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감

by 눈빛이슬

오랜만에 친정 부모님과 셋이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

항상 부모님께 걱정만 끼치는 딸이기에 밥값은 꼭 내가 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 나를 아빠는 극구 말리셨다.

경제적으로 힘든 딸에게 밥값을 내게 하는 것이 마음 아프셨던 거였다.

부모님 앞에서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참느라 온갖 애를 썼다.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언젠가부터 온 가족이 외식할 때도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았다.

남편은 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존심이었다.

곧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나서서 계산해야 스스로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남편은 친정 부모님의 걱정과 애정 섞인 배려에 감사해하거나 죄송해하기보다 자기 자존심이 상처받은 것에 대한 분노로 나에게 울부짖었다.


“내가 말했지. 네가 계산하라고! 이제 장인·장모님 선물이나 식사 관련해서 네가 알아서 해. 난 신경 안 쓸 테니까!”


난 그에게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게 해 준’ 좋은 핑곗거리를 제공한 사람이 되었다.

남편의 눈치를 보며 그에게 배려했던 나와 친정 부모님은 그의 자존심을 뭉개버린 사람이 되어있었다.


연애 초반, 남편은 내게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항상 날 좋은 곳에 데려갔다.

그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난 일부러 더 허름한 식당에 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결혼 후에는 가정 경제가 어려웠음에도, 좋은 동네, 좋은 집, 외제 차를 고집했던 그였다.

이사를 하자고, 차를 조금 작은 거로 바꾸자고 제안했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항상 대답했다.


“곧 돈 많이 들어올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이 모든 행동은 자신에 대한 커다란 믿음과 우월감 때문이었다.

몇 년만 있으면 큰 부자가 될 것이라고 항상 호언장담했던 그였다.

그런 그에게 얼마 하지도 않는 돈은 우습게 보였다.


그렇지만, 그의 자신감에 비해 현실은 너무 초라했다.

남편은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지 못하게 된 지금의 상황이 견디기 힘들었다.

내가 어떻게 행동해도 그는 배려로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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