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말, 하나의 진실

언어의 전장

by 영업의신조이

『감사』

_은혜를 말하다



부모님의 은혜를 안다고

나는 오래 믿어 왔습니다


그러나 그 말은

너무 쉽게

입 밖으로 나왔습니다


새벽에 먼저 깨어

압력밥솥 끓는 소리로

피곤한 아침을 깨우고


늦은 밤

문틈으로 스며들던

희미한 불빛 아래

쉼 없이 움직이던

당신의 하루를

나는 기억합니다


고열이 치밀어 올라와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식탁 위에 놓이던 따뜻한 된장국과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던

당신의 뒷모습을

나는 오래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나는 뒤늦게 알았습니다

은혜는

말해지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닮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내가

누군가의 자리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

아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의 마음은

밝은 미소의 말이 아니라

고개를 들지 못하는

부끄러움에 가까웠습니다


내가 받았던 것들 앞에서

나는 더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사랑하라는 말은

먼저 자신을 덜어 내는 일과 닮아 있었고


낮아진다는 것은

무릎이 아니라

날 향해 먼저 기울어졌던

당신의 마음을

이제야 따라가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당신을

나는 다시 바라봅니다


당신의 한숨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홀로 건너왔는지

나는 다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조금 더

낮아지려 합니다


은혜의 빚은

갚아지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에 남아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흐르지 않으면

굳어버리는 것이라서


나는 오늘도

말을 덜어냅니다

내 안에 남아 있는 그것을

말로 끝내려 하지 않겠습니다


끝내 다 쓰지 못한 그 마음

그대로 품고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이제는

손으로

그리고 발걸음으로

당신 앞에 섭니다


아무 말 없이

오래

당신을 안습니다


그 온기 속에서

나는 비로소

은혜를 배웁니다



엄마 by 영업의신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