고 싶다고 해서 천리포수목원을 먼저 들르기로 했다. 천리포수목원은 한국 최초의 민간식물원으로 역 1만 5600여 종의 수종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2차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으로 복무한 칼 페리스 밀러 대위가 전후 한국에 들어와 미군정과 한국은행에서 일을 하다가 한국의 멋에 빠져 60년대부터 수목원 조성사업을 단행, 70년대에 천리포수목원을 열고 79년 '민병갈'이라는 이름으로 귀화하였다. 천리포수목원은 2000년 국제수목학회에서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푸른 눈의 한국인', '나무 심는 사람' 등으로도 불릴 정도로 민병갈은 한국과 녹지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남달랐다. 사야가 김충선, 벨테브레이 박연, 칼 페리스 밀러 민병갈 등 한국 역사에서 이름을 빼놓을 수 없는 귀화인들이며 민병갈은 그의 말마따나 앞으로 한국의 후손들에게 값지고 푸른 자연을 선물해 준 고마운 분이시다. 


천리포수목원 인근에는 천리포해수욕장과 만리포해수욕장이 있다. 해수욕장의 백사장 길이가 길고 넓직하다고 해서 '천리포', '만리포' 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원래 전부 만리포로 불렸으나 지금의 만리포가 먼저 개방되고 추후에 지금의 천리포 구역이 별도로 개방되었던지라 '천리포'의 이름이 따로 붙여졌다고 한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태안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이면서 주변의 어촌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에서 많은 피난민들이 바다를 통해 도망쳐 정착한 곳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태안의 어촌에서는 황해도의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까나리액젓을 많이 만들고 전국적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천리포수목원을 나와 오늘의 마지막 일정으로 운여해변으로 간다. 운여해변은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소문난 은하수 포토존이다. 고도의 산업화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별보는 것도 힘이 든데 은하수 보기란 더 힘들다. 운여해변의 초입부터 이미 많은 사진작가들이 이곳저곳에 텐트를 치고 텐트밖에 나와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시켜두고 밤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곧 해가 저물 시간인데도 줄이 이다지도 길다. 물론 365일 내내 운여해변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볼 수 있는 날이 극히 드물다. 다른 곳에선 1년 내내 은하수를 볼 수 없지만 운여해변에서는 며칠 정도는 볼 수 있다 정도라 은하수만을 생각하고 운여해변을 찾았다간 실망만 하고 올 가능성이 크다. 은하수는 밤이 된다고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새벽까지 기다려야 하며 당연하겠지만 날의 청명도가 매우 중요할 뿐더러 계절적 기후까지 영향을 받으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마주하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일행도 은하수를 기대하고 간 것은 아니었지만 운좋게도 날이 맑고 때마침 일몰시간이라 낙조의 아름다움만큼은 제대로 만끽했다. 군데군데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지치자 일행은 돌계단에 앉아 낙조를 바라보며 이른바 '일몰멍'을 때린다. 문듯 생각나는 생텍쥐베리가 쓴 한 구절. "사랑한다는 건 마주보는 게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거야." 


안면도의 대하와 게국지

운여해변으로 오면서 이미 안면도로 들어섰다. 안면도는 태안의 또 하나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대한민국에서 6번째로 큰 섬이다. 안면도의 잘생긴 리아스식 해안과 호방하게 펼쳐진 갯벌도 유명하지만 먹거리로는 대하와 게국지를 빠뜨릴 수가 없다. 


흔히 태안반도를 코끼리 얼굴과 모양이 비슷하다고 한다. 코끼리 얼굴에서 코끼리의 길쭉한 코에 해당하는 곳이 안면도이다. 안면도는 엄연히 섬이니 코끼리 얼굴과 굳이 비교하자면 중간에 코가 한 번 끊긴 코끼리인 셈이다. 그러나 원래 안면도는 섬이 아니었으며 태안반도 역시 중간에 끊기지 않은 정상적인 코끼리 코 모양이었다. 안면도의 시작은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조선시대에는 남부지방의 세금을 배에 모아 바닷길을 통해 수도(개성 혹은 한양)로 운반했다. 이때 황해안 루트는 해안선이 복잡해서 해류가 급한 편이다. 그중에서도 현재 태안의 '안흥항' 항구 앞바다에 암초가 많아 유독 물살이 셌고 세금을 운반하는 세운선들이 침몰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한다. 그러나 황해안 루트를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었고 고려 17대왕 인종은 지금의 천수만에서 서산으로 올라가는 운하를 파는 사업을 단행했다. 단 당시 공법으로 이 정도 난이도의 운하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고 미완의 프로젝트로 남게 되었고 이후로도 많은 고려의 왕들이 도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였다. 태조 이성계조차 아직 조선을 건국하기 전 권력을 장악했을 때 운하 공사에 손을 대지만 실패했고 세종대왕마저도 유일하게 실패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황해안의 세운선 침몰 사고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고 조선후기에 와서야 16대왕 인조가 원래 계획했던 천수만-서산 루트를 포기하고 태안에서 안면으로 쭉 내려가는 길쭉한 곶의 가운데를 잘라버리기로 한다. 이렇게 안면'도'가 탄생한 것이다. 안면도와 태안의 가운데로 세운선이 지나가도 안흥항 앞바다를 일부분 지나야 하기 해서 조선 정부는 현종 때까지 천수만-서산 루트의 운하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끝내는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나마 안면도를 섬으로 만든 덕에 그 가운데 바다를 통해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일 순 있었다. 이렇게 조선후기 이래 계속 안면도로 이어지다가 1970년 안면대교가 놓아지면서 안면도는 몇 백 년만에 육지와 다시 연결될 수 있었다.


