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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Feb 11. 2020

[국보 40호] 정혜사지 13층 석탑, 도전적 시도

    어느 정도 석탑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현존하는 석탑들 중 가장 높은 층수는 10층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국보 2호인 원각사지 10층 석탑과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경천사지 10층 석탑이 대표적인데 실은 가장 높은 층수는 경주에 있는 정혜사지 13층 석탑이다. 비록 층수 자체는 가장 높지만 높이는 6m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지금은 흔적으로만 남아 있는 정혜사와 정혜사지 13층 석탑은 9세기 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양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유일무이한 양식을 가지고 있는 석탑이다. 기단부에는 감실을 만들어놨는데 안에 무언가를 봉안했으리라 추측하고 있지만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으며 도굴의 흔적도 없기 때문에 감실의 기능은 미감을 위해서인지 어떤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인지 알 수는 없다. 역계단형의 1층 옥개석은 거대한 반해 2층부터 상층부에 이르기까지는 크기가 급격히 작아지는 특이한 형태이다. 


사진출처: 티스토리-빈구름 노니는 곳


   정혜사지 13층 석탑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없는 독특한 이형탑인 것은 맞다. 신기하긴 하지만 인상적이진 않다. 이는 최소한의 비례미를 인정하지 않고 파격적 시도에만 집중한 결과는 아닐까. 걸작은 법도에 구속되지 않으면서도 법도를 벗어나지 않는 법이라는 말이 있다. 제작자 혹은 창작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나치게 튕겨져 나가버린 듯하다. 그러나 이런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누적되어야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되고 걸작을 위한 경험치가 될 수 있다. 결과야 어떻든 도전적 시도는 그 자체로 의의가 있는 법이다.


사진출처: 경주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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