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아버지의 레퀴엠/사돈의 나라 08
처음 사돈네 마당에 들어서던 날, 아름드리 고목 한 그루가 가슴에 꽂혔다; 이웃과 나란히 지붕을 덮은 초록이 메마른 기운을 축이는 오아시스다. 밑동의 좁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선조의 두 형제가 대대로 이어온 삼백 년 묵은 고택의 수호신 뽕나무.
연둣빛으로 익은 오디가 달달하니 직박구리도, 종다리도 아닌 검은머리 노랑부리 새떼가 날아와 요란한 아침식사를 한다. 체중이 실린 오디가지가 출렁일 때마다, 날개 죽지를 파닥이며 흰색 패취의 매력을 뽐내는 마이나*
한바탕 분탕질을 하고나면 아침상을 물린 스카프의 여인들이 뽕나무그늘로 모여들어 홍차를 나누며 주저리고사리 일상을 노래하지만 언어의 절벽에 서있는 나를 지탱케 한 새, 그곳의 모든 이들의 언어가 내게는 마이나*의 옹알이로 들릴 뿐이다.
*구관조의 일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