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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얼굴 Nov 29. 2024

바게트 처음 만들기

보리분말, 통밀가루를 사용하기


오트밀로 타르트를 만든 계기로 베이킹에 관심이 생겨 남편과 같이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샀다.


내 생일이 근처여서 인생에 선물을 준 것 같았다.


홍상기님의 ‘마스터 베이킹’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몰라서 신랑과 내가 손이 이끌리는 대로 책을 여러 개 선택해서, 그중 설명이 상세하고 그림이 많은 책으로 ‘마스터 베이킹’을 골랐다.


책을 산 것만으로도 난 이미 제빵인이었다.

조금씩 재료들을 구매한 후 내가 도전한 빵은 책에 처음으로 나와있는 ‘바게트’였다.


폴리쉬반죽을 해서.. 본반죽을 하고.. 몰트 엑기스는 왜 넣는 거며… … 어질어질..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라며 바게트를 완성한 모습이 그려지질 않았다.


폴리쉬 반죽을 위한 재료들. 생이스트는 물에 잘 풀어주고 물온도는 30도로 해준다.


주요 공정


폴리쉬 반죽 > 본반죽 > 1차 발효 > 분할 > 벤치타임 > 성형 > 2차 발효 > 굽기 > 완성


[ 폴리쉬반죽 재료 ]

- 물 350g
- 생이스트 3g
- 강력분 250g
- 보리가루 100g

* 보리가루로 백밀가루를 대체했다.


우선 책에서 하라는 대로 재료를 계량하고 섞고 반죽을 해줬다. 결혼 전 PT를 끊었을 때 사용하던 저울이 다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생이스트 3g을 물 350g에 잘저어 푼후, 가루들과 섞어준다.
밥주걱으로 섞어줬다.
랩을 씌운후 25도에서 60분 발효해줬다.
발효한 반죽을 냉장고에 16시간 넣어줬다.(냉장고 온도는 영상5도) 책에선 15시간이었다.


재료들을 섞고 반죽하고 발효하는 과정들을 하면서

유튜브 영상에서나 봐왔던 것들을 내가 하고 있다는 것이 생소하고 멋졌다.


한편으론 맨날 빵만 만들다가 많이 먹어서 손가락이 퉁퉁 부어버리면 어쩌나 하고 걱정도 들었다.

평소 빵을 멀리하고 살았고, 다이어트를 하면서 밀가루는 죄악이라는 편향된 사고를 가지고 있었기에 걱정을 하면서도, 설렘에 반죽을 하는 내 손을 막을 수는 없었다.



[ 본반죽 재료 ]

- 통밀 강력분 450g
- 보리가루 200g
- 폴리쉬 반죽 전량
- 인스턴트트라이이스트(레드) 2g
- 물 A 10g
- 물 B 400g
- 몰트엑기스 6g
- 소금 20g


본반죽을 준비하면서 ‘몰트 엑기스’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다.


< 몰트 엑기스 >

1. 빵의 색을 진하게 나타내준다.
2. 빵의 풍미를 돋아준다.
3. 빵의 안정된 발효를 도와준다.

인스턴트드라이이스트(레드)라는 재료도 생소한데, 몰트 엑기스라니.. 아이를 낳고 ’원더윅스‘라는 단어를 들을 때보다 더 생소한 단어였다.


재료를 모두 섞어 반죽을 해준다. 이때 물A(10g)와 드라이이스트를 섞어 사용한다.
손반죽을 10분 정도 해주고 랩을 씌웠다.


집에 반죽기가 없어서 체력과 인내가 필요한 손반죽을 해주었다. 책에서 1분 2분이면 끝나는 작업이지만, 적당한 모양새(?)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들여 반죽해 주었다.


이때 안 사실인데, 책에서는 백밀가루로 진행했고 나는 통밀가루와 보리분말로 만들었기에 모양도 색도 반죽의 차짐도 달랐다. 내 반죽은 질은 느낌이어서 반죽하기가 힘들어서 보리가루나 강력분을 더 넣으려다가 재료가 다름을 깨닫고 더 넣지 않았다.


잘 발효되라고 이불로 덮어주었다.90분 1차 발효를 해준다.


제빵에는 1차 발효가 존재한다. 반죽을 부드럽게 하고 빵의 풍미를 높이는 작업이다. 25도에서 90분간 1차 발효를 시켜야 했으나, 주방 온도가 낮아서 제일 따듯한 안방에 두고 이불까지 덮어주었다. 마치 옛날 어르신들이 청국장을 띄우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현미 또띠아 피자(좌) / 불고기 데리야끼 현미 또띠아 피자(우)
오븐에 구운것(위 : 불고기 피자) / 전자렌지 돌린것(아래)


빵을 숙성시키니 집에 어른 한 명과, 아기 한 명이 배고프다고 해서(아기는 “맘마, 맘마” 하더랬다) 현미 또띠아 피자와 아기 이유식을 만들어 줬다.


