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 창업자의 영감이 된 그곳
한 줄 평; 전통 가옥에 예쁜 찻잔, 스쳐 지나가는 담배 도장 꽝! 근데 좀 어수선하네..?
오늘 소개할 카페는 시부야에 있는 "차테이 하토우 (茶亭 羽當)”이다.
차테이 하토우는 킷사텐이고 블루보틀 창업자가 영감 받은 곳이라고 한다. 유명한 곳인지 사람이 많다.
여섯 시에 커피를 마시다니 일단 오늘 잠은 글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커피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
일단 이곳의 분위기는 당연히 좋다. (기대가 많은 만큼 분위기가 좋다는 기대 정도는 당연히 했다)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만드는 것을 볼 수 있고, 고급 돈카츠집, 스시 오마카세에 키친이 오픈되어 있는 것처럼 바가 오픈되어있다. 바리스타 두 분과 직원 한분, ( 여느 킷사텐이 그렇듯) 주인으로 보이는 할머니 한 분, 이 공간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대장 바리스타 아저씨가 바 너머에서 분주히 메뉴를 준비하고 계신다. 대장 바리스타 아저씨는 정장을 갖춰 입고 계시기에 더 전문적인 느낌을 준다. 그분이 커피 내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손님으로서 대접받고 있는 기분이 난다. 또 접시, 찻잔, 도구들이 바 너머로 쭉 늘어져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이제 이곳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일단 첫 번째, 흡연부스가 입구 바로 앞에 있다. 킷사텐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있다면 바로 흡연실일 것이다. 아예 흡연이 전부 가능한 킷사텐이 있는가 하면 이곳은 흡연 부스에서만 가능하니 킷사텐을 체험해보고 싶은데 담배 냄새를 견딜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적합하다. 사실 비흡연자로서 "흡연부스가 입구에 있다" 이 부분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부정적인 평을 남기려 했는데, 생각해 보니 장점이 될 거 같아 감상을 바꿔본다.
이 카페의 문을 열고 입구에서 잠시 반짝하는 담배냄새가 싫었다. 가뜩이나 나는 웨이팅을 했어서 담배냄새를 좀 더 오래 맡아야 했었다. (웨이팅 하는 곳이 흡연실 바로 앞, 입구 바로 앞에 있었다)
그런데 웨이팅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면 이는 큰 단점이 아닐 것 같다. 그리고 잠깐 나는 담배냄새가 분명한 경계선 역할을 한다. 마치 "자, 지금 니 발자국이 밟고 있는 여기부터는 우리 킷사텐이야"하는 사인을 주는 것 같다. 향수가 기억에 도장을 쾅 찍듯, 들어서자마자 "여긴 킷사텐이야"라는 첫인상을 쾅 찍어주니, 이건 차테이 하토우의 자신감이자 분명한 특징일지도 모르겠다. 또 입구만 견디면 (사실상 3초) 그때부턴 쾌적하니 담배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괜찮다. 우리 다 3초 정도는 견딜 수 있잖아..? 그리고 흡연부스의 문이 닫혀있고 옆에는 공기청정기가 항시 가동되고 있기에 냄새가 그리 독하지도 않다.
아무튼 웨이팅을 좀 하고 자리에 앉았고 드립 커피를 시켰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그 순간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처럼 보이는 음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이곳을 커피 전문점 느낌이 나게끔 만드는 메뉴가 한 개 있다.
오 레 글라세.
오 레 글라세를 시키게 되면 와인잔에 우유와 드립커피가 분명한 층이 나뉜 채로 나온다. 와인잔에 커피를 받는다. 라떼처럼 섞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너무 예쁘고 사진 찍기에도 insta worthy 한 사진이 나온다. 또 , 카운터 (바) 석에 앉게 되면 대장 바리스타 아저씨가 내 오 레 글라세를 만드는 것을 직관할 수 있으니 더 풍부한 경험이 된다.
다른 곳에는 잘 없는 이 메뉴가 시각적 요소를 충족시켜 주고 오 레 글라세 한잔으로 퍼포먼스까지 살 수 있으니 더더욱 전문적인 느낌이 증폭된다.
