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전장
『스밈』
귀하다
이유도 없이
먼저 마음에 내려앉는 것
바람이
꽃잎 하나를 실어 오듯
인연은 그렇게
말없이 다가왔다
메마른 하루에도
낮은 봄비처럼 스며들어
굳어 있던 시간의 먼지를 적시고
어둠 속에서는
횃불보다 작은 빛으로
내가 잃지 말아야 할 길을
조용히 비춰 주었다
외로운 가슴 위에
따뜻한 손 하나
가만히 얹어 주고
흘러내리던 뺨의 눈물마저
아무 말 없이
포근한 옷깃으로 감싸 안아 주었다
그 사람은
한 사람의 얼굴로 와서
내 앞에
그렇게 오래 서 있었다
그 사람은
우연의 이름으로 찾아와
조용했던 나의 미소를
다시 피어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