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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비싼 거야? Supreme.

by 찰스킴

1. 슈프림의 시작은 스케이트 보드와 함께

슈프림의 시작은 스케이트 보더들을 위한 편집샵에서 출발합니다. 제임스 제비아는 사실 스케이트를 잘 탈 줄 몰랐습니다. 다만 그가 아는 것은 딱 하나였습니다. 뉴욕에 스케이트 보더들을 위한 편집샵이 없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그는 스케이트 보더들을 위한 편집샵을 만들고 직원들을 모두 스케이트 보더로 고용하였습니다. 또한 일반 의류 매장과는 달리 매장 안에 스케이트 보드를 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옷을 사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보더들이 놀러와서 매장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고 직원의 친구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점점 스케이트 보더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 했고 매장은 스케이트 보더들의 아지트가 되었습니다.


2. 제임스 제비아의 눈썰미

스케이트 보더들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저희 학교 근처에 스케이트 보더들이 많았습니다. 몸에는 문신이 많았고 입에 담배를 물며 스케이트를 타는 분들이었죠. 전체적으로 반사회적인 분위기를 많이 받았습니다. 실제로 뉴욕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분들은 끼니도 거른채 보드를 타고 쉴 곳도 없어서 늘 길거리에 모여 있었다고 합니다. 매장으로 놀러오는 보더들을 자주 목격한 제임스 제비아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낍니다. 밥도 거르고, 모여 다니기 좋아하는 친구들이 꼭 옷은 정말 잘 입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 스케이트 보더들을 위한 브랜드는 많았지만 하나같이 그들은 그 브랜드는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칼하트, 폴로 등을 입고 악세사리로는 명품 브랜드를 같이 매칭하였습니다.

스케이트 보더들이 옷을 선택하는 이유는 사실 지금의 우리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들의 기준은 명확합니다. '멋지면서 품질이 좋은 옷', 그것이 기준이었습니다. 당시의 스케이트 보더를 위한 브랜드는 모두 멋지지도, 품질이 좋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칼하트나 폴로 등의 옷을 믹스 매치하였던 것이었습니다.


3. 결론은 단 하나, 멋과 품질

제임스 제비아에게 내려진 결론은 딱 하나였습니다. 스케이트 보더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멋과 품질을 모두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제임스 제비아는 더 멀리 봤습니다. 이 스케이트 보더들에게 인정 받으면 보통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먹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57456.PNG 슈프림 박스로고

슈프림이 내놓은 이 박스로고는 스케이트 보더들의 감성과 일치하였습니다. 다른 것에는 신경 쓰지 않고 좋은 기술에만 집중하는 보더들의 '쿨함'이 좋은 품질의 옷으로 슈프림의 정체성만을 알리는 박스로고 하나 달랑 붙어 있는 것과 닮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슈프림은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정체성을 어필하고 있었습니다.


4. 노이즈 마케팅의 대명사

보통의 사람들에게 서서히 인지도를 높여가던 슈프림에게 자신들을 널리 알린 대형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CK의 광고입니다. 케이트 모스가 모델로 있던 CK의 속옷 광고 포스터에 CK로고를 슈프림 로고로 덮어서 홍보합니다.

555123.PNG CK 속옷 광고에 붙은 슈프림 로고

당연하게도 법적인 제재가 가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그 시대의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기존의 것은 거부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해서 확보해 나아가고자 하는 슈프림의 움직임이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했습니다. 마치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것과 같은 느낌이었을까요?

145124123.PNG 루이비통을 붙여 놓은 슈프림의 스케이트 보드

루이비통에게도 고소를 당합니다. 루이비통의 로고를 허락도 없이 스케이트 보드에 붙여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도 결국 슈프림의 노이즈 마케팅이 되어 버렸습니다. 웃기게도 현재는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정식적인 콜라보가 슈프림 사상 최고액의 리셀가가 되어 버렸고 CK의 모델이었던 케이트 모스가 슈프림의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5. 슈프림의 가치를 높이는 드랍

품질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은 제임스 제비아가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해결 합니다. 다만 공장이 문제였습니다. 젊은이들의 열광을 모두 따라가기 어려웠습니다. 공장을 찾아서 해결해야 했으나, 제임스 제비아는 직물을 찾아 다니던 일본에서 경험한 드랍 방식을 차용합니다. 드랍 방식은 슈프림의 상품을 일주일에 한 번씩 발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지 오래며, 한 번에 모두 발매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이 슈프림의 가치는 올랐습니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게 된 것이죠.

지금도 슈프림의 아이템을 만나기 위해서는 매장 앞에 며칠 전부터 대기해야 합니다. 온라인으로도 구매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특히나 한국에는 정식으로 매장도 있지 않아 온라인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vpn을 따로 구입해서 우회 접속해야 하고 결제가 되는 카드가 따로 있습니다.


6. 이거까지도 살 거야? 슈프림의 악세사리

슈프림은 보드, 옷만 파는 것이 아닙니다. 몇주차 드랍 리스트를 보고 있으면 말도 안 되는 악세사리도 많습니다. 라이터, 병따개, 도끼 이젠 하다하다 벽돌까지 나왔습니다. 이러한 악세사리에도 리셀가가 붙습니다. 명확하게 이러한 악세사리를 내놓은 이유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콜라보레이션을 활발하게 이어왔고 콜라보레이션 아이템을들 위해서 악세사리 라인이 생겨난 것이 그 출발이었습니다.

이러한 악세사리도 슈프림 콜렉터들에게 잘 먹혀들었습니다. 이거는 도저히 품절이 안 되겠지 하는 것도 어느샌가 모두 품절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7. 가품을 바라보는 시선

스케이트 보더들의 쿨함을 대변하는 브랜드인 슈프림은 그만큼 옷이 간단합니다. 심플합니다. 그래서 더 멋있습니다. 드랍으로 다품종 소량 발매하는 슈프림 의류의 브랜드 특성 상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더 비싸게 거래가 됩니다. 이에 따라 가품도 많아졌습니다. 가품을 생산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좋은 환경입니다. 수요는 많은데, 옷은 간단해서 따라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지하상가에만 가더라도 슈프림을 거의 매장 모두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슈프림의 가품은 이제 b급 a급 s급으로도 나뉩니다. 거기에 따라 가격도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로 s급은 구분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고 합니다. 슈프림은 이러한 가품에 대한 특정한 대책이나 해결책은 따로 마련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점차 의류의 질이나 패턴들을 다양화하여 가품이 따라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가품이 워낙에 많기 때문에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젠 진품 슈프림을 입어도 저게 진짜일지, 가짜일지 본인만 아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고 심플하여 더 멋져보였던 슈프림의 철학이 가품에 서서히 가려져 그 쿨함이 되려 슈프림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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