또 이곳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조화"이다. 이곳의 바는 형형색색의 빈티지 커피잔이 장악하고 있다. 화려한 커틀러리는 덤. 메뉴판 또한 주황색이다.
또 주시할 점은 킷사텐이기에 내부가 교토의 오래된 전통 집처럼 낡았다. 내부 인테리어가 오래된 가옥 같은 느낌으로 진한 갈색의 원목 디자인이 베이스다. 또, 전형적인 킷사텐답게 내부가 아주 어둡기 때문에 이러한 형형색색의 빈티지 잔들과 화려한 식기구들이 튀지 않고 어우러진다. 그래서 눈이 피로하지 않고 색깔이 튄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커피와 케익을 시키면, 비로소 화려한 디자인과 형형색색의 색깔들이 눈에 들어온다. 케익과 커피가 화려한 잔과 접시에 담긴 채로 나에게 오게 되고, 그제서야 내 앞에 놓인 것들을 관찰하면서 " 아, 이곳의 잔과 식기구가 이렇게 귀여웠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주황색 메뉴판마저도 튀지 않는 게 이곳의 장점이다.)
그러면 다 좋기만 했을까? 그건 또 아니다.
물론 칭찬들을 늘어놓았지만 워낙 유명한 곳이라 기대가 컸던 걸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안절부절못하게 되고 빨리 나가고 싶었다. 이 공간 안이 그리 편안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일단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공간 안이 소리가 울려서 정신까지 없었다. 이곳에 있으면 마음이 급박해지는 느낌이다. 어둡고 편안한 카페들은 프라이빗함, 릴랙스 되는 분위기, 유니크함 이 세 개가 어우러졌을 때 매력을 느끼는데, 이곳은 소리가 울리고 사람들도 많고 자리도 좁아서 편안하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나가야 할 것 같았다.
또, 바 석을 제외한 테이블 석의 인테리어가 산만하다. 내가 앉았던 바 석은 더할 나위 없이 예뻤지만, 테이블 석은 아쉬웠다. 테이블 석에는 사람들이 다 같이 둘러앉을 수 있는 대형 테이블 두 개가 있는데, 나무 같은 큰 조형물과 그와 맞먹는 크기의 대형 꽃다발이 사람들을 갈라놓고 있다. 큰 테이블에 모르는 사람들이 다 같이 앉아야 하니 경계를 쳐주려고 세팅했나? 하는 추측을 해보았다. 그런데 그렇다 할지라도 이 조형물들이 어딘지 모르게 롯데월드 정글탐험보트, 신밧드의 모험에 있는 큰 가짜 나무 조형물을 연상시키게 한다.
가뜩이나 빈티지 머그잔과 차구, 그림, 대형 시계 (할아버지 시계 같은)로 북적북적하고 여유가 없는 공간인데 저 큰 나무와 꽃까지 있으니 이 공간에는 산소마저 모자랄 거 같은 느낌을 준다. 거기다가 사람이 많고 소리마저 울리니 인테리어를 한답시고 이것저것 때려만 넣은 오늘의 집 자취방처럼 산만한 느낌이 있다.
이렇게 머그잔이 늘어져있고 예쁜 차구를 구경할 수 있고 열려있는 바처럼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만드는 것을 구경할 수 있는 킷사텐은 요요기에 "cafe rostro'도 있으니 그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물론 가장 바쁠 토요일 저녁에 와서 그런 거일 수도 있다.)
산만함과 답답함에 압도되어 이 카페가 가진 잠재력과 곳곳의 귀여움이 가려지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나무 조형물과 꽃이 (특히 나무) 없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지금의 나무 조형물은 사람들 사이의 경계를 나눠주며 파티션의 역할을 하기보단 같이 온 친구랑 나 사이에 처져있는 걸리적거리는 가림막처럼 답답하다.
그럼에도 차테이 하토우는 그만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 정도지만 흔한 카페는 절대 아니다. 이곳의 명함만 봐도 알 수 있듯 디테일 하나 하나와 전문성 하나하나에 신경 쓴 곳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