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에 지친 손짓, 발짓도
스텝 바이 스텝
넥타이를 타고 질주하는 목소리 부대도
스텝 바이 스텝
젊은이들이 정글이라 부르는 곳
빙글빙글 돌아가다 보면 구두들의 이야기가
영화자막처럼 펼쳐지는 곳
시곗바늘 뒤축이 닳아질 때까지
돌아가는 곳
늙은 새들의 고독사도
물고기의 떼죽음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돌아가는 곳
엄마의 폐병도, 아버지의 빚보증도 양 세 마리와 함께 돌고 돌아가는 곳
자기만의 울렁거림 안에서 평생을 휘몰아치며 되돌아가는 곳
발걸음 소리도 날아오르고
어지럼증도
귓가의 먼 산 너머로 피어오르는 곳
구멍 난 양말과 찢어진 스타킹의 독백이 모여
물방울 숲을 지나 불의 해협을 건너간다
스텝 바이 스텝
앞서거니 뒤서거니
문이 문을 잡아먹고 스텝이 스텝을 잡아먹어도
울며불며 이를 갈며 돌고 돌아가는 곳
가시가 꽃을 뱉고,
꽃은 나무를 뱉고,
울며불며 이 악물고 되돌아가는 곳
돌고 돌다 보니 모두 다 사라지고
문과 문 사이
스텝과 스텝 사이에
끼어서 돌아가는 건
회전문 중독자
어쩌면 우리는 모두
세상살이에 지친
회전문 중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