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자리

당신의 존재는 이미 아름답다

by 영업의신조이

13화.

빈 콜라병을 떠올리며 _ 존재는 무엇으로 가치를 얻는가



저는 오래전부터 존재에 대해 생각해 왔습니다.

그 생각은 언제나 인간에만 머무르지 않았고, 이 우주에 함께 놓여 있는 모든 것들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어 왔습니다.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크고 빛나는 것과 작고 쉽게 버려지는 것들까지도

모두 포함해서 말입니다.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가 이미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한 편의 TV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사막 한복판에 떨어진 투명한 빈 콜라병 하나를 부시맨이 주워 들고, 그것을 “신의 선물”이라 말하며 삶에 사용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병은 물을 긷는 도구가 되었고,

요리를 가능하게 했으며,

두드리면 소리를 내는 악기가 되었고,

생존을 위한 사냥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미 비어 있는 병이었지만, 그에게 그 병은 결코 비어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삶을 이어 가게 하는 하나의 존재였습니다.


반면 우리는 그 장면을 보며 너무도 쉽게 말합니다.

“빈 콜라병이다.”


이미 다 쓴 것, 아무 쓸모없는 것, 버려진 쓰레기라고 판단합니다.



같은 사물 앞에서 이렇게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두 시선은 저로 하여금 오래도록 존재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이 가치를 만드는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존재를 판단해 왔는지를 말입니다.


그 질문은 설명보다 먼저, 시로 제 안에 도착했습니다.

.

.

.


나는 이 병으로 목마름을 달랐고

가족을 먹였으며,

동물과 싸웠고

분노를 던졌고

울음으로 마음을 씻었습니다


이 안엔 더 이상 콜라도 없고

청량한 탄산 거품도 없습니다

그러나 병은 여전히

내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쓰레기라 부르고

누군가는 그것을 도구라 부릅니다

나는 그것을 존재라 부르겠습니다


내가 손에 쥐는 순간

존재는 가치를 입습니다


시집 <당신의 존재는 이미 아름답다> 중에서...



이 시는 콜라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콜라병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통해 우리가 너무 쉽게 가치 없다고 판단해 온 수많은 존재들을 함께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이 과연 옳았는지 스스로에게 다시 묻고 싶었습니다.


철학은 오래전부터 존재를 사유해 왔습니다. 플라톤은 이데아를 말했고, 진정한 본질은 감각 너머의 천상계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세계는 그 이데아의 불완전한 그림자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이성적 질서가 진리에 가깝고, 현실의 감각은 언제나 불완전하다는 사유는 오랫동안 철학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생각에 온전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라는 말처럼, 존재의 의미는 하늘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 땅 위에서 살아가며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인간만이 아니라 이 우주에 놓인 모든 것들...

말 없는 사물과 이름 없는 생명들,

이미 역할을 다한 것처럼 보이는 잔해들까지도...

각자의 이유와 자리를 가지고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오래된 다큐멘터리 속 콜라병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철학자의 개념이나 정의가 아니라, 직관의 언어로 존재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상징으로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시로 옮겼습니다.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느끼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빈 콜라병은 이미 비어 있었지만,

누군가의 손에 쥐어지는 순간 쓰레기가 아니라 도구가 되었고, 도구를 넘어 하나의 세계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인간의 존재를 함께 보았습니다. 아직 부족해 보이고 어리숙하며 작아 보일지라도, 그 존재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 글을 통해 제가 독자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제안은 아주 단순합니다.


만약 빈 콜라병 하나조차 그렇게 소중하게 쓰일 수 있다면,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의 존재는 얼마나 더 소중하겠습니까.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흔들리고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낮추지 않으셔도 됩니다.


존재는 완성되어서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에세이는 설명이 아니라 조용한 제안입니다.

사물과 인간, 자연과 우주를 가르지 않고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다시 한번 존중의 시선으로 바라보자는 제안입니다.


그리고 그 제안의 끝에서, 저는 다시 한 문장을 조심스럽게 놓아봅니다.


당신의 존재는,

이미 아름답습니다.



콜라병과 부시맨 by 영업의신조이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