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돌에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 위에 무엇인가를 적어보고 싶어졌다
가지런한 흰 고무신 한 쌍을 돋보기 삼아
풍경 소리가 거느린 고즈넉한 사연을
조용조용 적어본다
흐릿한 달은
흑심이 없어서 그런지
홀로 근심하는 일이 적어졌다
단 하나의 색에 집착하여
염화미소까지도 흔들리고 있다면 어떨까?
풍경 소리는 오롯이
신들린 배흘림기둥을 꿈꾸며 살고 있다
목탁 소리가 부처님 손바닥을 떠나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잘도 달려간다
보리수 역에 단번에 도달하고 싶은 마음이 한없이 커진 모양이다
섬돌 바닥에서
서리를 품은 성근 별이 하나둘씩 켜져 간다
잔잔하게 늙은 별들의 미소까지 들썩거린다
흰 고무신을 떠도는 모든 구천의 냄새는
쳇바퀴 도는 자비의 형태로 전해져 내려온다
섬돌 위에 도래한 갸륵한 밤은
하얀 서릿발로 먹을 갈아 새로운 전복의 서를 써 내려간다
컹컹거리는 개 발자국으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어둠이
한 권의 밤을 갈기갈기 찢어발겨
우리에게 맛있는 먹잇감으로 던져준다
섬돌 위에는
뜻밖이라는 듯,
소나무의 기괴한 비명이 미끄러져
덩그러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