태안은 넓은 갯벌 덕에 김, 미역, 염전 등 다양한 양식산업이 발달해왔고 갯벌을 터전으로 한 다양한 식종의 생물들이 분포해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주 소중한 생태계의 보고 중 하나다. 그덕에 품질 좋은 해산물들이 사람들의 미각을 유혹하고 전국에서 이 홀림에 따라 태안으로 와 해산물들을 맛보고 간다. 그중 태안의 특산물 트로이카로 흔히들 쭈꾸미 샤브샤브, 게국지, 대하를 꼽는다. 우리는 꽃지해수욕장이 있는 방포항 쪽에 숙소를 잡고 근처 대하집을 찾아간다. 밤이 되니 하늘에 별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이렇게나 많은 별들을 근 몇 년 간 본 적이 없는데 우리 모두 별들에 크게 환호하며 기쁜 마음으로 항구를 걷다가 식당으로 들어가 주문한다. 먼저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제철회 전어와 회모듬을 먹다보니 게국지가 이어 나온다.

 게국지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게장과 양념장을 빨간 고추가루 넣고 김치와 함께 팔팔 끓여 칼칼하게 먹는 충청남도의 향토음식이다. 탱탱한 식감의 회와 온몸을 녹이는 게국지를 먹는데 소주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연거푸 소주를 들이키다 지친 몸과 함께 취할 즈음 마침내 오늘의 주인공 대하구이가 입성하신다. 대하는 새우가 크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은 맞지만 무작정 큰 새우를 '대하'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대하는 새우과의 한 종이다. 안면도의 대하가 유명한 이유는 서해안이 대하가 많이 잡히기도 하지만 안면도의 천수만이 대하가 집중적으로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하는 4~5월에 알을 깨고 나와 9~10월에 가장 살이 많이 오르기 때문에 가을철에 다들 대하를 찾는 것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해하'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대하의 생김새 묘사와 함께 "맛은 가장 달고 좋다"고 되어 있다. 대하는 보통 굵은 소금을 밑에 깔고 바싹 구어 먹는데 살이 통통해서 식감이 예술이다. 이미 거나하게 취해 있는데 대하튀김 서비스가 나온다. 꾸역꾸역 다 먹고 모두들 대하처럼 살이 오른 채 숙소로 돌아가 2차 술파티를 즐기러 간다.



게국지, 대하와 더불어 태안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특산물이 쭈꾸미다. 쭈꾸미 역시 천수만에서 많이 잡히는데 '드르니항'의 쭈꾸미가 굉장히 유명하다고 한다. '드르니'는 '들르다'의 순우리말이며 항구 자체는 작은 어촌마을이지만 이곳의 쭈꾸미 샤브샤브는 여행애호가들에겐 이미 소문나있으며 드르니항의 잔잔하고 안온한 경치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에도 사막이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

