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문 중독자

by 정원선

세상살이에 지친 손짓, 발짓도

스텝 바이 스텝

넥타이를 타고 질주하는 목소리 부대도

스텝 바이 스텝


젊은이들이 정글이라 부르는 곳

빙글빙글 돌아가다 보면 구두들의 이야기가

영화자막처럼 펼쳐지는 곳

시곗바늘 뒤축이 닳아질 때까지

돌아가는 곳


늙은 새들의 고독사도

물고기의 떼죽음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돌아가는 곳

엄마의 폐병도, 아버지의 빚보증도 양 세 마리와 함께 돌고 돌아가는 곳

자기만의 울렁거림 안에서 평생을 휘몰아치며 되돌아가는 곳


발걸음 소리도 날아오르고

어지럼증도

귓가의 먼 산 너머로 피어오르는 곳


구멍 난 양말과 찢어진 스타킹의 독백이 모여

물방울 숲을 지나 불의 해협을 건너간다

스텝 바이 스텝


앞서거니 뒤서거니

문이 문을 잡아먹고 스텝이 스텝을 잡아먹어도

울며불며 이를 갈며 돌고 돌아가는 곳


가시가 꽃을 뱉고,

꽃은 나무를 뱉고,

울며불며 이 악물고 되돌아가는 곳


돌고 돌다 보니 모두 다 사라지고

문과 문 사이

스텝과 스텝 사이에

끼어서 돌아가는 건

회전문 중독자


어쩌면 우리는 모두

세상살이에 지친

회전문 중독자.

작가의 이전글먼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