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메시지

그 너머의 책임

by 영업의신조이

9화.

설명


월요일 아침,

사무실의 공기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회의실 벽면을 가득 채운 데이터 그래프와 지표들은 얼핏 보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숫자에 불과했지만, 서연의 눈에는 그것이 붉게 깜빡이는 신호등처럼 위태롭게 번져 보였다.


동료들은 무심한 얼굴로 프로젝트 현황을 읊었고, 상사들은 매출과 효율성을 저울질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 건조한 말들 사이에 스며든 불안의 떨림을 서연은 놓치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흔들리는 경제, 변덕스러운 소비 패턴, 그리고 언젠가 다시 밀려올 새로운 팬데믹의 그림자가 회의실 바닥 어딘가에 조용히 번지고 있었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서연은 한참이나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머릿속에 쌓여 있던 숫자와 용어들이 방 안을 가득 메운 잡음처럼 울려 퍼졌다.


무겁게 숨을 들이마신 그녀는 곧장 한강으로 향했다. 바람은 스산했고, 강물은 검푸른 빛을 띠며 천천히 그러나 무겁게 흘렀다. 강변에 앉아 눈을 감자, 어김없이 그 목소리가 대지의 울림처럼 깊숙이 파고들었다.


“서연아.”

가이아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


“왜 우리에게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닥쳐오는 거지요? 왜 고통이 반복되는 거냐고요?”


서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코로나가 무너뜨린 기억과, 그보다 거대한 어둠이 다가오는 예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의 정적 끝에, 가이아가 대답했다.

“나는 인간을 벌하려는 것이 아니다. 바이러스는 새롭게 태어난 존재가 아니야. 그들은 오래전부터 함께 있었다. 북극의 얼음, 남극의 빙하, 깊은 심해의 퇴적층, 아마존의 거대한 그늘 속에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을 뿐이다. 수억 년 전, 공룡들이 거닐던 시절에도 그들은 있었다.”


서연은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코로나19 같은 것도 새로운 게 아니란 건가요?”


“그래.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아내리고, 인간이 숲 깊숙이 파고들면서, 묻혀 있던 오랜 시대의 바이러스들이 다시 깨어난 것이다. 무분별한 자원 소모와 자연 파괴가 지구 전체의 균형을 흔들었고, 마침내 봉인된 생명들을 깨우고 있는 거지. 그들은 원래 지구의 균형을 지키던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의 인간은 고대의 바이러스에 비하면 너무 연약하다. 편리함에 길들여지고, 과학의 보호막에 안주하며 면역을 잃어버렸으니, 다시 나타난 고대의 바이러스 앞에서 인간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서연은 강물 위로 흩뿌려지는 빛을 바라보았다. 흔들리며 부서져 내리는 빛은 오래된 기억의 파편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듯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또 다른 코로나, 아니 그보다 더 거센 파도가 밀려온다는 건가요?”


가이아는 고개를 끄덕이듯 대답했다.

“이미 시작되었다.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가려져 있던 것들이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공룡들이 견뎌낸 바이러스들을 지금의 인간은 버티기 힘들다. 과학은 강해졌지만, 인간의 몸은 나약해졌다. 생명과 문명의 저울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서연은 무릎 위에 올린 손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도시, 자본주의, 효율성, 속도… 모든 것이 결국 지구의 경고음을 무시한 결과라는 자각이 가슴을 조였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동안의 침묵 뒤에 가이아가 천천히 답했다.


“먼저 깨달아야 한다. 이것이 징벌이 아니라 경고임을.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한다. 신이 세운 절대적 생태계 속에서 인간은 주인이 아니라 일부라는 것을. 네가 그 자각을 안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서연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가슴은 먹먹했지만, 그 안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깜박이며 켜지는 듯했다. 강물은 여전히 묵묵히 흐르고 있었고, 바람은 그 불빛을 꺼뜨리지 않으려는 듯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눈을 뜬 순간, 강물 위로 번지는 햇빛이 흔들렸다.


그녀의 내면에서도 무거운 생각이 흘러나왔다. 코로나와 싸우기 위해 인류는 3년 동안 백신을 만들고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제2의 코로나, 그 뒤를 따를 수많은 그림자가 이미 다가오고 있었다. 서연은 그것이 단순한 재앙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것은 마치,

지구가 인간을 동반자가 아니라 불필요한 바이러스로 치부하며 몸부림치는 듯한 반응 같았다. 인간이 바이러스를 지워내려 백신을 개발했듯, 지구 또한 인간을 향해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강물은 묵묵히 흘렀고,

그녀의 가슴속 독백은 언어를 벗어난 채 조용히 저녁 하늘 속으로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