한국은 국토가 좁아 기후가 평이하다보니 그 지형이 그 지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태안을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태안을 가면 사막을 볼 수 있다. 물론 사하라 사막이나 미국 서부의 모하비 사막과 같은 원리로 만들어지는 사막은 아니다. 모래지형이 형성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태안의 사막은 바람의 퇴적작용으로 쌓이는 해안사구이다. 신두리 해안사구까지 가는 길에 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를 나와 지리 선생님이 된 친구가 알아듣기 쉽게 해안사구에 대해 설명해준다. '사구'란 모래언덕이란 뜻으로 바닷가의 모래 중에는 입자가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이 있다. 당연히 가벼운 모래가 상대적으로 더 바람에 잘 날리며 쉽게 운반된다. 입자가 무거운 모래는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바다를 마주하며 퇴적되어 '사빈'을 만들어낸다. 사빈이란 해수욕장의 모래를 말한다. 반면 입자가 가벼운 모래는 이리저리 날리다 사빈보다는 더 배후지역에 모래언덕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해안사구다. 바람이 퇴적시킨 모래언덕이 얼마나 크겠냐만 태안의 신두리 해안사구를 가보면 그 웅장한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지면서 사막에 와 있는 듯한 몰입력이 상당하다. 한 바퀴 다 도는 데만 한 두시간은 족히 넘게 걸린다. 한국의 기후특성상 북서계절풍의 영향이 커서 해안사구는 동해안보다는 서해안에서 더 잘 발달된다. 




모래지형은 삭막하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주변환경을 죽이거나 식생이 자라지 못하게 할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해안사구는 지하수 저장 기능과 자연방파제 기능을 하고 있으며 오히려 사초나 염생식물들이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생태계 다양성에 일조하고 있다. 그래서 그로인, 포집기 등을 통해 해안사구의 침식을 막아 의도적으로 생태종 다양성을 지켜나가고 있다. 


운여해변에서 생텍쥐베리의 글 한 구절이 생각났던 것으로 기억해보니 이곳 신두리 해안사구에선 <어린 왕자>의 한 글귀가 떠오른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야" 신두리 해안사구에도 일종의 오아시스 같은 작은 물웅덩이가 있는데 이곳이 신두리 해안사구의 포토존인 걸 보면 오아시스 덕에 사막이 아름다워지긴 아름다워지나 보다. 신두리 해안사구를 크게 한 바퀴 돌다보면 동화 같은 풍경에 취하고 거치면서도 낭만적인 황해의 경치로 산책이 끝난다. 




천리포수목원, 넓디 넓은 갯벌, 신두리 해안사구, 천수만. 태안은 다양한 생태종이 공존할 수 있는 자연생명의 보고 같은 곳이다. 게국지, 대하, 쭈꾸미, 김, 천일염 등 싱싱한 해산물들과 그 요리들이 많은 관광객들의 미각을 자극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태안의 해안국립공원은 대한민국의 유일한 '해안국립공원'이며 태안 바다 밑에는 수많은 고려시대 보물들이 수장되어 지금까지도 계속 탐사 및 발굴되고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눈여기고 있는 바다 중 하나가 태안의 바다이다. (태안의 바다에서 출토되는 유물들은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보관 및 전시 중이다.) 이토록 태안은 생명력이 강인한 자연문화가 첩첩히 울멍진 곳이다. 


이런 태안을 이야기할 때 그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순 없겠다. 2007년 12월 7일 대한민국 최악의 재난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태안 기름 유출 사고'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고 파도가 거세게 격랑치던 새벽. 풍랑주의보에도 항해를 강행하던 예인선단 삼성 T-5호가 아랍에미리트에서 26만 킬로리터의 원유를 싣고 귀항 중이던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충남 대산항 앞바다에서 충돌해버려 유조선에 3개의 큰 구멍이 뚫려버렸고 1만 2500킬로리터의 그 정제되지 않은 원유들이 그대로 바다를 타고 태안 해안가와 갯벌을 덮쳐버렸다. 삼성중공업에서는 브랜드의 평판을 우려해 사건명에 본인들의 회사명을 붙이기를 꺼려했고 '태안 기름유출 사건'으로 언론화되었지만 공식 사건명은 '삼성 1호-허베이 스피릿호 유출사고'가 맞다. 굳이 내가 여기서 책임소재를 따지는 건 무의미해보인다. 삼성 T-5호나 허베이 스피리트호나 충돌을 원해서 충돌된 것은 결코 아니지만 궂은 날씨를 뻔히 알면서도 괜찮을 거라는 안일함에 메뉴얼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항해를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원래 충남의 해역 물살은 암초가 많아 매우 급한 편이다. 세운선이 자꾸 이 해역에서 침몰하니까 고려~조선에 걸쳐 운하건설을 포기하지 못했고, 고려시대 난파선들이 태안의 바다 밑에서 계속 발견되는 것도 그 오래 전부터 이 급한 해류에 침몰된 배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진출처: 동아닷컴
사진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사진출처: 환경일보

