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몰라서 행복했던 세상 (1)

전지적(全知的) 관찰자 시대

by ILMer

Intro

나는 MBTI 유형 중 'INTJ'이다. 처음 검사를 해보고, 그 후에도 여러 번 테스트를 반복해 봤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인터넷이나 '나무위키'에 떠도는 MBTI별 특징을 읽을 때마다, INTJ에 대한 설명은 내 모습과 90% 이상 일치해 놀라울 때가 많다. 마치 내 머릿속을 누군가 들여다보고 정리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나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무언가를 관찰하고, 그 안에서 나름의 기준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신호 대기 중인 차 안에서도 나는 종종 도로를 건너는 사람들을 관찰하곤 한다. 그들의 표정, 걸음걸이, 옷차림, 주변과의 관계까지도...

그러다 신호가 바뀐 것도 모르고 뒤차의 경적에 놀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관찰의 순간’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과정의 일부이다.


이 글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며 느낀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지나치는 일상 속 장면들, 대화 속의 단어 하나, 책 속 문장 한 줄에서 내가 포착한 생각들, 그 안에는 아마도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 그러나 누군가는 흥미롭게 여길 수도 있는 독특한 관점이 담겨 있을 수 있다.

물론, 같은 장면을 본다고 해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과 해석은 다르다. 오히려 나와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그런 차이를 알아가는 것이 내게는 더욱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작아도 충분했던 세계


1970~80년대 우리가 살아온 세상은 오늘날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고 작은 세계였다. 사람들이 살아가던 공간은 주거지와 직장, 학교, 동네 시장 정도로 한정되어 있었다. 출퇴근 길에 마주치는 풍경과 이웃들의 삶이 곧 ‘세상’의 전부였다. 그리고, 텔레비전과 신문이 우리를 외부 세계와 연결시켜 주는 작은 통로였다. 신문의 기사 한 줄, 뉴스 앵커의 표정과 아나운서의 목소리 톤이 세상을 바라보는 감정의 대부분을 결정하곤 했다.

주변 사람들의 생활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동네마다 비슷한 집 구조, 그리고 문밖을 나서면 만날 수 있던 이웃들과 비슷한 고민을 나누며 그 속에서 살아갔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 그려진 사람들의 삶은 일상적인 서민들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었고, 아주 가끔 텔레비전에 보이는 잘 사는 사람들, 유명 연예인이나 기업가들은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먼 ‘다른 세계 사람들’이었기에 우리의 삶과는 무관한 직접 비교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는 좁은 세계 안에서, 그 세계가 작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그러나 의외로 충분한 만족과 행복을 느끼며 살았고, 그만큼 안정적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 오신 기름 자국이 짙게 새겨진 봉투에 담긴 치킨을 보며, 어른이 되면 ‘치킨을 매일 사 먹을 거야’라고 다짐했던 기억, 어쩌면 당시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이 작았기에, 행복을 잴 수 있는 기준 또한 소박했는지 모르겠다.

응답하라1988.png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정보의 물결이 밀려온 순간


인터넷이 등장하고, 2000년대 이후 스마트폰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우리의 세계는 갑자기 무한히 확장되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정보가 하루에도 수천 가지씩 우리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뉴스, SNS, 영상 플랫폼, 각종 커뮤니티, 블로그, 라이브 방송...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세계’와 연결되고 있다.

문제는 그 정보 대부분이 ‘굳이 알 필요 없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누군가의 사소한 일상, 누군가의 소비, 누군가의 성취, 누군가의 불행, 누군가의 실수까지도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과거에는 나와 무관했던 타인의 삶이 이제는 내 스마트폰 속에서, 마치 내 주변 사람처럼 다가온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나 나와 다르지 않은 보통사람들의 일상이 주류를 이루기보다는 화려한 삶,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연예인들의 관찰카메라가 텔레비전의 모든 채널을 지배하게 되었다.

SNS는 비교를 일상화했다.
남들보다 잘 살아야 한다는 압박이 아니라, 남들이 나보다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견뎌야 하는 압박이 생겨났다. SNS 상의 사람들은 하루 중 가장 좋은 몇 초를 골라 올리고, 그 순간이 그들의 인생 전체인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몇 초를 그들의 24시간과 동일시하고, 자신과 비교하며 하루를 보낸다.


나 또한 그런 세상의 흐름 속에 들어와 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시달리며 오늘 하루동안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체력과 열정을 소진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에 모바일 화면 속의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여유로운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진을 올린다.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한다. “아~ 부럽다! 퇴근길에 로또나 사야겠다.”

SNS의 비교는 한 번도 우리의 행복을 키워준 적이 없다.
오히려 스스로를 과대 포장하게 만들거나, 타인의 기준을 무의식적으로 따라가게 만들며 ‘진짜 나’를 점점 잃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다음 주, '몰라서 행복했던 세상 (2)’에서 이어집니다.


subway.png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 사진: Unsplash의Branislav R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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