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책상 안에서

그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하여

by 영업의신조이

7화.

구름의 경계 _ 첫 바람의 저편


루메아의 하늘은 그날 유난히 맑았다.

젊은 가지들은 이 맑음이야말로 하늘로 오를 절호의 기회라 믿었다.


칼렌과 동료들은 세 번째 비행 장치를 꺼냈다.

이번에는 장로들의 조언 일부를 받아들여, 날개 속에 작은 뿌리를 심고, 호박으로 빚은 물 저장 구슬을 매달았다. 바람이 불면 그 물방울이 날개를 적셔 건조를 늦추도록 한 것이었다.


장로들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흙이 없는 곳에서는 하루하루가 뿌리 없이 버티는 싸움이다.”


그들의 목소리는 마치 땅속 깊은 결이 울리듯 낮고 단단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누구도 발목을 잡지 않았다. 그들 역시 알고 있었다. 씨앗은 바람을 타야만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그 순간이었다.

땅속 깊은 결을 타고 낮고 무거운 울림이 번졌다. 처음엔 먼 천둥 같았으나, 곧 사방의 나무결이 동시에 떨렸다. 아이들은 놀란 눈으로 서로를 보았다. 그것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결 사이로 스며드는 이질적인 기운,


마치 하늘 밖에서 거대한 존재가 무언가를 고르고 가늠하는 숨소리 같았다. 공기 자체가 조여들었고, 가슴께에는 설명할 수 없는 압박이 내려앉았다.


“……이 나무가 좋겠어.”


그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으나, 그 울림만으로도 뼛속까지 차가운 공포가 스며들었다. 잠시 후 울림은 사라졌지만 숲에는 묘한 정적이 남았다. 아무도 그 뜻을 말로 풀지 못했으나, 모두가 직감했다.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었다.


비행 장치는 증기와 바람의 힘을 동시에 받았다.

불과 물, 바람과 빛이 한꺼번에 윙윙거리며 움직였고, 호박빛 날개는 하늘로 솟구쳤다.


숲의 꼭대기가 발아래로 사라졌다.

바람은 차갑게 가지와 잎을 스쳤고,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 모두 숨을 삼켰다.


구름 위는,

장로들의 말처럼 아무것도 없었다.

흙도,

물도,

숨 쉴 공기도

거의 없었다.

바람은 메마르고 날카롭게 불었으며,

날개에 맺힌 물방울은 빠르게 사라졌다.


뿌리가 닿지 않는 허공에서 나무 종족의 몸은 서서히 마르기 시작했다. 칼렌은 손끝이 굳어가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곳은 우리가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때,

먼 곳에서 희미한 빛이 깜박였다. 별빛과는 다른, 규칙적인 간격의 깜박임.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동료들도 동시에 그것을 보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저건 무엇이지? 저기엔 무엇이 있는 거지?’


그러나 날개는 더 이상 오를 수 없었다.

몸속 수분이 한계에 다다랐고, 물 저장 구슬도 텅 비었다. 그들은 서둘러 바람을 타고 내려왔다.


착지 직전,

장치 한쪽에서 불씨가 튀었다. 호박 덮개가 깨지며 불꽃이 낙엽 위로 떨어졌다. 바람은 그 불씨를 품어 삽시간에 숲을 붉게 물들였다. 가을의 황금 숲이 불길 속에서 신음했다. 연기가 치솟자 장로들과 마을 사람들이 달려와 불을 껐다.


불길이 잦아든 자리엔 검게 그을린 땅과 껍질이 벗겨진 줄기들이 남았다. 장로들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며 말했다.


“이제 그만하거라! 오늘의 불은 숲의 심장을 태울 뻔했다. 너희가 보는 하늘은 꿈일지 몰라도, 땅은 우리의 숨이다. 그 숨을 잃으면, 아무 하늘도 소용없다.”


그러나 젊은 가지들의 눈빛은 꺼지지 않았다.

칼렌이 낮게 대답했다.


“우린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불씨는 꺼질 수 있지만, 불을 피우는 방법은 이미 배웠습니다.”


그날 밤,

숲의 공기는 매캐한 연기 냄새와 함께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젊은 가지들의 마음은 여전히 바람을 향해 열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