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목구비를 갖춘 것도 아니지
크기는 작은 물방울과 비견되지만
물방울처럼 마르지도 않지
눈물방울처럼 짭조름하지도 않지
작은 공인가 싶어 집어보면 한 알 한 알 집기가 더 어려워지지
절대 한 톨로는 멀리 못 날아가지
모래알을 손에 가득 쥐고 던져야 조금이라도 날아가다 흩어지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것이 유일한 탄성이지
모래알을 손바닥에 놓고 비비면
구름이 침처럼 입에 고이지
누군가는 모래알을 사리처럼 여겨 가슴 해변에 쌓아두고 지내지
모래시계는 잃어버린 시간을 향해 흘러가는 중이며,
모래 언덕은 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벅차오르지
모래알은
똥도 누지 않고,
오줌도 싸지 않으며,
냄새조차 풍기지 않네
모래알에는 달빛에 되비치는 표정도 없고,
끌어당기는 점성도 없어 서로 사랑하며 지내기가 어렵지 뭐야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모래알은
단 한 톨의 욕망마저 거세한 어린 천사라네
모래알은 섹스하지 않아도 그 수가 줄어들지 않지
자식을 낳지 않아도 수가 줄어들지 않지
뺄셈, 덧셈, 곱셈, 나눗셈을 몰라도
반짝이며 주눅 들지 않지
모래알을 손에 쥐고 눈을 감으면 들려오네
모래알들이 개미처럼 줄지어 모래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소리가 -
모래알은 단 하나의 육체로 기억되고 싶어도
표정을 잃어버린 탓에 실패를 거듭했네
해변, 공사장, 테니스장, 공터, 놀이터의
모래알을 한데 모아
조그만 기암괴석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