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의 가장 핵심이자 불국사 구역 중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은 청운교, 백운교를 올라선 대웅전 앞 석가탑, 다보탑 영역일 것이다. 그 다음은 연화교, 칠보교를 올라선 극락전 앞의 영역 정도 될 것이다. 대웅전의 금당은 석가모니의 세계이고, 극락전의 금당은 아미타여래의 세계를 상징한다. 아마 이 두 영역이 입구 쪽에 맞대고 있으며 석가탑, 다보탑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불국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불국사의 전부는 아니다. 대웅전 뒤로는 승려들이 공부를 하던 강당 무설전이 있고, 그 뒤로는 비로전과 관음전이 있다. 비로전에 모셔진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상이 국보 26호, 오늘의 주인공이다.
비로전은 말그대로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공간으로 비로자나불은 우주만물을 창조한 불교에서의 최고신이다. '비로자나'란 산스크리트어로 '두루 빛을 비추는 광명'이란 뜻으로 비록 비로자나불이 최고신이긴 하나 절대신은 아니다. 해석하자면 비로자나불은 세상의 중심에 있으나 불교에서는 모든 중생을 비로자나불의 현신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만물을 움직이게 하는 개념적인 원리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비로자나불의 수인은 왼손의 검지를 오른속으로 감싸고 있는 지권인으로, 지권인의 수인은 오로지 비로자나불만 할 수 있다. 왼손은 중생, 오른손은 석가 혹은 불법을 상징하기 때문에 비로자나불의 지권인은 중생 하나하나를 석가 혹은 불법이 구제한다는 의미가 있다. 혹은 부처나 중생이나 다르지 아니하고 결국 같은 존재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비로자나불상을 모시는 공간을 비로전 혹은 화엄전이라고 한다. 그러나 불국사의 금동비로자나불좌상은 왼손과 오른손이 뒤바뀌어 있다.
불국사의 비로전에 모셔져 있는 금동비로자나불좌상은 역시 지권인 수인을 하고 있으며 가부좌를 하고 있다. 높이 1.77m로 사람 키와 맞먹는 높이이며 도금된 금은 처음 제작됐을 당시에서부터 지금까지 크게 벗겨지지 않고 양호한 상태로 내려오고 있다. 표정은 권위적이거나 압도적이지 않지만 찬란한 금 때문인지 최고신으로서 품위를 잃지 않다. 전체적으로는 우람한 몸에서 귀티가 흐르고 있는데 전형적인 신라 중대 대승불교가 성행하던 시기의 표상과도 같다. 금으로 표현된 옷 주름은 빛을 받으면 더 황홀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