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난만 키덜트 엔지니어의 작고 값진 문화생활
너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런 걸 가지고 노니?
제 나이 29세, 오늘도 어김없이 어머니는 제 장난감을 보며 잔소리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아들에게 주는 사랑의 잔소리는 늘 퍼주어도 부족함이 없나 봅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아무튼 저는 그런 눈초리를 피해 RC를 챙겨 밖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눈치는 나가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개운할 정도로 푸른 하늘 아래 인적 드문 공터에서 트러기 RC를 굴리다 보면 또다시 다양한 시선을 받기 일쑤입니다. 지나가는 어린아이, 산책하시던 아주머니, 가던 길 멈춰 서고 구경하시는 아저씨, 친구인 줄 알고 짖는 개,
천적인 줄 알고 짖는 개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분들이 시선을 쏘아 주십니다. "아저씨, 이거 얼마나 빨라요?" , "아들 하나 사줄라는 디 이런 건 얼마나 한다요?" 이내 다양한 질문 세례들에 대한 Q&A 시간이 진행됩니다.
(RC : Remote Controller의 줄임말로 무선 조종 모형을 일컫는다.)
당시 공터에서 굴리던 TEKNO사의 ET48 트러기 RC차량
다행인 건 다양한 시선 중 9할은 호기심인데, 저는 그런 시선들이 썩 싫지 않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즐기지 않는 특이 취미를 즐기는 것에 이상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죠. 동시에 제 주위 사람들도 이 좋은 취미를 더 많이 알게 되고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질문을 주시는 분들에게 하나씩 친절히 설명해주는 시간 또한 값지고 즐거웠습니다. 저는 그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것에 뿌듯함이 있었고 오늘도 잠재적 RC인을 발견했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습니다. 한국 내에서 RC 커뮤니티는 제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약 20만 명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RC를 즐기고 있지만 대중에게는 아직도 낯선 취미로 인식되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RC는 생각보다 다양한 장르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즐기는 방법도 각양각색입니다. 아이들을 웨건에 태워 RC로 끌어주며 아이와 같이 즐거움을 느끼는 아버지를 본 적 있습니다. RC 레이싱을 통해 성취감을 달성하는 것으로부터 희열을 얻는 분도 계셨습니다. 등산용 RC와 같이 산을 오르며 건강과 재미를 일거양득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아주 많은 종류의 RC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의 선택지는 무궁무진하다는 점이 RC 취미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더 많은 대중들이 RC라는 취미를 즐겨 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지금껏 질문해주신 많은 분들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크게 아래 3가지의 이유로 RC라는 장르를 즐기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1. 비쌀 것 같아서
2. 주변 사람들 시선 때문에
3. 관심은 있으나 방법을 몰라서
입문을 희망하시거나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상기 질문에 대한 제 나름의 답을 전해봅니다.
즐거움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금액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RC는 비쌉니다. 하지만 저렴하고 합리적인 대안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장르, 등급에 따라서 차량의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저렴하게는 10만 원, 비싸게는 200만 원을 웃도는 차량들도 즐비합니다. 사실 취미를 갖는 데 있어서 비용의 발생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사용되는 금액 대비 그만큼의 정신적, 육체적 성과를 얻어내는 경우 그 취미는 계속 영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RC의 입문 최소 금액은 10만 원입니다.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차량은 200만 원을 웃도는 차량들이 아닙니다. 성능을 놓고 보았을 때 비싼 차량이 분명 우위에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에게는 그 정도의 스펙이 다소 단점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아스팔트에서 즐기는 온로드 장르 RC의 경우 최고 속도가 200km/h에 달하는 차량도 존재합니다. 이때 조작이 미숙하다면 큰 인명피해가 발생될 수 있습니다. 드리프트 장르 RC의 경우 차량의 각 요소가 민감하여 1 mm의 세팅 변경으로도 차의 주행성에 차이가 생깁니다. 이 경우는 변화되는 주행성을 파악, 수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쉽게 흥미를 잃을 수 있습니다. 단기간에 좌절하여 중고장터에 나오는 새것과 같은 매물들을 대수롭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충분히 RC를 음미하기도 전에 좌절하고 이탈하는 미래를 제안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저렴하고 합리적인 대안에는 대만, 중국산 제품들이 있습니다. 저는 절대 대만, 중국산 제품의 구매를 장려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것들은 저렴한 가격에 알찬 구성으로 입문자가 즐기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에 추천드리는 것입니다. 최근 각 RC 커뮤니티에서 입문자들이 왕성하게 구매하는 W사의 차량들이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5~10만 원 대의 저렴한 가격이지만 메탈 새시, 메탈 쇽 타워 등 가성비 좋은 구성의 제품이 많습니다. 이후 차량을 선택할 때의 중요 요소들에 대해서도 글을 남길 예정이니 구매를 희망하시는 분께서는 해당 글을 참고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듯이 값싼 차량의 경우 성능과 내구성을 의심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요새는 충분히 가성비 좋은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초기 입문 비용에 덜컥 겁을 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변 사람들 시선 때문에
긴 말 하지 않겠습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좋아하는 것을 숨기기에는 인생은 짧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여러분의 행복을 책임져주지 않으니까요. 그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윤리적으로 용납되지 못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거나 호기심이 있다면 한 번쯤 즐겨볼 만한 취미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우리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RC 서킷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RC에 관심이 있다면 가까운 서킷 방문을 권장드립니다. 분명 친절히 맞이해주실 겁니다. RC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맨손으로 가셔도 상관없습니다. RC에 관심이 있는 당신을 배척하고 귀찮아하기보다는 알려주고 도움을 주려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저 또한 RC 입문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았고 개중(個中)에는 선뜻 자신의 차량을 내어주며 체험시켜주는 감사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저 또한 그분들의 도움으로 오랜 기간 취미생활을 재밌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킷의 위치를 알고 싶으신 경우 오픈 채팅이나 카페를 이용하길 권장드립니다. RC 키워드로 검색해보시면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특정 카페나 채팅방을 언급하게 된다면 홍보의 목적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방법만 제시해드리는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근 시일 내에 같은 RC 인으로서 만나 뵙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