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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치료과정 4

성형이야기

by 밝은얼굴


- 내 찢어진 눈, 쌍꺼풀 없고 답답한 눈매가 싫었다.

- 내 튀어나온 광대, 살과 함께 튀어나와

각진 내 광대가 싫었다.

- 내 눌린 코, 콧대가 낮고 콧볼이 넓은 게 싫었다.

- 내 치아, 오랑우탄처럼 튀어나온 입이 싫었다.


내 얼굴, 내 얼굴 모든 곳이 부족하고 싫었다.


그래서 모든 곳을 성형, 시술, 교정했다.


1. 눈 : 몽고주름을 없애려 앞 트임을 하고,

인라인으로 쌍꺼풀을 했다.


> 쌍꺼풀을 하니 화장할 때 정말 편하고 좋았다.

외국 유튜버 화장법을 따라 할 수 있었고,

쌍꺼풀이 생긴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2. 광대 : 튀어나온 광대를 집어넣고

나사로 고정해 놓았다.


> 아는 언니 따라갔다가 얼떨결에 나도 계약했는데

평소에도 내 튀어나온 광대가 싫어서 집어넣었다.

수술 후 퉁퉁 부운 내 얼굴을 보면서도

이뻐질 생각에 기분이 좋았었다.


3. 코 : 콧대에 실리콘, 코끝은

내 비강뼈를 넣어 올렸다.


> 콧대가 넓고 콧볼이 두툼해

고릴라 같은 얼굴이 싫어서 넓은 면은 좁히고

낮은 곳은 올렸다. 하고 난 후 숨쉬기가 힘들고

눈이 몰려 보여 이상했는데

시간이 지나 부기가 빠지니 만족스러웠다.



이때쯤부터 난 성형중독이었을지 모른다.



4. 입 : 생니를 발치하고 교정으로 간격을 좁혀

튀어나온 입을 안으로 줄였다.


가지런했던 나의 치아는 어금니가 없었고

윗니 두 개는 발치, 아랫니는 어금니삽입대신

사이를 좁혀 입평수(?)를 줄였다.


TV에 나온 라미네이트를 한 연예인처럼

가지런하고 하얗길 바랐는데 그러질 못했다.

65% 만족했다 교정도 3년 이상 했다.


5. 기타 시술 : 애교 살을 넣었었다. 지금은 다 녹았다.





난 성형중독으로 갈 뻔했다.

아니 갔다 왔다.


내 모든 곳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수 태양님의 “눈, 코, 입”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너의 눈 코 입

날 만지던 네 손길

작은 손톱까지 다

여전히 널 느낄 수 있지만. “


이는 가수 태양님이 배우 민효린 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눈 코 입, 손과 손톱까지도

아름답다는 마음으로 작사했을 것이다.


나는 내 얼굴과 몸이 아름답지 않았다.

얼굴은 특히나 매일 거울을 보며

부족한 면만을 바라보며 남들과 비교했다.


비교대상은 외국 뷰티유튜버들.


쌍꺼풀이 있고 턱이 날렵하고

광대가 없고 입은 튀어나오지 않은,

나와는 다른 인종의 사람들로 비교했다.


몸도 함께 비교했다. 몸의 비교대상은 더 넓다.

나보다 날씬한 사람은 다 내 비교대상이다.


나보다 날씬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나는 100kg 가까이 나간 적이 있는 사람이니

지나가는 아무 나도 다 내 비교대상에 껴있다.


체중계가 97kg를 찍었을 때 이후로

재보지 않았으나 분명 100kg가 넘었으리라.


성형을 하고 나면 동기부여가 돼서

굶고 약을 먹어가며 살을 조금씩 뺐었다.

눈을 하고 빼고, 다시 찌고, 광대하고 빼고,

다시 찌고, 코를 하고 빼고, 다시 찌고

입을 교정하면서 빼고 다시 찌고를 반복!


몸무게가 그래도 조금씩은 내려갔다.

95kg.. 86kg.. 82kg에서 꽤 오래..

79kg.. 77kg.. 오래

75kg 때 남자친구(현 남편)를 만났고,

이때가 코 성형과 치아교정을 했을 때다.


