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결여 2

by 눈빛이슬

“출산할 때 아팠어?”


내가 출산할 때, 그는 함께 있었다.

아랫배를 도려내는 듯한 통증은 살면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내가 그렇게 아파했던 순간에 함께 있었으면서, 그는 시댁 가족들이 모인 앞에서 저런 막말을 했다.

그는 내가 고통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때, 단 한순간도 함께 아파해주지 않았던 거였다.

출산의 순간,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고통 속에서 혼자였을 그때의 내가 안쓰러웠다.




한 번은 무리했는지 탈이 났다.

침대에서 끙끙 앓고 있었다.

일찍 퇴근해서 아픈 나를 대신해 아이들의 저녁을 챙겨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그런데, 그는 아픈 나에게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물이 필요한지, 배는 안 고픈지, 열이 나는지, 약은 먹었는지 그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아픈 사람을 챙겨야 한다는 걸 모르나?’


아파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지만, 남편을 불러 필요한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나면, 남편은 다시 아이들과 왁자지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엄마가 쉴 수 있게 조금 조용히 하자는 배려 따위는 기대할 수도 없었다.


홀로 침대에 누워있는 내가 ‘뒷방 노인네’가 된 것 같아 왠지 모를 서글픔이 찾아왔다.

그 뒤로도 남편은 내가 아플 때마다 투명인간 대하듯 했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줘서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외로움이 엄습해 왔다.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결혼 후부터 내가 앓고 있던 면역질환을 위해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을 까먹고 먹지 않은 날이었다.




“이런! 약을 안 먹었다.”


“약을 꼭 먹어야 하는 건 아니야. 네가 괜찮다고 생각하면 약을 먹지 않아도 괜찮아질 일이야!”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내가 스스로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아픈 것도 아니고.

그는 모든 병이 의지로 나을 수 있다는 사이비 교주 같은 소리를 해댔다.

오히려, 결혼 후 얼마나 힘들었으면 면역질환까지 생겼을지 미안해해도 모자랄 판에 꾀병이라도 부리고 있는 듯 대하는 남편이 야속했다.


사는 게 힘들고 우울해서 내가 우울증 약을 먹어보면 어떨지 물어보면, 남편은 말했다.


“네가 스스로 우울증 약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보니, 안 먹어도 될 것 같은데?”


단 한 번도, 남편은 나의 아픔에 공감해주지 않았다.

남편과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함께해야 한다니 숨이 막혀왔다.

내 신체적, 정신적 아픔을 앞으로 오롯이 나 혼자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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