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계절과 닮아가는 우리...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

by ILMer

Intro

나는 MBTI 유형 중 'INTJ'이다. 처음 검사를 해보고, 그 후에도 여러 번 테스트를 반복해 봤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인터넷이나 '나무위키'에 떠도는 MBTI별 특징을 읽을 때마다, INTJ에 대한 설명은 내 모습과 90% 이상 일치해 놀라울 때가 많다. 마치 내 머릿속을 누군가 들여다보고 정리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나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무언가를 관찰하고, 그 안에서 나름의 기준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신호 대기 중인 차 안에서도 나는 종종 도로를 건너는 사람들을 관찰하곤 한다. 그들의 표정, 걸음걸이, 옷차림, 주변과의 관계까지도...

그러다 신호가 바뀐 것도 모르고 뒤차의 경적에 놀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관찰의 순간’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과정의 일부이다.


이 글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며 느낀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지나치는 일상 속 장면들, 대화 속의 단어 하나, 책 속 문장 한 줄에서 내가 포착한 생각들, 그 안에는 아마도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 그러나 누군가는 흥미롭게 여길 수도 있는 독특한 관점이 담겨 있을 수 있다.

물론, 같은 장면을 본다고 해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과 해석은 다르다. 오히려 나와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그런 차이를 알아가는 것이 내게는 더욱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사람의 인생을 떠올리다 보면, 계절과 닮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특히, 최근의 기후 변화와 고령화에 따른 라이프 사이클의 변화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은 언제나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상징한다.
식물은 조용하게 여린 싹을 틔운다. 아직은 작은 바람과 빗방울에도 쉽게 흔들리지만, 그러한 과정을 견디며 더욱 깊게 뿌리를 내리고 튼튼한 잎과 줄기를 만들어 간다.

봄은 성체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기이다.


사람이 태어나 걷고, 부모를 통해 말을 배우고, 주변과 어울려 세상을 배워가는 시기도 그렇다. 사람의 유아기와 청소년기는 무엇이 될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시간이다. 세상에서 첫발을 딛고 일어서는 순간부터 부딪히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다리의 근육을 키워 나간다. 그리고 혼자서 스스로 설 수 있는 힘과 균형감각을 키운다.

그리고, 학교를 가게 되면서 지식을 얻게 되고,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사회를 본격적으로 배워간다. 즉, 유아기와 청소년기는 성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기이다.


여름이 되면 식물에게는 많은 역경이 기다린다. 강렬한 햇볕도, 예고 없는 비바람도 봄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세다. 그러나 오롯이 그것을 견뎌내야 진정한 성체로 완성될 수 있다.


사람도 학교를 벗어나 사회에 나오는 순간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든, 어쩔 수 없이 들어선 길이든, 책임은 독립적인 성인이 된 자신의 몫이다. 항상 내편이 되어주던 부모님이나 친구들보다 주변에는 내가 경쟁해야 하는 동료들이 있다.

그러나, 나만의 가정이 생기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정과 조직에서 책임이 따르고 역할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이 시기는 가장 바쁘고, 가장 힘든 성장통을 느끼지만, 반대로 이 시기에 사람은 가장 단단해진다. 아니 단단해져야 한다.


가을이 오면 변화는 눈에 띄기 시작한다.
파릇하던 잎은 색을 바꾸고, 식물은 서서히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늘어난 주름과 흰머리에 놀라곤 한다. 한때 회사에서 누구보다도 에이스라 자부했지만, 이제 체력과 민첩함이 예전 같지 않다. 어느덧 회사에서는 다음 세대를 이야기하고, 언젠가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나는 어느덧 나이를 머금고 푸석해진 머릿결과 늘어나는 새치를 볼 때면, 파릇하고 싱싱하던 잎사귀들이 계절을 머금은 색으로 변해가며 서서히 말라 낙엽이 되어 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을빛의 다채로운 나뭇잎과 떨어진 낙엽을 밟을 때 만들어지는 바삭거리는 소리는 가을의 운치를 더하지만, 흰머리와 검은 머리가 뒤섞여 다채로워진(?) 머리카락과 노화와 탈모로 바닥에 늘어가는 머리카락 뭉치는 내게 운치를 주지는 않는다.


겨울은 가장 조용한 계절이다.
생명이 활력을 갖기보다는 모두 움츠리고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더불어 가장 혹독한 계절이기도 하다.


사람에게 노년의 삶 역시 계절을 따른다. 사회적 역할은 줄어들고, 세포의 활동은 현저히 느려진다. 그래서 적극적인 표현과 말보다는 침묵이 일상이 되기도 한다. 깊어지는 주름과 구부정한 모습, 생명이 빛을 잃어가 듯 생의 마무리를 준비해야 한다.


길어진 여름과 겨울...그리고, 짧아진 계절에 대한 아쉬움


최근 기후의 변화로 전통적인 계절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

사람의 인생도 비슷해지고 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가 길어지면서 과거의 중년이라는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

예전에는 중년이라는 구간이 있었다. 모든 활동을 조금씩 늦추고, 다음 단계인 노년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일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중간에 숨을 고를 중년의 시간은 너무나도 짧다. 마치 가을이 사라지는 것처럼…

은퇴 이후의 노년 또한 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짧은 시기가 아니라, 또 하나의 긴 시간으로 이어진다.

겨울은 이제 예전보다 길다. 은퇴 후에 우리가 맞이해야 하는 노년이 너무 긴 것처럼…


<가을을 유난히 좋아했기에 어느덧 내 인생의 가을에 선 지금, 점점 짧아지는 이 가을이 더욱 아쉽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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