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도와 반지름의 원리
나는 MBTI 유형 중 'INTJ'이다. 처음 검사를 해보고, 그 후에도 여러 번 테스트를 반복해 봤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인터넷이나 '나무위키'에 떠도는 MBTI별 특징을 읽을 때마다, INTJ에 대한 설명은 내 모습과 90% 이상 일치해 놀라울 때가 많다. 마치 내 머릿속을 누군가 들여다보고 정리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나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무언가를 관찰하고, 그 안에서 나름의 기준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신호 대기 중인 차 안에서도 나는 종종 도로를 건너는 사람들을 관찰하곤 한다. 그들의 표정, 걸음걸이, 옷차림, 주변과의 관계까지도...
그러다 신호가 바뀐 것도 모르고 뒤차의 경적에 놀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관찰의 순간’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과정의 일부이다.
이 글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며 느낀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지나치는 일상 속 장면들, 대화 속의 단어 하나, 책 속 문장 한 줄에서 내가 포착한 생각들, 그 안에는 아마도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 그러나 누군가는 흥미롭게 여길 수도 있는 독특한 관점이 담겨 있을 수 있다.
물론, 같은 장면을 본다고 해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과 해석은 다르다. 오히려 나와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그런 차이를 알아가는 것이 내게는 더욱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와 갈등을 겪곤 한다. 그리고 그 갈등으로 인해 상대방과 영원히 결별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러한 결별의 이유가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의도치 않은 사소한 실수나 아주 단순한 서로의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안 좋았던 기억이나 슬픈 일도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물 듯, 그 충격이 조금씩 줄어든다는 말이다. 그리고, '갈등과 오해'처럼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긴 문제들도 가끔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경우가 있다. 그 순간에는 너무 화가 나는 일도 며칠이 지나면 처음 내가 느꼈던 감정보다 그 크기가 커지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사람과 생긴 '갈등과 오해'를 근본적으로 치유한 것이 절대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은 말 그대로 상대방과 내가 동시에 같은 감정을 느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도형, '원(圓)'으로 생각해 보자!
내 가족, 직장 동료, 친한 친구 또는 연인 등, 마음이 맞는 그들과 우리는 원의 중심에 같이 있다.
그들 중 누군가와 마음이 어긋나는 순간, 나와 상대방에게서는 틈이 생긴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는 않을 정도의 작은 틈으로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마음 중심에서 감정선에 따라 살짝 벌어진 ‘각도(θ)’가 만들어지게 된다.
각도의 크기는 5 º, 10 º처럼 크지 않을 수도 있고, 때로는 30 º, 45 º처럼 상대방과의 갈등을 메우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감정선의 차이에서 생긴 각도(θ)를 처음에는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 각도가 작으면 작을수록 더욱 그렇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누군가와의 작은 오해는 처음에는 단지 말의 뉘앙스 하나, 표정 하나, 혹은 우연히 놓친 위로 한마디로도 생겨날 수 있는 아주 작은 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번 생겨난 틈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시간의 흐름은 원의 반지름(r)이 커지는 것처럼 중심에서부터 점점 멀어지며, 더욱 큰 원을 만든다.
처음 느낀 오해의 시작인 '감정의 차이'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마치, 위 그림에서 원의 크기가 달라도 'A'와 'B'가 나타내는 각도가 90 º로 동일한 것처럼...
하지만, 같은 각도라도 반지름(시간)이 커질수록 'A', 'B'의 틈(거리)은 커진다.
즉, 갈등이나 오해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틈은 더 큰 문제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지금의 '갈등과 오해'는 아주 사소한 불평이나 불편함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내게 불편함을 주기 위해 한 행동이나 말이 아닌, 상대방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하는 것들에서 일방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 “그때 그 말은 조금 거슬렸어!”라고 말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우리가 그동안 배워온 배려와 예의에 어긋난다는 생각들로 인해 오히려 상대방과 거리를 두는 더 큰 문제를 만들게 된다.
이런 경우 나와 가까운 사이에도 내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그(그녀)를 배려하는 것일 수 있다.
바로 이야기하면 풀 수 있었을 감정도 ‘지금은 좀 어색하니까 다음에 이야기하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미루는 순간, 우리는 원(圓)의 중심에서 한 걸음 더 멀어진다.
비록 여전히 각도는 변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의 벌어진 틈으로 또 다른 오해가 들어오고, 추측이 들어오고, 또 증폭되면서 그 사람과의 거리 역시 더욱 멀어진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처음의 '갈등과 오해'가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경우는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 제삼자가 중간에서 중재를 했거나 우연한 기회를 계기로 오해가 풀리게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오히려 처음의 '갈등과 오해'의 틈이 더욱 벌어지는 경우가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
다음 주, '갈등과 오해의 골든 타임(2)’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