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마신 커피의 온도

커글 프로젝트 20251220

by 영업의신조이

사랑의 온도



커글,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아주 단순한 행위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번 커글 모임에서 그 문장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커피숍에 들어와 커피를 주문하고 마시는 행위는 단순히 음료를 섭취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온도를 가진 사람들이 잠시 들러 숨을 고르고, 자신의 체온을 짧은 여유라는 시공간에 잠시 내려놓는 가치 있는 행위였다.


여기 모인 아홉 명의 작가들에게 주어진 프로젝트명은 ‘오늘의 온도’였다.

나는 바로 날씨도 감정도 아닌, 사람의 온도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온도들이 섞여 만들어질 하나의 커피를 상상했다.


2025년 12월 20일 오후 2시 5분,

나는 조금 일찍 영등포에 도착했다.

기대와 설렘이 섞인 마음으로 영등포의 거리를 잠시 헤매다가 커피숍에 들어갔다. 곧 만날 사람들의 체온이 이미 커피숍 공기 속에 예열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정말로,

한 명 한 명 작가들이 도착하기 시작하면서 그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처음 만난 윤지안 작가님은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첫인상으로는 어린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마음의 깊이를 지니고 있었다. 외로움은 그에게 약점이 아니라 단련의 도구였다. 그는 고독을 피하지 않았고, 오히려 반복되는 외로움을 견디는 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시간과 공간을 직선으로 다루지 않고, 멀티버스와 무한성의 균열을 건너는 창작 작품들. 이해하기 어렵고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그의 세계였지만, 나는 그 안에서 한 작가의 미래를 보았다.

니체를 넘어설 30년 뒤의 위대한 작가!

나에게, 그의 온도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깊은 체력과 스피드를 지닌 온도였다.



오롯이 작가님은 이미 완성에 가까운 사람처럼 보였다. 젊고 단정한 외형, 오늘 커글을 운영을 위해, 보이지 않지만 단단한 책임감, 세계의 모든 메커니즘을 한 번 이상 통과한 듯한 내공. 부족함이 없어 보였지만, 그래서 더 인상 깊었던 것은 그 안에 남아 있던 0.2%의 질문이었다. 모든 것을 이해하면서도 끝내 내려놓지 않은 미세한 물음. 그 질문이 있었기에 나는 이 사람과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남은 인생의 좋은 인연이 되고픈 그런 작가님이셨다.

나에게, 그의 온도는 부족함이 아니라, 질문이 남아 있는 온도였다.



감백프로 작가님은 곧은 사람이었다. 개인의 감각을 넘어 사회를 향해 뻗는 감각까지... 방관하기 쉬운 안전과 규칙의 문제를 자신의 사명처럼 짊어지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그는 정의를 말로 남기지 않고, 행동과 책임으로 실현하려 애쓰는 사람처럼 보였다. 짧은 대화 속에서도 그의 인생 철학과 가치관은 분명했고,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나에게, 그의 체온은 감정의 열기가 아닌, 책임과 행동이 만들어내는 온도였다.



영진 작가님은 말보다 침묵이 먼저 다가오는 사람이었다. 철학과 문학에 대한 깊은 내공, 단단한 필력,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앞세우지 않는 태도. 그는 주로 듣는 사람이었고, 그래서인지 나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끄러움을 느꼈다. 오래 걸어온 길 위에 잠시 선 사람 앞에 선 기분이었다. 미학과 철학, 불교와 종교를 스치듯 나누던 짧은 대화는 오래 남았다.

그의 온도는 드러내지 않아서 더 깊은, 부끄러움의 온도였다.



통나무집 작가님은 공간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중학교 국어 교사답게 말은 조리 있었고, 질문은 적절했으며, 흐름은 전문적이고 매우 부드러웠다.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은근히 연결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나무 수액처럼 은은한 온기. 건조해지기 쉬운 조직과 모임을 지탱하는 윤활유 같은 온도가 바로 이런 것이겠다고 생각했다.



위스퍼님은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다. 숲 속의 속삭임이라는 이름처럼, 오래 알고 지낸 인연 같은 편안함. 밝은 미소와 옅은 붉은 기, 부드럽고 선한 결. 내가 상상했던 강인한 이미지와 달리 그는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았고, 미소의 결로 전체 분위기를 감싸는 사람이었다. 그의 온도는 아침의 차가움이 아니라, 석양 무렵의 숲 속 온기였다. 하루를 통과한 사람들을 조용히 위로하는 체온.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작가님이었지만 시간은 짧았고, 너무 아쉬웠다.


Ubermensch 작가님은 이 모든 만남의 시발점이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움과 침묵으로 자리를 지키다가, 시간이 흐르자 책임을 짊어지고 커글 모임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었다. 아홉 명의 작가들이 모이게 된 원동력이자, 결국 끝을 내는 행동력. 니체가 말한 초인을 사랑하며, 아직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그 방향을 향해 줄타기를 이어가는 사람. 크악, 커글 멤버들에게 지향점, 그 빛나는 별빛이 되어주기 위해, 그녀는 단단한 철갑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여린 몸이 허우적대는 느낌을 저버릴 수 없었다.

나에게, 그녀의 온도는 따뜻함도 차가움도 아닌, 철갑옷을 입은 여린 한 여인의 온도였다.



그리고 가장 늦게 도착한 임경주 작가님.

동네 큰형 같은 친근함, 시에 대한 깊은 애착, 아낌없는 호감과 칭찬. 이미 충분한 성취와 실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쉽게 만족시키지 못하는 태도는 나에게는 매우 큰 안타까움을 남겼다. 지나친 겸손이 자존감을 스스로 축소시키 모습처럼 보였다. 그래서 다음에 임작가님을 다시 만난다면, 그의 글이 이미 충분히 훌륭하고 섬세하며 또한 단단하고 깊은 감동이 있다는 사실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나에게, 그의 온도는 비어 있음이 아니라, 계속해서 스스로를 채우려는 온도였다. 다음에 기회가 한번 더 주어진다면, 따뜻한 전복 삼계탕을 꼭 대접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

영업의신 조이.

나는 이 모임에 많은 기대를 품고 갔고, 그 기대는 배신당하지 않았다. 글로만 만났던 작가들을 실제로 만나 얼굴을 보고, 말을 듣고, 행동을 함께하며 느낀 것은 단 하나였다. 전혀 낯설지 않다는 것. 각자의 글은 달랐고, 각자의 삶도 달랐지만, 사람으로서의 깊이와 아름다움은 모두 다양했고 충분했다.

그래서 나는 이 모임의 온도를 이렇게 기억하고 싶다.


아홉 명의 서로 다른 체온이 모여...

하나의 따뜻한 커피가 되는 온도,

그 커피의 향이...

지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되고,

그 커피의 맛이...

멈춰 있던 마음을 다시 각성시키는 에너지가 되기를.



커글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데우고 있었다.


나에게,

오늘의 온도는

사람이었고,

사랑이었고,

그리고

함께 마신 커피였다.



커글 프로젝트 9명의 작가님들 by 영업의신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