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아버지의 레퀴엠/사돈의 나라 05
눈을 감으면 더욱 가까워지는 언덕, 손끝만 달싹거려도 혀끝에 녹아드는 이 고소한 맛, 보랏빛 대궁으로 탄수화물을 실어 나르던 줄기와 잎새들, 무덤가에서 삐삐를 뽑으면서도 내내 들판을 달리는 기적소리에도 자꾸만 목이 메이던 시절.
소출이 많이 난다고 자주감자를 고집하시던 아버지, 씨눈을 자를 때마다 어머니와 입씨름하시던, 그 알싸한 생을 살다 가신 당신께 오늘 잔을 올립니다. 아리고 아린 자주감자 먹던 가슴으로, 어제 같은 오늘이 감자 칩 속에도 지문처럼 살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