해류를 따라 태안의 만리포해수욕장이 직격탄을 맞았고 주변으로 퍼지며 마치 태안반도를 포위하듯 그 청정바다가 검게 물들어버렸다. 자연생태계는 파괴되었고 지형적 특성상 어업과 해산물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전재산과 미래의 재산까지 잃게 되어버렸다. 한국에선 원유유출사고가 그다지 빈번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름유출에 대한 행정적 메뉴얼이 없었고 하필 시즌이 대선 선거철인지라 행정력도 공고하지 못한 상태였다. 태안군과 해경, 중앙행정부처 등은 우왕좌왕하며 초기대응에 완전히 실패해버렸고 기름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던 주민들이 방제도구없이 손수 기름제거작업에 나서다보니 기름을 온몸에 뒤집어쓰고 각종 질병을 호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삼성중공업 역시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보상문제는 탁상공론으로만 그쳤고 생계를 잃었다는 절망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태안군민들도 있었다.


도저히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전국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원봉사자를 자처하며 태안으로 몰려들었다. 방제도구와 장비가 부족하자 헌옷을 가져와 닦았으며 모금금액도 어마어마했다. 때마침 방학기간이라 밀려오는 학생들의 수 또한 엄청났다. 2008년 2월 말 자원봉사자 수가 100만 명을 넘겼다. 전국민 도움의 물결은 실로 감동적이었지만 너무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몰린 탓에 태안군은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했고 자원봉사자들은 그 유독한 방제작업을 별 보호도구 없이 진행해야만 했다. 물론 그 유독성에 가장 많이 노출된 분들은 태안군민들이다.

사진출처: 세계일보


결론적으로 태안은 회복되었다. 2008년 봄~여름경에는 육안으로 보이는 기름은 현격하게 줄어들었고 정부 차원에서 호소도 하지 않았음에도 태안으로 몰려온 자원봉사자들은 다시 한 번 국가비상사태에서 대국민이 단합하는 국민정서를 보여주었다.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났다. 생태학적으로 사회적으로 의료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내가 뭐라고 할 전문가는 아니지만 언젠가 본 기사에는 기름을 먹는 미생물들이 발견됐다고 한다. 자연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한 것이다!


태안은 아주 강인한 곳이다. 태안의 자연과 생태가 증명한다. 생명의 싱싱함, 생명력, 풍부함, 청정함 등은 어느 곳과 비교해도 태안은 뒤로 빠지지 않는다. 태안여행을 가본 사람으로 장담할 수 있는 것. 태안의 해산물은 정말 맛있다. 정말로.



◆ 여행의 재미를 더 깊이! 여행지와 어울리는 책 추천 

- 이진이 <태안 기적의 바다>

영화 <변호인>, <강철비>, <정상회담> 등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이 기획하고, 방송다큐멘터리에서 오래도록 활동해온 이진이 작가님이 '태안 기름 유출 사고'를 배경으로 만든 웹소설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책으로도 출판되었습니다. 소설을 위해 제작진들이 철저한 조사를 하셨고 조사의 노력이 고스란히 소설에 담아져서 당시 태안 사람들의 생활, 절망감, 다시 일어나겠다는 극복의지 등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주조연의 비중 없이 '민수'라는 주인공으로 주변의 모든 인물들이 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그 이야기들이 서로 맞물리며 진행되는 스토리는 진진하고 또 감동적입니다. 비단 사고의 충격으로 감정만 건드리는 신파적 작품이 아니라 사고 그 이후 그 여파와 후유증이 어떤 식으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까지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야기와 더불어 행정의 무능과 빈틈, 거대한 사고 앞에 인간애가 어떻게 찢어지고 다시 봉합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사고 당시 대한민국 사람들이 보여주었던 감동의 120만 자원봉사의 물결을 조명하려는 취지가 참 선하다는 인상을 주는 책이랍니다. 


◆ 여행의 재미를 더 깊이! 여행지와 어울리는 영화 추천 

- 마이클 커티즈 감독의 <카사블랑카>

험브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할리우드 고전영화 <카사블랑카>입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전쟁을 피해 많은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피난을 가기 위해 포르투갈 리스본에 모여들었습니다. 그러나 리스본에 가는 것도 쉽지 않게 되어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카사블랑카가 경유지로 부상합니다. 안전을 위해 떠나야 하지만 사랑 때문에 발이 묶인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동요하는 내용이랍니다. 사막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 <카사블랑카>의 줄거리는 사연을 품고 '떠나야 한다'는 공간적 특성을 반영하는 듯합니다. 2차세계대전 당시 2차세계대전 배경의 영화를 찍은 독특한 작품이며 만들어진지 8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불후의 명작이죠. 영화의 희대의 명대사 "Here's looking at you, kid" 는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100대 명대사 중 5위를 차지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로 번역되어 의역의 아주 훌륭한 예로 인정받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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