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에 의존하던 장난감,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탈바꿈하다.
어릴 적 나는 과학 경진대회를 사랑했다.
이유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하루 종일 설파할 수 있지만 브런치에서 쫓겨나고 싶지 않으니 간단히 말하겠다.
그건 바로 고무동력기를 만들 명분이 생기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나무 막대기와 종이를 오려 붙여 이윽고 비행기의 모습이 되었을 때 내 마음은 이미 관제사나 다름없었다. 작은 검지로 프로펠러를 힘차게 감아 돌리면 늘어진 고무줄이 이윽고 꽈배기 마냥 제 몸을 꼬았다. 이내 터지기 일보 직전이 됐을 때 고무동력기는 중력을 등지고 날아갔다. 힘차게 하늘을 체공하는 고무동력기를 바라볼 때 그 느낌은 참 신비로웠다. 어린 마음이라 신기해서일까 날지 못하는 인간의 관점에서 느끼는 부러움의 감정일까. 아무튼 나는 고무동력기 날리는 날을 참 좋아했다.
요새 들어 갑자기 그때의 고무동력기가 만들고 싶었는지 문방구를 가보았으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요새는 아이들이 고무동력기를 만들지 않는 걸까?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예전부터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지나가는 초등학생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애들아 고무동력기 어디서 파는지 아니? 형이 좀 사고 싶어서 그래"
"아저씨 저기서 팔아요"
"어.. 그래 고마워~ 형 가볼게"
"안녕히 가세요 아저씨"
원하는 목적은 달성했으나 뭔가 진 기분이 들었다. 고무동력기를 옆에 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쩌면 보지 말아야 하는 것을 보고 말았다. 아이들이 작은 드론을 날리고 있었다. 그날 따라 조금 재밌어 보였다. 해보지 않은 장르에 대한 호기심이었던 걸까, 날 아저씨로 부른 애들이 생각나 유치한 승부욕이 올랐던 걸까.
얼마 후 어른의 자본력으로 드론을 사고 말았다. 이것이 어른의 큰 드론이다 이 초등학생들아.
보아라! 내 승리다.
드론을 구입한 기쁨도 잠시 이 녀석이 가진 수많은 기능들이 나를 당혹시켰다. 괜찮다. 나는 사실 기계를 잘 만진다. 게다가 기계공학 전공자다. 이깟 드론은 나에게 있어서 잠자리에 누워 한 두어 시간 요리조리 만지다 보면 금세 친해지는 그런 기계에 불과했다. 몇 시간 뒤, 나는 패배했다. 방 안에서 이륙을 시키려던 찰나 곧바로 벽에 곤두박질쳤다. 자만이 불러온 참극이었다. 다행히 깨지거나 고장 난 곳은 없어 보였다. 땅에 배를 깔고 비참히 누워있는 드론을 주워 들고 곧장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알고 보니 이 드론, 애들 장난감처럼 전원을 켜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비행을 하기 전 기체의 수평, 수직 등의 Sensor Calibration 작업을 해주어야 했고 핸드폰과 드론이 동기화되도록 어플도 설치해야만 했다. 그리고 4k 영상 촬영이 가능하도록 기체 전면에는 렌즈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정밀한 3축 짐벌에 고정되어 있어 사용간 세밀한 주의가 필요해 보였다. 구입한 드론이 생각보다 영특하고 정밀한 기기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불과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쯤 되니 ‘내가 대체 뭘 산 거지?’ 싶었다.
고무동력기를 사러 갔을 뿐인데 어째서 내 손에는 방송용 헬리캠 장비가 있는 걸까.
잘 쓰면 약
사용법을 익히고 첫 비행을 나갔을 때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100m 상공으로 드론을 띄운 그 순간 펼쳐진 광활한 대지는 살면서 목격한 장관 Best 17에 꼽을 정도로 감탄스러웠다. 매일 같이 보는 동네와 공원이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요새는 각종 방송매체에서 헬리캠이 촬영한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여러분도 얼핏 추측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직접 드론을 조종하며 실시간 통신으로 보는 풍경은 다른 차원의 만족감을 주었다. 사람은 개미처럼 작게 보이고 거리의 자동차들은 장난감처럼 아기자기하게 굴러다닌다. 하늘은 조용했고, 이 세상을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신비로웠다. 육지에서 즐기는 RC와 전혀 상반되는 감각에 매료되어 반년 동안 매주 3회 이상 비행을 나갔던 기억이 있다.
드론 비행은 정말 색다른 감각의 힐링이었다.
잘못 쓰면 독
틈틈이 소소한 힐링을 선사해준 드론은 사실 독버섯에 가깝다. 맛있어 보이지만 잘못 먹으면 큰 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드론을 시작하기 앞서 곤혹을 치르지 않으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사항이 있다. 그것은 비행금지구역에 대한 이해와 숙지이다. 국토교통부에서는 다음과 같은 비행제한사항에 대해 공고하고 있다. 공항 반경 9.3 km 내 드론 비행 금지, 원전 반경 19 km 내 비행 금지 등의 다양한 장소에서의 비행이 제한되거나 금지되고 있다. 앞의 조건을 만족한 장소라 할지라도 최대 이륙중량 25kg 이하의 기체에서는 고도 150m 미만까지만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운용 시 주의해야 한다. 구역 규제뿐만 아니라 시간 규제도 확인해야 한다. 일몰~일출 야간비행은 현행 항공안전법상 금지되고 있다.
그리고 음주 상태에서의 조종을 금지하고 있다. 12kg 이하의 무선 비행물체를 음주상태로 조종 시 3년 이하, 3000만 원 이하 벌금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반드시 맑은 정신으로 비행을 하도록 하자.
위와 같이 수많은 법적 제한이 있기 때문에 드론은 즐기기 이전에 제대로 체크하는 습관이 필요한 장르이다.
끝으로
타인의 자유를 해치지 않도록 책임을 갖고 안전 비행하며 즐거운 RC 생활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