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 강 기행 시. 5

고대 이집트인들의 삶에 비춰보는 오늘의 이집트? 18

by 정숙


5. 미지의 세상을 꿈꾸다


이 다리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아스완에서 남쪽 어디로 가는 선착장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표적이라서. 이번 문장의 순서는 아스완에서 아프리카(나일강 발원지) 쪽으로 올라온 마지막

문장부터 시작해 아랫 문장을 따라가면 출발지 중간 지점이 되는 곳입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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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운지에 천막이 쳐진 인공 잔디 위 벤치에 앉아있다. 옥수수 밭을 바라보며 잔디 위로

햇살이 꽃무늬를 그려 놓은 것을 사진에 담았다. 돌아갈 때의 방향 표지로 삼기 위해서다.


나의 숙소는 크루즈 호텔이며 발목 부상으로 인해 잠시 투어 일정을 멈추고 쉬기로 한 두 번째 날이다.

오늘은 바깥공기와 풍경이 그리워 숙소 위층의 라운지로 우연히 올라오게 되었다.


마침 그루즈가 어디론가 달리고 있었다.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가고 있어 아마도 남쪽 어딘가를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물병 하나만 들고 나왔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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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처럼 넓은 선착장에는 수많은 크루즈들이 들고 나는 항구의 모습이 바다와는 또 다른 풍경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곳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인 것을 알기에 마음이 설렌다.


아스완에서 출발해 어디로 떠나는지도 모르고 남쪽으로 와서 정박한 힝구도시다. 라운지에서는

각 팀별로 행사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놀이로 게임 내기를 하거나 가벼운 댄스로 흥을 돋우며 거피나

와인을 즐기다가 풀장으로 가거나 선텐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언제든지 숙소로 내려가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라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데 남편은 혼자

가게 돼서 허전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가이드는 걱정이 태산 같아서 내가 위로하며 달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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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선착장이 얼마 남지 않아 보였다. 얕은 물가에 수초가 자라고 숲이 듬성한 곳에

아파트도 보이니 나는 상처가 더 이상 나를 가두지 않기를, 그리고 돌아가는 여정의

오늘 하루가 무사히 잘 마무리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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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물결이 넘실거리는 강둑 너머의 울창한 숲 속을 자세히 살펴보면 높고 낮은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아마도 항구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햇볕은 점점 달아오르고 천막의 열기가 후끈거린다.


조금만 더 견디면 내가 꿈꾸어 오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을 기대하며 나처럼 홀로 앉아

먼 곳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 같아 은근히 동지감이 부여되는 순간이다.


나는 외톨로 앉아 있는 한 남자의 시선을 살짝 돌아보며 홀로 투어 일정을 따라간 남편의 심경은

어떠했을까? 그의 무던한 성품이 오늘 하루를 잘 버텨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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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인 다른 환경의 모습으로 나일강은 또 어떤 표정으로 짠! 하고 나타 날 지?

강 한가운데 우리네 갈대숲과 비슷한 파피루스 군락이 길게 뻗어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수심은 어느 정도이며 자연 생태의 수초들일까? 아득해 보이는 강폭이 어떤 모습으로 그

답을 내놓을지 생각만으로도 이 사막 한가운데서 이런 풍경과 마주하게 되어 꿈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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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둑에 맞닿은 깊고 무성한 숲의 느낌은 옹골차고 활력이 넘쳐 나는 모습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생기를 자랑하는 듯 뿌듯함을 안겨주는 선물 같았다. 물이 깊으니 뿌리도 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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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폭은 점점 넓어지고 멀리 깊은 숲으로 이어지는 잔잔한 얕은 곳에는 수초들이 작은 섬처럼 고개를 내밀고 "이곳은 얕아서 너네들은 지날 수 없어!" 그러니 저 쪽으로 비켜가라며 손짓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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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나절에 출발해서 달려오던 그 중간 지점에 이어 이제 서서히 어딘가의 도착지를 향해 끊임없이

남쪽으로 거슬러 튀어 오르는 연어들처럼 요동치는 물살을 가르며 달려가고 있다.




힘찬 물살을 거스르며 여러 대의 크루즈가 한꺼번에 레스를 펼치는 장관의 영상을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