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간하자분석일지 prolog

누구에게나 하자가 있다

by 흩나


사람들은 남 얘기를 좋아한다.

술자리에 가면 늘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빠질 수 없는 술안주와 같다.


"걔는 요새 뭐 하고 지내니?"라든가.

"아, 그 새끼... 그 씹새끼."라든가.


근황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

혹은 남얘기에 대한 저급한 호기심.

뒤늦게 되돌아보며 내리는 평가, 같은.



나에게도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분석하는 건 흥미진진한 일이다.

사회학을 전공하는 만큼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과 비판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 또한 즐긴다.

물론 뒷담이 아닌 선을 유지하는 건 아슬아슬할 지도 모른다.






일상적 고찰이 습관인

사회학과 대학생의

개인주의적 사회생활 이야기


이것은 첫 번째 내 작가 소개글이었다.

사회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내게 주된 소재였기에,

브런치 개설을 준비하면서는 그런 원고들을 많이 쟁여놨었다.

그러나 원고들도 빛이 바래고, 현재를 살아가며 나는 변하고, 그렇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쓰다 보니 작가 소개글은 지금과 같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회생활이란 걸 중시 여기고, 더 잘하고 싶어 한다.

나는 무언가 배울 점을 찾으려 한다.

좋은 사람은 마음속에 점찍어두고, 가까이 두려고 한다.

반대로 별로인 사람은 어떤 점이 왜 별로인지 분석하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려 기억해 둔다.



나는 눈치가 빠르고, 싸함을 잘 읽고, 어쩌면 계산적인 편이다.

그래서 싸한 사람을 미리 피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동안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오면서 배운 게 있는 만큼

이제는 몇 번의 기회를 주고 아니다 싶으면 티 안 나게 멀어지는 것도 가능하다.



엇갈리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여러 사람들의 말들을 취합하는 일도 좋아한다.

그래도 별로인 사람에 대한 평가는, 늘, 대체로 일치하는 편이다.

속으로 소심하게 '나 그 사람 좀 별로던데.'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어김없이 다른 누군가가 그의 욕을 하곤 한다.

인간관계에서 이 점만큼은 명확했다.


"싫어할 만한 사람은

어지간하면 남들도 다 싫어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인간 분석을 즐긴다.





f6b360dcbb8b27f0f47532184050d3e8.jpg




오늘부터 써 내려갈 이 인간하자분석일지는

오랜만에 간 술자리에서 들었던 놀라운 이야기들로부터 시작한다.

누군가의 의견을 듣는 건 늘 흥미로운 일이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최대한 참전하지 않으며 뒷담을 가만히 들으니, 나는 곧 놀랍고도 착잡해졌다.



내가 몰랐던 서로서로 싫어하는 관계들.

내가 좋게 생각하던 이의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비판의 구석.

누군가와는 친한 이인데 누군가에게는 상종도 싫은 인간이라는 엇갈린 평가.

내가 조심스럽게 거리 두고 있었던 이에 대해서는 이미 모두가 싫어하는 상태.

별 같잖은 이유로 헤어진 전 연인에 대한 욕.



무엇보다 서로 싫어하는 관계가 너무나도 많아 뒤죽박죽이었고,

완연한 "혐오와 갈등의 시대"를 보는 듯하였다.

성별 뒤에 드리운 그림자와 남녀 갈라치기의 세대라는 것 또한 실제로 체감할 수 있었다.



문제가 없는 이는 거의 드물었다.

대체 정상인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친구는 "다 까보면 뭐가 있어."라고 했다.

나도 누군가에겐 싫어하는 대상일까 싶었다.



집에 가서 천천히 관계도를 그려보니,



누구에게나

하자가

있다.



그래서,


오늘부터 그들의 하자는 무엇인지에 대한 글을 써보려 한다.




crack.jpg

인간하자분석일지

시작




2025-09-28-23:21-23:44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무도 날 이해하지 못하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