현미 또띠아는 오븐과 전자레인지를 비교해 볼 생각으로 나눠 만들어보고, 남편에게 “어느 게 오븐에 구운 거게~?” 하니까 한 번에 오븐에 구운 불고기 또띠아 피자를 골랐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 “오븐냄새가 나” 하는데 비염이 있으면서 그런 냄새는 어떻게 맡는지 궁금하다.


이유식 먹고 기분 좋아진 주용이


밥을 만들어주고 브런치를 읽다가 당근거래에 갔다 오니 90분이 훌쩍 넘었다. 혹시 반죽에 이상이 있으려나 하는 생각보단 ’반죽이 아랫목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구수한 매력이 있다.


반죽이 잘 부풀었다.


1차 발효가 끝난 반죽은 사랑스러웠다.

보자마자 “헉~!” 소리를 냈다.


9월에 천연발효종 만들기에 실패해서 발효되어 부푼 반죽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 놀라웠다.


“찰싹-! 찰싹-!”소리가 나게 표면을 때려보며 기쁨을 만끽했다.


반죽을 298g 씩 나눠 줬다.
소분한 반죽은 예비성형을 해서 발효시킨다.


반죽을 298g씩 소분하는데 300g도 아니고 왜 298g인지 모르겠지만 홍상기 명장님이 하라는 대로 해야 실패확률을 낮출 수 있으므로 모두 소분해 주었다.


총 6개가 나왔고 마지막 한 개는 298g에 못 미쳤지만 모양을 다듬어주었다. 조금 작은 바게트빵을 만든다

생각하기로 했다.


소분한 반죽은 예비성형을 해서 30분간 본성형 전 발효를 한다.


이번에는 안방에 두기만 했다. 랩을 씌우면 모양이 달라질 것 같기도 했고 너무 발효하면 빵의 결이 안 좋아진다고 책에 나와있었다.


발효가 끝난 빵은 성형을 해준다.
예쁜 바게트모양이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 성형하는 법 ]

1. 예비성형과 발효를 마친 반죽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려 가스를 빼준다.
2. 반죽을 위에서 아래로 가볍게 말아준다.
3. 끝 부분(이음새)은 손바닥 끝을 이용해서
    꾹꾹 눌러준다.

4.(내방식) 이음새가 위로 가게 해서 말아서
     반죽을 길게 바게트 모양처럼 성형해 준다.

5. 완성된 반죽은 40분간 2차 발효를 해준다.


성형하는 단계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반죽이 질어서 손에 묻어나는 이유도 있고, 어느 방향으로 반죽을 접으라는 건지 책에서 나와있는 대로 하는 게 어려웠다.


어릴 적에도 종이 접기의 설명서가 있어도 도통 무슨 뜻인지 몰랐었는데 아이일 때나 커서나 난 그쪽은 취약한가 보다.


대강 내가 이해한 대로 반죽을 성형하고 마지막 발효시간을 기다리며 주용이를 재웠다.


조금 더 부풀은 반죽.
겉가루를 뿌려주고, 칼집도 내주었다.


반죽 표면에 칼집을 내고 겉가루를 뿌려주니까 두근두근 마음이 더 설레었다. 이제 굽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바게트 길이에 맞는 빵틀이 없어서 오븐 안에 그대로 넣었다. 굽기 전 230도에 20분 예열해 두고 오븐 안에 물을 조금 뿌려주었다. 분무기나 스팀으로 해야 했는데 둘 다 없으므로 손에 물을 묻혀 빵에 착착 튀겨주었다.


구워지는 빵..내가 이걸 만들다니


’내가 바게트를 반죽해서 집에서 오븐으로 굽다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완성된 바게트!


완성되기 20초 전에 손을 얼굴에 대며 “꺄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너무 신났다.


책을 구매하고 재료 구입부터 반죽과 발효 성형 굽기 완성까지 총 15일이 걸렸다. 길면서 짧은 시간이었다. 뿌듯했다.


식히는중
안과 밑면은 촉촉하다.


옆으로 봐도 위로 봐도 예뻤다. 책과는 모양이 달랐지만 내가 만든 나의 바게트빵.. 그것도 통밀과 보리가루로 만들어서 건강까지 챙긴 나의 첫 빵!


깨를 올리니 더 예쁘다.


두 번째 때는 깨도 올려서 구워봤다.


꿀과 함께 남편에게 주었다.


남편은 맛있게 먹어줬다. 남편이 좋아하는 딸기잼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일본에서 사 온 꿀로 대신하였다.


옆에 두었던 작은 반죽. 귀엽게 구워졌다.


예쁘다는 생각만 들었다. 맛은 통밀과 보리가루로 만든 바게트를 먹어보질 않아서 모르지만 괜찮았다.


짭짤한 소금맛과 구수한 통밀의 맛이 났다.

조각 몇 개를 먹으니 배가 부르다.


베이킹을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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