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드는 쪽으로 추억을 맺지 못한 가지가 자란다
나무에 뼈가 차오르기까지
화분은 냉정해진다
냉철함은 식물성에 가까운 거리,
화분은 꿈을 꾸듯 몽롱해진다
아무 생각 없이
햇빛에 말라가는 양말과 속옷들,
평범하지만 깨끗한 속마음을 지녔다
배롱나무에 참새들이 모여 산다
하나같이 꽃 진 자리를 안타까워하는 새들이다
뜨거운 감자를 상상만 해도 죄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껍질을 벗기면 알맹이만 가지고 노른자로 치부하던 시절!
식물의 표정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었지
새로운 이파리 하나를 얻는다 해도 소용없었지
껍질에는 이기심도 없고,
이파리 사이에는 왕따도 없길 바랐지
우리들의 노파심에는 행복의 나라가 어울릴까 몰라
시들어가는 식물은
처음 듣는 풀벌레 소리에
잠시,
헛것에 빠져 산 게 아닌가 하는
착란을 일으킨다
작은 이야깃거리도 되지 못한 꽃잎 하나가
옆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쉰다.
* 이외수 소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