약을 먹고 굶어서 뺀 결과물들!


몸무게가 내려가고 성형으로 얼굴을 뒤바꾸며

나는 내가 예뻐지고 있다고,

매일이 리즈를 갱신하고 있다고 믿었다.


자신감도 뿜뿜!

난 그것이 자존감인줄 착각했었다.


내 마음은 병들고 나를 싫어했는데.

자꾸만 나를 고쳐야 한다고만 했는데.

난 나를 예뻐하고 존중하는 법을 몰랐다.


얼굴에만 집중되어 있어

얼굴은 소두고 몸은 큰 사람이 되었다.


“패완얼, 패완얼!” 하며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며 얼굴을 믿고

건방진 사람이 되었다.


화장도 잘해서(나 한정) 화장실에서

모르는 분이 예쁘다고도 했는데,

그러면 더 자신감이 나서 날아다녔다.


렌즈는 절대 빼지 않고 잠잘 때도 끼고 잤다.

현남편인 전 남자 친구는

내 눈동자가 갈색인 것을 결혼 후에 알았다.


뚱뚱했던 내 몸은 옷으로 커버했다.

꽉 끼는 거들에 조이는 브라를 착용했고,

작다 생각한 키는 하이힐을 즐겨 신었다.

구두 없이는 약속도 잡지 않았다.


어쩌다 갑자기 약속이 생겼는데

구두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낮으면

시내에 나가서 구두를 새로 샀다.


새로 산 구두에 완벽한 얼굴, 화장.

꽉 끼지만 거들로 보정한 몸에

한껏 모아 올린 가슴.


몇 번이고 탈색한 머리에

튀는 옷, 튀는 화장, 튀는 귀걸이

톡톡 튀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이었다.


어쩌면 사랑을 갈구하던

사람 같기도 하다.

사랑받고 싶어

마음을 너무 세게 흔든 사람 같았다.


그렇게 외면을 가꾸고 가꿔야만

내가 사랑받을 수 있다 생각했었나 보다.


날 떠나지 않고, 날 보듬어주고, 날 지켜줄 사람.

내가 무슨 행동을 해도 날 사랑할 사람.


그것은 엄마였나 보다.

예쁘다 예쁘다 들을 나이인 시기에

엄마 없이 자란 아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몰랐다.


자신이 예쁘게 바뀌어야지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치아교정을 할 무렵. 자꾸만 내 치아에

불만을 쏟던 나에게

(더 줄여달라고, 간격을 모아달라고 했었던듯하다.)

담당 원장 선생님이 조언을 해주셨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내용의 뜻은 기억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나는 그때 뭐라 대답할 순 없었지만

내면의 무언가 꿈틀거리며 반응했던걸 기억한다.


내 치아의 한쪽은 맹구처럼 빈 공간이 있다.

난 이것을 교정하지 못한다.

이것을 줄이게 되면 돈은 물론이고

입이 너무 들어가 버려서 할 수 없다.


어금니를 삽입하지 않고 조인곳에는

음식물이 꼭 낀다.

거의 대부분의 치아에 음식물이 껴서

양치와 치실은 필수다.


교정 시작 후 10년쯤이 되는 지금에도

난 자기 전 교정기를 끼고 잔다.

교정기를 끼지 않으면 치아가 벌어지므로

다시 교정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해

거의 매일 끼고잔다.


최근에는 콧대에 넣어놓은 실리콘이 비친다.

남들은 말하지 않으면 핏줄인 줄 알지만

난 가끔 신경이 쓰이기도 하다.


광대는 아직 나사가 박혀있다.

나중에 내 뼈가 화석이 된다면

후손들이 어떤 추정을 내릴까 하며

재밌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나는 내 모든 곳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내가 내 모습이 싫어서 하는

성형은 이제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싫지 않으니까.


만약 성형을 한다면, 처짐 수술을 하고 싶다.

늘어진 내 살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 목표달성을 축하하는 의미로 하고 싶다.


팔뚝과 아랫배, 허벅지는

늘어나 버려서 출렁인다.

내 목표를 이루게 되면

이 아이들은 보내주고 싶다.


기쁜 마음으로 새로운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나를 응원하며

바이바이를 외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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