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음대로 해.”
남편은 이 말을 자주 했다.
나의 자유의지를 존중해 주는 좋은 남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아주 큰 착각이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아주 사소한 것부터 아주 중요한 것까지 결국은 남편이 하고 싶은 대로 했다.
살면서 나는 세상 물정을 잘 안다고 믿었던 남편에게 의존했고,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남편이 원하는 대로 맞추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내 의지로 선택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실은 그건 남편의 선택이었다.
옷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맘에 드는 옷을 발견한 나는, 내가 고른 옷이 남편 눈에도 예뻐 보이길 바라며 어떤지 묻곤 했다.
하지만, 그에게 내가 고른 옷은 대부분의 경우 별로였다.
하루는 신나게 쇼핑하고 돌아와 들뜬 마음으로 내가 고른 옷을 보여주면, 그의 반응은 늘 뜨뜻미지근했다.
그 뒤로는 내가 옷을 보는 안목이 없는 것 같아 쇼핑할 때도 선뜻 옷을 고르지 못했다.
‘내가 이 옷을 입으면 남편이 좋아할까?’
그렇게 난 남편의 취향에 내 스타일을 맞춰갔다.
“여보. 저번 일로 내가 기분이 나쁘고 불편해서 그러는데 이번 시댁 모임은 안 가더라도 이해해 줘.”
“그래! 그렇게 해!”
굳은 표정으로 비아냥거리듯 내뱉은 말에는 가시가 가득했다.
타인의 감정에 민감한 나는 그 짧은 문장에 숨겨진 의도를 곧바로 알아챘다.
내가 시댁 모임에 빠진다면, 남편에게 언제든 친정 모임에 빠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거였다.
그렇게 되면, 친정 부모님이 걱정하실 게 뻔했다.
남편과의 관계 또한 불편해질 게 분명했다.
나만 참으면 모두가 행복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난 힘든 감정을 묻어두고 시댁 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했다.
남편이 내 자유의지를 존중해 준다고 생각했던 건 나의 착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