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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Feb 12. 2020

[국보 41호] 용두사지 철당간, 청주의 돛대

    당간이란 사찰의 깃발을 걸기 위한 장대로, 사찰의 깃발을 '당'이라 하고 장대를 '간'이라고 한다. 지금에서야 사찰에서 깃발을 게양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던 광경으로 주로 돌로 만들기 때문에 전국 곳곳에 폐사되어버린 사찰터에 홀로 우뚝 서 있는 당간지주들을 확인할 수 있다. 청주에 있는 국보 41호 용두사지 철당간은 지금은 없어진 용두사라는 절에 있었던 철로 만든 높이 13m의 당간이다. 원래 철통 30개를 위로 이어붙인 형태였으나 지금은 20개만 남아 있다. 10개의 소재지는 불분명하다.



   보통 폐사지는 흔적을 볼 수 있어서 주춧돌들은 남아 있기 마련인데 용두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바람에 지금의 용두사 터에는 번화가가 조성되어 있다. 따라서 용두사지 철당간은 도심 한복판에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고고하고 꼿꼿하게 서 있다. 청주시의 모양이 한 척의 배와 같아서 용두사지 철당간을 '청주배의 돛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실제로 용두사지 철당간과 관련해서 배와 관련된 일화가 내려온다. 청주는 유독 홍수의 피해가 심했던 곳이었는데 어느 한 점술가가 돛대를 설치해놓으면 수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용두사에 철당간을 세우자 실제로 홍수 피해가 잦아들었다는 이야기다.


   청주시의 주요 관광 아이템은 직지이지만 실제 청주시의 자존심을 형상화한 설치미술은 이 용두사지 철당간이 아닌가 한다. 사실 별다른 미적 아름다움은 없지만 단순히 철통 여러 개를 이어붙인 것만으로 대나무를, 그것도 철로 만든 대나무를 연상케 하며 청주시의 절개와 기개만으로 하늘을 찌르겠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사진출처: 금성출판사


   20개의 원형철통이 이어진 용두사지 철당간 중 3번째 철통엔 이 철당간과 관련된 글귀가 새겨져 있다. 용두사지 철당간이 제작되었던 연대는 준풍 33년 2월 29일, 그러니까 고려 4대왕인 광종 13년 서기 926년이라고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고 당간을 세우게 된 과정과 그 의미, 그리고 시주한 승려 및 기타 시주자들의 명단까지 열거하고 있다. 또한 용두사지 철당간을 소재로 작시된 한시가 적혀 있는데, 이 한시가 용두사지 철당간의 예술적 의의를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당간이 처음 서서 하늘 가운데를 압도하니

교묘하게 이루어진 물건의 형상이요, 장엄한 불법이로다

형제간 두 집이 선업을 잘 닦아서

주조하고 세우니 영겁토록 무궁하리라



우리나라에 철당간으로는 청주 용두사지 철당간과 더불어 충남 공주의 갑사, 경기도 안성의 칠장사와 함께 3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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