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책상 안에서

그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하여

by 영업의신조이


8화.

불씨의 대가 — 하늘과 땅, 그리고 아마겟돈


불씨는 생각보다 빨랐다.

낙엽 위로 떨어진 순간, 바람이 그것을 끌어안아 숲 깊숙이 삼켜버렸다. 불길은 살아 있는 짐승처럼 달려들어 숨결까지 앗아갔다.


젊은 가지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울음이 갇힌 곳을 향해, 줄기와 잎을 방패 삼아 화염 속으로 몸을 던졌다. 칼렌은 무릎 아래가 타들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아이 하나를 등에 업고 달렸다.


나무껍질이 갈라지는 비명,

잎이 타며 흩날리는 재의 냄새가 숨을 죄었다. 불길이 가라앉은 뒤, 그는 그 다리를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장로들의 손끝에서 절단이 이루어졌고, 그 자리에 목발이 세워졌다. 동료들 가운데는 손가락이 비틀린 이, 팔목을 잃은 이, 시야와 청각을 빼앗긴 이도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눈빛을 꺼뜨리진 않았다.


“우리가 본 건 불이 아니라 하늘이었어. 그리고 그 하늘 너머의 빛이었어.”

칼렌의 목소리는 잘려 나간 다리보다 깊게 모두의 가슴에 남았다.


그날 이후,

젊은 가지들은 하늘을 향한 새로운 기술을 만들었다. 증기 대신 뜨거운 공기로 떠오르는 열기구. 공기가 식으면 엔진을 가동해 다시 불을 지폈고, 불길이 새지 않도록 장로들의 호박을 세 겹 겹쳐 강화유리처럼 빚었다. 열기구 바닥에는 흙과 풀, 곡식이 자라는 작은 생태계를 마련했다. 그들은 그것을 ‘하늘의 뿌리’라 불렀다.


출발을 앞둔 날,

땅속 깊이로 묵직한 울림이 퍼졌다. 금속이 부딪히고, 날카롭게 긁히며, 규칙적인 간격으로 두드려지는 소리. 그 진동은 나뭇결을 타고 숲과 하늘을 동시에 흔들었다. 숲 전체가 그 소리를 들었다. 젊은 가지들은 뜻을 알지 못했으나, 몇몇 장로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건… 하늘 밖에서 오는 망치질이다.”


그 순간, 인간계에서 목수가 원목을 고르고 있었다.

“이 나무가 괜찮겠어.”


그 말은 루메아에서는 천둥과 번개로 울렸다.

이어 톱날이 나이테를 찢어내는 비명은 태풍의 심장을 쪼개는 굉음이 되었고, 사포가 표면을 핥는 마찰음은 얼어붙은 번개의 창처럼 파편을 흩날리며 루메아 전역을 절규로 잠식했다. 금속에서 튀어 오른 스파크는 분노의 혀를 가진 불꽃이 되어 하늘을 핥아 삼켰고, 열기구 위에 흩뿌려진 불씨들은 폭풍의 중심에 던져진 심장처럼 터져 나갔다. 그 순간, 하늘은 붉은 피와 검은 비바람이 뒤엉킨 아수라장이 되어, 요동치는 천둥의 주먹으로 세상을 짓이겼다.


마을 가장자리의 오래된 나무 아래, 할머니 무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액빛 눈동자가 바람 속에서 별처럼 반짝였다.

“아마겟돈이 다가온다. 내가 어릴 적부터 전해 들은 징조가 나타났다.”


그녀는 뿌리로 전해 내려온 전언을 읊었다.

“하늘 밖에서 울림이 세 번 오고, 불길과 번개가 함께 내려오면, 뿌리는 죽고 잎은 타며, 숲은 제 모습을 잃는다.”


그 말은 숲을 둘로 갈랐다.


“우린 하늘로 간다. 거기서 답을 찾을 거다.”

젊은 가지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 길은 죽음이다! 뿌리를 버리면 숲이 너희를 버릴 것이다!”

장로들의 경고도 날카로웠다.


바람이 거칠게 불어 잎사귀들이 하늘로 흩날렸다.

그 순간,

인간계의 소리가 다시 번개처럼 스며들었다.

망치질,

긁힘,

두드림.


젊은 가지들은 그것을 ‘신호’라 불렀고,

장로들은 ‘심판’이라 불렀다.


“그만두어라!”

“멈추지 않겠다!”


“너희는 뿌리 없는 바람이다!”

“바람은 씨앗을 날린다!”


결국 결론은 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이후,

숲은 둘로 나뉘었다.


하늘을 향한 자들과

뿌리를 지키는 자들로.


그리고,

바람은 여전히 그 경계 위를 쉼 없이 넘나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