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서 먹어본 중에 젤 맛있었던 돼지고기
7살 유치원 다니기 전의 기억은 정말 전멸이다. 5살때 기억도 난다는 친한동생이 있어서 한대 때려주었다. 사실이면 기억력이 남다르거나 정말 잊지못할 기억이었을 것이다.
사실 나도 확실히 기억하는것이 있다.
누구의 결혼식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 제주에서는 결혼식을 3일동안 치뤘다 우리는 그것을 3일잔치라고 얘기했었다.
첫날은 친지와 가까운 이웃들이 잔치에 오실 손님들을 대접할 음식 준비하는 날.
둘째날은 신랑, 신부 그리고 혼주의 지인들을 손님으로 받는 날.
셋째날은 진짜 결혼식을 하는날~
그 첫째날을 우리는 돗(돼지)잡는 날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돗잡는 날에 묶여있는 돼지마릿수를 보며 그 집안이나 결혼당사자의 위세, 재력, 사회적 위치 등등 여러가지를 짐작하곤 했다. 누구네 집은 네마리 잡암쪄! 거밖에 안잡암서? 누구네 집은 일곱마리 잡암쪄!! 팩트인지 아닌지도 모를 말들을 자기 지인이 더 잘났으면 하는 바램으로 막 떠들어대었다.
돼지를 잡는 기술을 보유한 동네 삼춘(이하 도감)은 물을 끊이고 칼을 갈고 이 3일잔치의 스타트를 끊을 준비를 하시는데 돼지들은 한치앞도 모르고 서로 끙끙대고 뭐 주워먹을게 없는지 바닥을 핡고있다.
사실 이 돼지를 잡으러 오는 무리에 끼어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기쁨이었다. 보통 도감은 한분이지만 나머지 잡심부름 정도를 하고 누구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고기를 얻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아무때나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동네에 누군가의 결혼식 날이 다가오면 왜 그렇게 모두 그날을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결혼식이라는 것이 당사자나 친지나 이웃이나 모두에게 당연히 기쁘고 흥분되는 일이지만 잠시 후에 맛볼 수 있는 돼지고기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 이들은 이 결혼식의 최대 수혜자이자 선택받은 사람들이었다.
어른들은 어린 아이들에게 돼지잡는 모습을 안보여주려고 애쓰셨다. 그러나 우리는 안보는것처럼 하면서도 눈치껏 그 잔인함과 어색함과 신비함이 공존하는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성스러운 일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아무도 우리들을 터치하지 않았다. 지금에야 생각해보면 어른들도 항상 그 장면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기 때문에 우리를 신경 못쓴것 같다.
작업이 끝나고 장만한 고기 중 다음 날 손님에게 수육으로 대접할 좋은 부위는 따로 골라둔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도감삼춘의 성품과 배포에 따라 우리가 맛볼 수 있는 고기들이 선정된다. 이미 한시간 전부터 숯을 피워 불길은 사그라든 온전한 숯만이 벌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누런 녹이 피어있는 석쇠도 숯위에서 잘 달궈져 있는데 어른들의 이론에 의하면 불이 녹을 이기니까 괜찮단다. 아무 상관없다. 고기를 맛볼 수 있다면!
도감삼춘이 듬성듬성 썰은 고기와 갈비대를 몇개 석쇠위에 툭하고 인심쓰듯이 던져주신다. 어린이는 굽는것도 구경만 해야된다. 대신 요망지게 굵은소금을 양손에 움켜쥐고 어른이 소금을 찾을때를 기다리다 소금!하면 냅다 상납한다. 제주의 쎈 바람이 굽는 냄새를 온 동네로 배달하고 진짜 잔치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후각으로 알려준다. 어른이 구워진 고기를 물에 대충씻은 현무암 위에서 썰어 아이들한테 한점씩 주신다. 조금 탔지만 아무상관없다. 아이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동시에 입안으로 고기를 넣는다.
아.......... 황홀경! 이것이 진정 돼지고기란 말인가!!!
소파 방정환선생이 어린이 예찬에서 이세상에 깨끗한것들 그중에서도 어린이가 가장 깨끗하다고 하셨는데... 이 세상에 가장 맛이는 고기가 이것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이것보다 더 맛있는 고기는 정녕 무엇이란 말인가!!! 이 고기가 세상에서 젤 맛있는 이유 하나 더!!!!! 조금밖에 안준다.....
나는 기억한다. 7살 이전 외삼촌손에 이끌려 따라갔던 어떤 곳. 거기서 먹었던 내 인생의 돼기고기. 지금도 그 맛을 이길 수 있는것은 없다.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누나가 셋이다. 네번째로 아들을 얻으신 부모님은 내 결혼식을 3일잔치로 하셨다. 큰아들이라서 해주셨다고 하셨다! 2005년도가 내가 결혼한 해이다. 그 이후로는 3일잔치가 제주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현재 나는 제주도에서 완전히 사라진 제주의 전통문화이자 부락단합의 계기였던 3일잔치를 복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이고 누군가에게는 지켜야할 문화이며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비지니스가 될 수도 있다. 어릴때 그 잊지못할 고기의 기억과 마지막 3일잔치의 당사자로서 반드시 이 문화를 복원하겠다고 자신있게 외쳐본다.